견우의 노래-서정주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역설법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진정한 사랑을 위한 이별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단절과 고독을 통해 더욱 견고해 지는 사랑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연 허이연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만남의 기쁨을 위한 정성스러운 준비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생활에 충실하며 재회를 기약함
*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역설적 표현. 이별을 반복함으로써 이별의 아쉬움을 강조함
* 물살, 바람: 고난과 시련 상징
* 푸른 은핫물: 만남을 방해하는 장애물
* 오롯한: 모자람이 없이 온전한
* 불타는 홀몸: 사무치는 그리움, 이별의 고독
* 모래밭: 견우 앞에 놓인 시련의 공간. 원관념은 별밭
* 돋아나는 풀싹: 별
*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만남의 기쁨을 위한 정성스런 마음의 준비(이별의 고통 속에서 사랑을 키워 나감)
* 구름: 직녀 앞에 놓인 시련의 공간
* 베틀에 북을 놀리게: ‘돋아나는 풀싹을 세는 행위’와 대응
* 칠월칠석: 다시 만나게 될 시간
*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각자의 직분에 충실하면서 긴 이별의 시간을 만남의 기약으로 이겨내자는 의미임
▣ 핵심 정리
․ 성격 : 서정적, 긍정적, 낭만적, 의지적
․ 제재 : 견우와 직녀
․ 어조 : 영탄적 어조
․ 표현 : 역설적
․ 시어 : 물살, 바람(고난과 시련을 상징). 모래밭과 풀싹(견우 앞에 놓인 고난의 상징).
구름(직녀의 시련의 공간)
․ 구성 : 고통(고독)의 인정→고통(고독)의 수용→만남의 준비→고통(고독)의 수용
견 우 ------ 은 하 수 ------ 직 녀
(그리움) (이별) (그리움)
↓
성숙한 사랑
․ 주제 : 이별의 극복을 통한 진정한 사랑으로의 승화
․ 출전 : <한국문학총서. 서정주 편>(1980)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화자를 견우로 청자를 직녀로 설정하여 견우는 직녀와 헤어진 이별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별의 재회를 기약하는 기회나 서로의 사랑을 더 강하게 하는 역설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장애물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견우 자신은 소를 먹이고 직녀는 비단을 짜며 묵묵히 자기 직분에 충실하면서 칠석날를 기다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시는 구조상 네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2연에서는 사랑의 참된 의미를 규정한다. 이별의 과정이 먼저 주어질 때 더 큰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별의 고통을 감내하는 그 기나긴 인고의 역정이 사랑을 더 진중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랜 기다림이라는 한국적 정한(情恨)의 전통이 스며있다. 그 한(恨)의 세계는 고통과 아픔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자세가 한의 높은 차원이다. 한(恨)이 체념과 허무의 패배주의적 속성을 지니기보다는 드높은 세계로 고양(高揚)되는 정신주의와 연관된다는 점이 한국인의 심성에 오랫동안 뿌리를 드리운 근거가 될 것이다.
‘물살’과 ‘바람’은 이별의 고통을 구체화한 상관물이다. 그것만이 있어야 한다는 진술에서 보듯이 사랑에는 고통이 필수 요건임을 알 수 있다. 고통은 수반되는 것이 아니고, 사랑 자체의 속성이며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그것을 긍정한다.
3,4연의 ‘은핫물’은 견우와 직녀를 단절케 하는 사물이며, 위에서 말한 이별의 상황을 가시적으로 보여 주는 상관물이다. 그러나 둘 사이에 가로놓인 것이 벽이 아니고 물이라는 점에서 정신적으로는 단절되지 않았음을 알려 준다. 물의 부드럽고 젖은 이미지는 사랑을 갈라놓으면서 사랑을 이어 주는 정감적 사물임을 부각시킨다. 물리적으로는 단절이지만 정신적으로는 합일(合一)되어 있는 상황이다. 사랑은 단절과 고독이 또 그 본질이다.
5,6연의 은하수의 이편과 저편에 ‘번쩍이는 모래밭’은 결국 ‘별밭’을 두고 한 말이지만 풀싹과 관련되면서 모래밭으로 형상화된다. 풀을 헤아리는 행위 이전에 씨 뿌리는 행위가 있을 것이며, 그것은 사랑을 뿌리는 일이 된다. 그 돋아나는 사랑을 하나씩 헤아리며 사랑을 내면에 쌓아 간다. 사랑은 이렇게 점진적으로 키워 가는 것이다. 만남의 기쁨을 위한 마음의 정성스런 준비, 그것은 또한 사랑의 본질이다. 화자처럼 직녀 또한 구름처럼 보이는 은하수 저편에서 베를 짠다. 베틀에서 베를 짜듯 사랑도 올올이 짜 올린다.
7,8연은 5,6연의 반복이다. 칠석(七夕)날이면 기다리는 만남의 순간이 온다. 나는 검은 암소를 먹이고, 직녀는 비단을 짠다. 생활에 충실하며 그리움을 키워 가는 정성이 보인다.
결국 이 시는 이별을 아픔으로 보지 않고 더 큰 사랑을 위한 성숙한 자세로 보는 태도가 감동의 요인이 된다.
견우의노래-서정주.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