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봄 1-뱀사골에서 쓴 편지 - 고정희
남원에서 섬진강 허리를 지나며
갈대밭에 엎드린 남서풍 너머로
번뜩이며 일어서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 한 자락이 따라와
나의 갈비뼈 사이에 흐르는
축축한 외로움을 들추고
산목련 한 송이 터트려 놓았습니다
[온 몸을 싸고도는 이 서늘한 향기
뱀사골 산정에 푸르게 걸린 뒤]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슬픈 깃털을 일으켜 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산을 오르기 전의 광경과 정서
아득한 능선에 서 계시는 그대여
우르르 우르르 우레소리로 골짜기를 넘어가는 그대여
앞서가는 그대 따라 협곡을 오르면
[삼십 년 벗지 못한 끈끈한 어둠이
거대한 여울에 파랗게 씻겨 내리고
육천 매듭 풀려나간 모세혈관에서
철철 샘물이 흐르고]
[더웁게 달궈진 살과 뼈 사이
확 만개한 오랑캐꽃 웃음소리
아름다운 그대 되어 산을 넘어 갑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승천합니다.]▶산을 오르는 과정에서의 변화
♣ 핵심 정리 ♣
▶ 지은이 : 고정희
▶ 주제 : 봄의 자연을 접하면서 내면이 변화하는 과정
▶ 해제 : 이 시는 ‘축축한 외로움’과 ‘끈끈한 어둠’을 내면에 간직한 화자가 지리산 뱀사골을 여행하면서, 봄의 자연을 보며 겪은 내적 체험을 그린 작품이다. 외로움과 어둠 등 부정적인 내면을 갖고 있던 화자는, ‘그대’를 때라 산을 오르게 되고 그 가운데 내면의 부정적인 것들이 치유되고 정화된다고 말하고 있다.
▶ 구성
1행-13행 : 산을 오르기 전의 광경과 정서
14행-끝 :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의 변화
지리산의봄.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