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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길의 노래-이기철

작성자kongja|작성시간08.08.03|조회수843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길의노래-이기철.hwp

 

길의 노래-이기철

내 마지막으로 들 집이 비옷나무 우거진 기슭이 아니면 또 어디겠는가

연지새 짝지어 하늘 날다가 깃털 하나 떨어뜨린 곳

어욱새 속새 덮인 흙산 아니고 또 어디겠는가▶땅에 묻힐 자신의 죽음을 생각함

 

【마음은 늘 욕심 많은 몸을 꾸짖어도

몸은 제 길들여온 욕심 한 가닥도 놓지 않고 붙는다.】

【도시 사람들 두릅나무 베어내고 그곳에 채색된 단청(丹靑) 올려서

다람쥐 들쥐들 제 짧은 잠, 추운 꿈 꿀 혈거(穴居)마저 줄어든다】

▶물질적 욕망 때문에 파괴되는 자연을 보고 반성함

먼 곳으로 갈수록 햇빛도 더 멀리 따라와

내 여린 어깨를 토닥이는 걸 보면

내 어제 분필과 칠판 앞에서만 열렬했던 말들이

가시 되어 일어선다.▶햇빛을 보며 지적인 회의와 성찰을 함

 

산골 처녀야, 눈 시린 십자수(十字繡) 그만두고

여치 메뚜기 날개 접은 들판 콩밭 누렁잎 보아라.

길 끝에 무지가 차라리 편안인 산들이 누워 있고

산 끝에 예지도 거추장스러워 피라미들에게 맡겨버린

물이 마음 풀고 흐르고 있다.▶인위적 세계를 거부한 그대로의 자연을 바라봄

 

내 이길 억새 속으로 걸어가면

배춧잎 같은 정맥 돋은 손을 쉬고

늘 내일로만 가는 신발을 벗어 한 사흘 나뭇가지에 걸어 둘 수 있을까

내 늑골 밑에서 보채던 달력과 일과표와

눈 닿으면 풍금 소리를 내며 일어서던 글자들도

등 두드려 한 열흘 잠 재울 수 있을까▶현실적 제약에서 벗어나고픈 심정

 

[먼저 간 발자욱들이 내 발길에 지워지고

내 발자국 또한 두 이은 발길에 이내 지워지고 말]모든 인간이 거치는 과정

한쪽 끝에는 대구(大邱)를 달고 다른 쪽에는 은해사(銀海寺) 솔 바람 소리를 달고 있는 길

▶무욕의 자연과 욕망을 추구하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삶

●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제 : 무욕의 자연과 현실적 욕망 사이의 갈등

▶표현 :

① 설의적 표현을 통해 심리 표현

② 내적 욕망과 현실적 욕망 사이의 갈등

▶구성 :

1연-땅에 묻힐 자신의 죽음을 생각함

2연-물질적 욕망 때문에 파괴되는 자연을 보고 반성함

3연-햇빛을 보며 지적인 회의와 성찰을 함

4연-인위적 세계를 거부한 그대로의 자연을 바라봄

5연-현실적 제약에서 벗어나고픈 심정

6연-무욕의 자연과 욕망을 추구하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삶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현실과 무욕의 자연 사이에서 갈등하며 회의할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화자는 산행을 하며 잠시 속세를 벗어나 대자연의 품에서 온갖 상념에 잠긴다. 필연적으로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인간의 욕망에 의해 파괴된 자연에 대해 반성적 태도를 갖기도 한다. 또 학생들에게 강의했던 내용에 대해 회의하기도 하고, 예지를 거부하고 무지를 오히려 편안히 생각하는 산과 물의 모습에서 무위의 세계를 발견하며 자신을 구속하는 현실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대자연의 품에서 이러한 현실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제시된 길의 모습에서 결국 인간은 구속적 현실과 무욕의 자연 사이에서 번민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는데, 길의 한 끝인 ‘대구’는 곧 욕망을 추구하는 도시를, ‘은해사 솔바람 소리’는 이와 대비되는 무욕의 자연을 상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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