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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꽃밭의 독백-사소 단장

작성자kongja|작성시간08.09.05|조회수527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꽃밭의독백.hwp

 

꽃밭의 독백(獨白)-사소(娑蘇) 단장(斷章)

-서정주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鷹]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 인간 세계의 유한성

꽃아, 아침마다 개벽(開闢)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 절대순수, 영원의 세계에 도달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성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영원의 세계에 대한 갈망

-(사조(思潮) 창간호, 1958.6)

* 사소(娑蘇) :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의 어머니

* 단장(斷章) : 토막을 지어 몇 줄씩의 산문체로 적은 글. 완전한 체제를 이루지 못한 문장의 단편(斷片)

* 노래 : 시적 화자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이지만, 이미 그 가치를 잃은 대상. 인간 세계나 존재의 유한성을 환기하는 대상물임.

* 되돌아오고 : 시적 화자의 한계 의식을 드러냄. '멎어 버렸다'(4행), '입맛을 잃었다.(6행), '기대 섰을 뿐이다'(11행)에서 나타나는 태도와 유사함.

* 산돼지, 산새들 : 인간 세계의 유한성을 환기하는 대상물임.

* 꽃 : 순수한 존재, 소멸(죽음)과 재생(부활)의 순환 작용으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아름다운 대상.

* 헤엄도 모르는 아이: 철없는 아이(이상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나 그 본질이나 내면을 알지 못하는 시적 자아의 모습)

* 기대섰을 뿐이다: 자신의 한계 자각 (신선이 되지 못하는 사소의 한계 자각)

* 문: 한계 상황과 초월적 세계 사이의 경계면. 유한과 무한의 경계면. 현상과 본질, 이승과 저승, 인간과 우주 차원, 한정된 삶과 영생의 경계 이미지

*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주술적 절규(영원의 세계를 향한 뜨거운 열망), 의문과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하는 화자의 안타까움

* 벼락과 해일(海溢): 화자가 극복해야 하는 온갖 고통이나 형벌, 험하고 어려운 시련, 역정의 길

 

● 핵심정리

▶ 발표 : 1958 [사조(思潮)] 창간호

▶ 형식 : 전련시(全聯詩), 자유시

▶ 제재 : <삼국유사>에 나오는 사소설회(娑蘇說話)

▶ 주제 : 영원한 절대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열망

▶ 표현

1. 상징과 은유가 주로 되어 있으며, 여러 생각이 극도로 압축되어 있다.

2. 고대 사상의 하나인 신선사상(무한성의 세계, 정신적 세계)에 기조를 두고 있다.

▶제재 : 꽃

▶구성 :

기-인간 세계의 유한성, 삶에 대한 좌절과 회의(1-6행)

서-자연과 동화될 수 없는 인간 본질의 한계성, 정신적인 생명에 대한 갈망과 동경(7-12행)

결-영원의 세계를 갈망하는 화자의 모습(13-14행)

 

[작품감상]

● 기(1행∼6행) : 인간 세계의 유한성

― 노래가 좋기는 가장 좋아도 그 소리는 구름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고, 씩씩한 말발굽도 대지(大地)가 끝나는 바닷가에 이르면 멎어야 한다. 활로 잡은 산돼지나 매로 잡은 산새들의 입맛도 나(사소)는 벌써 잃었다.

― 고대의 사소(娑蘇), 신선 사상을 추구하는 성처녀(聖處女)가 독백하는 형식을 통하여, 인간세계가 어떻게 유한한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보이고 있다. 그것은 하늘 끝의 구름, 땅끝인 바닷가, 삶의 입맛으로 시의 보편성을 띠고 있다. 현대인의 향수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신선한 미감(美感)과 시적 매력이 독특하다.

● 서(7행∼11행) : 인간 본질의 한계성

― 꽃아, 아침마다 꽃피워 영원히 새로 태어나고, 영생(永生)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다마는 수면에 얼굴이나 비추어 볼 뿐, 헤엄칠 줄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꽃(자연)의 영원한 세계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겨우 너의 관문에까지 와서 기대어 섰을 뿐인 것인가.

― 자연에 동화하고 그 무위이화(無爲而化: 공들이지 아니해도 스스로 변하여 잘 이루어짐)에 도달하려는 것은 도교(道敎)의 사상이다. 도교에서 말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나 무위지치(無爲之治)는 모두 이 무위이화의 경지인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꽃이 될 수도 없고, 꽃의 세계로 들어갈 수도 없다는 ‘사소’의 탄원-그것은 곧 시인의 탄원이다-은 절실한 공감을 준다. 따라서, 여기의 ‘꽃’은 가장 순수하고도 찬란한 ‘자연ㆍ영원’을 상징하며, 신선사상이 도달하고자 하는 ‘선(仙)의 세계’이기도 하다.

● 결(12행∼끝) : 신생(新生)의 갈망.

― 영생과 영원으로 가는 문을 열어라, 꽃아. 문을 열어라. 그 문이 열려 막상 무서운 고통이나 형벌의 길이 될지라도 나는 너의 세계로 가려고 한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인간의 부활을 갈망하는 구도적(求道的) 정신이 점철되었다. 이와 같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그 정신적 자세에서 치열한 시정신을 우리는 만난다.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삼국유사>에 실려 전하는 '사소 설화'를 변용하여 구도자(求道者)의 신앙적 염원인 영원한 절대 세계에 대한 열망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사소'는 신라 시조인 박혁거세의 어머니이다. 그녀는 처녀로 잉태하여 산으로 신선 수행(神仙修行)을 떠난 일이 있는데, 이 시는 집을 떠나기 전, 집 꽃밭에서의 독백을 시화한 것으로 인간 세계의 유한성과 인간 본질의 한계성을 깊이 인식한 '사소'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의 부활을 갈망하는 구도적 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시는 전 14행의 단연시로 내용상 3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단락은 1~6행으로 인간 유한성을 제시하고 있다. 노래가 좋기는 가장 좋아도 그 소리는 구름까지 갔다가는 돌아올 수밖에 없고, 힘차게 달리는 말도 바다에 이르면 멎을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게 된 화자, 즉 '사소'가 산돼지나 산새들에게 입맛을 잃어버렸다는 독백을 통하여 인간 세계의 유한성을 말하고 있다.

2단락은 7~11행으로 자연과 동화될 수 없는 인간 본질의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핵심적 이미지인 '개벽하는 꽃'은 소멸과 생성, 죽음과 부활이 반복됨으로써 거듭 태어나는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화자는 '꽃'으로 상징된 자연의 세계, 곧 영원의 세계에 합일되려 하지만, 결국은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인 자신의 한계만을 자각할 뿐이다. 다시 말해, 신선이 되고 싶어하는 '사소'는 열심히 선(仙)의 세계를 꿈꾸고 있으나, 그 때마다 영원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성을 확인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3단락은 12~14행으로 영원의 세계를 갈망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벼락'과 '해일'은 영원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화자가 극복해야 할 온갖 고통이나 형벌을 의미하며,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라는 주술적 성격의 반복되어 나타나는 절규 속에는 영원의 세계를 향한 뜨거운 열망이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현실 세계의 대지적 존재를 벗어나 영원한 세계로 상승하고자 하는 화자의 희원(希願)이자, 결국은 이 시의 작자, 미당의 희원이기도 하다.

 

● 더 알아보기

‘사소’란 <삼국유사> 제5권의 감통(感通) 제7에 ‘선도성모수희불사(仙桃聖母隨喜佛事)’라는 전설에 나오는 여자.

중국 임금의 딸로 신선의 술법을 배워 진한 땅에 와서 신선이 되어 이 땅을 돕고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를 낳았다고 한다. 작자는 이 사소의 전설을 좀더 윤색했다. 사소는 처녀의 몸으로 잉태하였는데, 이것으로 말미암아 마을에서 추방된다. 사소는 사랑을 통해 ‘생명의 황홀’을 맛보았고 우주와 영원에 대한 동경심을 품었기 때문에 인간 사회의 윤리(유교적인 것)의 한계와 구속성을 버리고 ‘영원’의 세계에 나아가기 위해 신선의 수도를 위해 길을 떠난다. 떠나기 직전에 사소는 꽃밭에서 자기의 심정을 독백하는데, 이것이 여기 나오는 이 시이다.

이 시는 신선사상(神仙思想)을 배경으로 한 14행의 지유시이다.

 

● 출제목록

2008년 9월 평가원모의고사 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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