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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춘향유문(春香遺文)-춘향의 말·3

작성자kongja|작성시간08.09.18|조회수862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춘향유문.hwp

 

춘향유문(春香遺文)-춘향의 말·3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1연-임에 대한 이별의 인사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2연-임에 대한 당부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3연-임에 대한 영원을 사랑을 다짐함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兜率天)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4연-죽음을 초월한 임에 대한 사랑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불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여요. ▶5연-죽음을 극복하여 임과 재회할 것을 다짐함

-<시집 서정주 시선1956>

* 도솔천(兜率天) : 욕계 육천(欲界六天) 가운데 넷째 하늘.

 

󰁶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춘향의 말'이라는 부제가 붙은 세 작품 중 마지막 작품이다. 이 도령과 마주 보며 대화하는 형태이다.

열녀불경이부(烈女不更二夫)라는 유교의 전통적인 덕목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시로서 ‘유서(遺書)’라기보다는 이 도령과 마주 보고 하는 대화의 형태로 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월매, 향단과 함께 감옥을 찾아간 이 도령이 춘향을 상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시인은 이 내용들을 모티브로 삼았음직하다. 그러나 이 는 역시 지나치게 󰡔춘향전󰡕에 얽매이는 것이고, 수없이 많은 열녀설화를 남긴 우리의 고전적 여인네의 단호하고도 매서운, 그러면서도 불같이 뜨거운 애정과 정절이 작품의 전면에 부각된 고전미 넘치는 시로서 감상되어야 할 것이다.

▶ 성격 : 낭만적, 이상적, 동양적, 불교적(윤회사상), 시각적

▶ 심상 : 한국적, 고전적, 시각적, 동적 심상

▶ 표현 : 부드러운 독백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여성적인 섬세함과 부드러움 속에 강렬한 영상을 담고 있음.

▶ 운율 : 4음보를 바탕으로 한 내재율.

▶ 어조 : 여성적이며 섬세한 어조

▶ 구성 :

① 도련님과의 작별(제1,2연)

-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 도련님이 '나무' 같이 있으라고 한 제2연과 5연은 인과관계에 놓인다. 소나기가 되어 푸르게 나무를 적셔 줄 수 있듯이 그들이 사랑이 늘 풍성하고 싱싱하길 바라는 마음이 드러나 있다.

② 죽어서도 도련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각오(제3-5연)

- 시적 상상력 : 물 → 구름 → 소나기

▶ 제재 : 옥중의 유언

▶ 주제 : 시공(時空)을 초월한 영원한 사랑. (여인의 변함없는 사랑과 정절)

 

󰁶 연구 문제

1. 제3연의 저승과 춘향의 사랑의 비교는 어법적으로 적절하지 못하다. 이른바 ‘시적 허용’이라 볼 수 있겠는데, 시인이 이런 표현을 구사한 이유를 150자 정도로 쓰라.

☞결론부터 말하면 춘향의 사랑이 깊고 커서 죽음조차 춘향의 사랑을 가로막는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시인의 표현 욕구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어법에 맞게 표현한다면 ‘춘향의 사랑은 저승까지의 거리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멀고 또 크고 깊습니다.’로 우둔하고 산문적인 표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이 시에 나타난 배경 사상 두 가지를, 근거를 들어 50자 정도로 쓰라.

☞한국적인 여인의 정절이라는 유교 사상을 표면에, 불교적인 윤회 사상을 심층에 깔고 있다.

 

3. 춘향이 도련님을 보고 하필 ‘나무’ 같이 늘 안녕히 계시라고 말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50자 정도로 설명해 보라.

☞춘향이 불교적 전생(轉生) 끝에 ‘소나기’가 되어 이승으로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한 말이다.

 

4. 이 시에서 춘향이 죽어서의 변신을 나타낸 말들을 모두 찾아 쓰라.

☞검은 물, 구름, 소나기

 

󰁶 감상의 길잡이

춘향이 그처럼 많은 시인들에 의해 시화(詩化)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이 인간의 영원한 시적 주제라는 보편적인 이유 외에도 춘향의 영상이 한국인에게는 친숙한 것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인들에게 있어서 춘향은 시대적 제약 속에 있는 한 인간의 모습으로서보다는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화신으로서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감상할 󰡔춘향 유문󰡕도 시대적인 특수성이 희석된 사랑의 노래다. 유언(遺言) 형식으로 쓰여진 이 시는, 현실 속에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달은 한 여인의 독백을 통해 ‘저승’을 비춰 준다.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은 제3연의 ‘저승’이라는 시어와 만나서, 그것이 예사로운 인사말이 아님을 알게 한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도 오히려 초연할 수 있는 것은, 저승이 자신의 사랑보다 먼 ‘딴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죽음의 세계조차도 그의 사랑 안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춘향의 이 도령에 대한 사랑이 생사와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극대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시적 전개를 가능케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불교적으로 윤색되어 있는 이 시의 상상력은 윤회 사상(輪廻思想)에 의존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그것이 ‘물→구름→소나기’로 연결되는 자연스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나타난다. 그는 죽어서 지옥(천 길 땅 밑)에 떨어져 썩은 ‘물’로 흐르거나, 수증기로 증발하여 극락(도솔천의 하늘)에 올라가 ‘구름’으로 날더라도, 언젠가는 ‘소나기’가 되어 이승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믿는다. 시인의 이러한 윤회관이 전혀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고 설득력을 지니게 되는 것은, 그것이 움직일 수 없는 자연 현상에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 󰡔국화 옆에서󰡕가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일견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자연이나 우주의 현상 ―소쩍새 울음, 천둥, 무서리― 이 관여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듯이, 󰡔춘향 유문󰡕의 자연 현상도 그와 마찬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춘향은 도련님에게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 늘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한다. 왜 하필이면 ‘나무’같이 있으라고 했을까? 그것은 춘향이 불교적 전생(轉生) 끝에 ‘소나기’가 되어 이승으로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한 표현이다. ‘소나기’가 ‘나무’를 적셔 늘 푸르게 만들어 주듯이, 이 시에는 그들의 사랑이 늘 풍성하고 싱싱한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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