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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멸치 -김기택

작성자kongja|작성시간08.09.22|조회수780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멸치-김기택.hwp

 

멸치 -김기택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海溢)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 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생명(멸치)의 본래 모습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졌던 것이다

모래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생명을 상실하는 과정

[지금 젓가락 끝에 깍두기처럼 딱딱하게 집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금도 멸치의 몸통을 뒤틀고 있는 이 작은 무늬가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부르고

고깃배를 부수고 그물을 찢었던 것이다

▶생명의 본래 모습 회복에 대한 욕망

*저 딱딱한 것들: 밥상 위에 놓은 멸치 볶음(마른 멸치)

*물결: 멸치가 본래 지니고 있던 생명력을 의미함

*바닷속: 본래의 삶의 터전, 생명의 공간

*유유히~길이었다: 멸치가 지녔던 무한한 가능성

*햇빛의 꼿꼿한 직선(비생명성) ⇔ 부드러운 물결(생명성)

*부드러운~것이다: 생명력을 상실하는 과정

*그물=햇빛=바람=햇볕=공기-반생명, 멸치의 생명력을 빼앗는 요소들

* 물기: 생명력

*모래더미: 생명성을 상실하고 쌓여 있는 멸치의 모습을 비유

*[지금 ~물결이 있다]: 역설적 표현(죽은 것이 죽은 것이 아니다→생명의 복원에 대한 염원)

*바다=지느러미=물결=무늬-멸치=생명

*파도를 만들고~찢었던 것이다: 생명의 회복에 대한 소망. 점층적 과장적 표현

 

[핵심 정리]

▶성격: 반성적, 비판적

▶제재: 멸치

▶주제: 생명 회복에의 의지

▶시상전개: 멸치 반찬이 되기 전에 멸치는 생명이 있는 ‘물결’이었지만, ‘그물, 햇빛, 바람, 햇볕’등의 반생명적인 요소들에 의해 생명력을 상실하나, 그래도 딱딱하게 집히는 이 멸치에는 ‘바다, 지느러미, 물결, 무늬’등의 생명력이 있었다고 순차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상전개의 특징:

① 대조적인 심상을 가진 소재들을 활용하여 의미를 부각시킨다.

② 점층적인 표현을 가미하여 의미를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③ 대상 속의 숨어 있는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여 본래의 의미를 모색한다.

④ 화자의 정서를 직설적으로 노출하는 것을 피하여 시적 절제와 긴장을 유지한다.

▶감상: 이 작품은 밥상 위의 멸치를 보면서 생명에 대한 탐욕과 위협이 판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이끌어 내고 있다. 멸치를 모티프로 해서 현대 문명에 의해 파괴된 생명의 본래적 모습과 생명의 상실 과정, 그리고 그 회복의 소망을 순차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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