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현대시

노정기(路程記)(이육사)

작성자테라칸공|작성시간08.10.29|조회수1,743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노정기(이육사).hwp

 

노정기(路程記)(<자오선> 1937.12)

-이육사

목숨이란 마치 깨어진 뱃조각

여기저기 흩어져 마음이 구죽죽한 어촌(漁村)보담 어설프고

삶의 티끌만 오래 묵은 포범(布帆)처럼 달아매었다.

▶살아온 삶이 마치 황폐한 어촌의 풍경과 같음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건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西海)를 밀항(密航)하는 쩡크와 같아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풀어 올랐다.

▶젊은 날의 희망과 좌절

항상 흐릿한 밤 암초(暗礁)를 벗어나면 태풍(颱風)과 싸워가고

전설(傳說)에 읽어 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하는

그곳은 남십자성(南十字星)이 비쳐 주지도 않았다.

▶희망이 안 보여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난을 이겨 왔던 삶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화자의 처지

그리운 지평선(地平線)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식물(熱帶植物)처럼 발목을 오여 쌌다.

▶어두운 현실이 자신을 구속함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붙어 왔다

머 ㄴ 항구(港口)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生活)을 들여다보며

▶쫓기고 지친 모습으로 지난 삶을 회상함

* 목숨=깨어진 뱃조각 : 제대로 된 목숨이 아닌, 살아 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 목숨.

* 시적 자아의 꿈=밀항하는 정크(junk), 이루어지지 않는 큰 꿈을 위해 삶을 불태움

*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풀어 올랐다 : 고난과 시련의 연속인 삶

* 암초, 태풍 : 현실적 고난, 장애

* 산호도 : 삶의 지표, 목표

* 남십자성 : 희망* 시궁치 : 썩은 도랑

* 시궁치는 열대식물(熱帶植物)처럼 발목을 오여 쌌다 : 불안감과 강박 관념에 쫓김

* 거미 : 시적 자아의 상징(비주체성, 기생성)

--------------------------------------------------------------------

● 핵심정리

▶감상의 초점 : 현실적 장애(밤, 암초, 태풍 등)로 인해 암울하고 우울하며 슬픈 생활 속에서 이상적 삶의 세계(산호도, 남십자성)는 거리가 먼 채 슬프게 지내온 자신의 과거를 추억하고 있다.

▶제재 : 자신의 삶

▶성격 : 감상적, 자기 성찰적

▶주제 : 과거의 어두운 삶 회고 / 쫓기는 삶의 비애

▶구성 :

1연 : 고통스러운 삶의 모습 (자신의 삶을 황폐한 어촌의 풍경에서 찾음)

2연 : 젊은 날의 희망과 좌절(이루어지지 않는 큰 삶을 위해 삶을 불태움)

3연 :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고통(절망적 어두움)

4연 : 어두운 현실

5연 : 쫓기고 지친 나의 모습

 

☞ 시적 자아의 모습

→ '뱃조각', '시궁치', '거미'

→ 커다란 역경 속에 떠돌아다니는 방랑 의식 표현

→ '밀항하는 정크와 같다'에서 잘 드러남

 

☞ 표현

→ 부정적 용언과 하강적 체언이 집중적으로 사용됨

→ 부정적 용언 : '깨어진', '흐릿한', '못하는'

→ 하강적 체언 : '뱃조각', '티끌', '암초', '시궁치'

 

● 이해와 감상

육사시는 조국의 상실이라는 극한적 상황에 의한 비극적인 자기 인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초기시에 주로 나타나는 심상은 '어둠'의 이미지이다. 조국을 잃고 세계와 단절되어 빛을 잃은 그가 어둠 속을 걸어온 자신의 삶의 역정을 노래한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이 <노정기>이다.

이 시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시적 화자의 노정은 '물'의 흐름을 통하여 제시되고 있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마치 깨어진 뱃조각'처럼 여기저기 유랑하고 있기에, '흩어져 어설퍼진'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의 삶이야말로 다 부서진 티끌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화자는 행여 젊은 날은 어떠했을까 하고 뒤돌아보지만, '꿈은 서해를 밀항하는 쩡크'와 같은 고통이었으므로 그는 '소금에 절고 조수에 부풀어'오른 상처만을 확인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추억이 되고, 현재의 삶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젊은 시절이지만, 화자에게는 그것이 항시 고통스러운 항일 무장 독립 투쟁의 나날이었기 때문에, '남십자성이 비쳐 주지도 않'는 '흐릿한 밤'이요, '산호도는 구경도 못하는' 고달픔일 수밖에 없었다. '산호도'는 그가 추구하는 이상적 세계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의 시계(視界) 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막막한 곳을 찾아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을 이끌고 가려고 하지만,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같이 '다 삭아 빠진 소라 껍질'에 붙어 살아온 그로서는 그저 물처럼 흘러가 버린 지난 삶의 역정을 반추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고뇌 어린 삶의 역정기로서의 이 시는 그 전 노정을 '물'의 이미지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물'과 관련된 심상은 '배'·'어촌'·'포범'·'서해'·'밀항'·'쩡크'·'조수'·'암초'·'산호도'·'밀물'·'소라'·'항구' 등으로, 특히, 마지막 시행의 '흘러간 생활'에서 '흘러간'이라는 '물'의 이미지를 그의 생활에 투사하여 귀결시킴으로써 화자는 이러한 노정을 통하여 비극적인 자기 인식을 하게 된다. 치열한 현실 인식에서 배태된 이 비극적 자기 인식은 마침내 적극적인 저항 의지로 표출, <광야>, <절정> 등으로 가시화됨으로써 육사는 항일 저항 문학의 거대한 정점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양승준, 양승국 공저 [한국현대시 400선-이해와 감상]>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