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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도요새에 관한 명상-김원일

작성자테라칸공|작성시간08.10.09|조회수3,487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hwp

 

 

도요새에 관한 명상-김원일

 

󰁶 전체 줄거리

철새들 특히 도요새의 도래지로 유명한 동진강 하구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가 서술된다. 북한에서 재력있는 수산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아버지는 6·25때 인민군으로 참전하여 포로로 국군에 전향한 후 부상을 입고 대위로 예편한 사람이다. 그는 학교 서무과장을 지내면서 아내의 강요에 못 이겨 공금을 유용하다가 실직하게 된다.

51살의 실직자인 그는 북에 두고 온 애인에 대한 그리움을 버리지 못한 소극적인 인물이며 현실에 무관심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생활력이 강한 적극적인 인물로서 모든 일들을 맡아서 처리하나 무식하고 직선적이다. 그들은 단지 자식들을 매개로 부부 관계를 유지할 뿐 각자 별개의 생활로 서로 무관심하다. 큰아들 병국은 서울의 일류 대학에 다니던 촉망받는 존재였으나, 시국 사건에 뛰어들어 퇴학을 당하고 낙향을 한다. 그는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도전으로 조류와 동진강의 오염에 젊음에 불태운다. 둘째 병식은 재수생으로 무기력하고 줏대없는 행동의 소유자로서 용돈을 위해서 철새들을 박제하는 일에 협조하기도 한다.

이렇게 구성된 가족들이 엮어내는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사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 새떼를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환경 문제를 조사해 나가는 병국이의 집념, 항상 두고 온 고향을 그리며 살아가는 실향민인 아버지의 내면세계 등으로 이어진다.

한편 도요새를 노리는 밀렵꾼의 생태, 새들이 집단으로 죽어가는 원인과 동진강의 오염 상태 등을 추적하다가 군인들에게 붙잡혀 풀려난 병국은 새들의 죽음에 병식이가 관련되었다는 단서를 잡고 추궁한다. 그러나 동생은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못하면서 그런 문제에 열중하는 형을 경멸하고 무시해 버린다. 병국은 모든 공장들이 동진강 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면서 언젠가는 자신의 힘으로 동진강을 예전처럼 철새의 낙원으로 살리리라고 결심한다. <한국문학>(1979) 제68호

 

1부: 대입 재수생인 ‘나’(병식)는 동진강 하구에서 친구와 새를 밀렵한다. 날이 밝자, 집에 들어가니 형이 누워 있다. 형은 동진 바닥에 널리 알려진 수재로, 서울의 명문 국립대학에 입학했으나, 반정부 활동으로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내려왔다. 그는 요즘 환경 문제에 깊이 빠져 있다. 큰방에서는 아버지가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다. 그는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민으로, 시내 공립중학교 서무과장으로 있다가 엄마의 곗돈을 메우느라 공금을 빼돌린 일로 지난 해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침을 먹고 나니 부동산 투기에 손을 댄 엄마가 들어왔다. 엄마는 형의 일로 실망을 한 뒤로는 이젠 대학에 별로 욕심이 없다. 내가 학관(학원)비와 용돈으로 만 오천 원을 타내 집을 나서는데, 뒤따라온 아버지가 오천 원을 빌려 달라고 하지만, 나는 외면한다.

 

2부: ‘나’(병국)는 동진강 하구가 오염되어 오 년 전 보았던 중부리도요 무리를 볼 수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나는 대학에서 생물을 가르치며 수은, 카드뮴 등의 중금속 오염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는 고교 선배 정배 형을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대학에서 퇴학을 당하고 새에 빠져버린 나에게 엄마는 욕설을 퍼붓고 증오했지만, 아버지는 따뜻이 위로한다. 나는 썩어가는 석교천의 물을 시험관에 담아 돌아오다가 동진강 하구 쪽에서 올라오는 아우 병식과 그 친구를 마주친다.

 

3부: ‘나’(아버지)와 아내는 휴전이 되던 해, 재활원에서 만났다. 나는 고향 통천에 약혼녀가 있었지만, 그 곳에 가지 못하는 슬픔을 술로 달래며 살고 있었는데, 그런 내게 지금의 아내가 다가왔던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서 사랑을 느끼지는 못했으나 삼남매를 낳아 기르며,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개펄과 새들을 보는 것으로 달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집에 군인들이 찾아와 큰애를 찾는다. 전에도 근처 비료공장 사람들이 찾아와서 중금속을 배출한다고 큰애가 진정서를 넣었다며 한바탕 을러댄 적이 있다. 병국은 새들이 갑자기 떼죽음을 하는이유를 알아보려고 군 통제 구역에 들어갔다가 붙잡히게 된 것이다.

 

4부: 족제비와 병식은 독약(사이나)으로 물새들을 잡아 박제사에게 팔아 유흥비를 마련한다. 족제비와 헤어진 병식은 학관 앞에서 미리 와 기다리던 형 병국을 만난다. 술집으로 들어간 병국은 병식에게 새를 죽여 뭘 하느냐고 다그친다. 병식이 임자 없는 새 몇 마리를 죽였을 뿐이라며 신고를 하든지 맘대로 하라고 버티면서 두 사람은 주먹다짐을 벌인다. 병국은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냥꾼에 붙잡히고 폐수 속에서 살고 있는 도요새 무리를 생각한다.

▶주제 : 민족적 비극의 역사적 상황과 공해 문제의 도출(타락한 삶에 대한 비판과 순수한 인간성 회복)

▶등장인물

* 아버지 : 실향민, 고향을 그리워하는 소극적이고 이상적이나 자상한 면모를 지님

* 어머니 : 적극적이고 억척같은 생활인이나 무계획적임.

* 병국 : 장남. 수재이나 시국에 연루되어 퇴학을 당함.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행동적이며 적극적인 인물임. 도요새를 절대 자유의 상징으로 여기며 지키고 보호하려 함.

* 병식 : 동생. 재수생으로 현실적이고 이기적이며 타산적인 인물임. 도요새를 밀렵하여 박제상(剝製商)에게 내다 판다.

▶시점 : 1인칭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 이해와 감상

1976년 <한국문학>에 발표한 작품으로, 제10회 한국 창작 문학상을 수상한 중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분단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서정적인 배경과 더불어,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의 형태로 더욱 심화하여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통해서도, 타락한 세계에 대한 개인의 또 다른 저항 양태를 보여준다. 이것은 곧 순결한 의식의 영역을 스스로 지켜나감으로써 이 타락의 세계에 거부하는 태도임을 뜻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제각각의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1부에서는 아우 병식의 눈으로, 2부에서는 형 병국이, 3부에서는 아버지가 서술자로 등장하여, 절망적인 자아 인식, 환경 문제, 학생 운동, 노동 현장, 실향민의 향수와 같은 소주제들을 풀어내고, 4부에서는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서로 이질적인 인물들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내면성의 추구, 사건의 내면화를 최대한 살려 낼 수 있게 하고, 사건의 전개 발전을 밀도 있게 다룰 수 있게 하고 있으며, 결말에 이르러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환하여 독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기법상의 효과를 노리는 소설적 장치인 것이다. 이같이 김원일의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기법의 새로움, 소재의 특이성,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인물 유형의 설정 등을 통해서 참다운 삶의 진정성을 회복하려는 작가 의식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도요새'는 아버지와 병국 사이에 존재하는 정신적 유대감을 상징하는 기능을 한다. 아버지에게는 고향을, 병국에게는 정신적 자유를 상징하는 이 도요새는 이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이 상처는 민족 분단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작품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곧 6.25라는 비극적 역사에 대한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읽기>

[앞부분 줄거리] 촉망받는 수재였으나 시국 사건 때문에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동진강 하구의 집으로 돌아온 ‘나(병국)’는 강 주변의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 때문에 죽어 가는 철새에 관심을 갖는다. 이런 ‘나’의 행동 때문에 ‘나’는 공장주들로부터 무자비한 탄압을 받는다. ‘나’의 동생 ‘병식’은 친구와 함께 새를 밀렵하여 버는 돈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제방 길을 따라 동진강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해안 쪽 하늘은 노을이 자주색으로 침침해지고 있었다. 나는 석탑 서점을 들러 오후 세 시에 바닷가로 나왔었다. 그러므로 다섯 시간 가까이 석교천을 오르내리며 시간 차를 두고 미터글라스에 석교천 물을 수거하고 있는 참이었다. 피로와 허기가 전신을 휩쌌다. 밤을 몰아오는 바닷바람도 더욱 차가워지고 있었다. 나는 시험관 꽂이를 땅에 놓고 잠바의 지퍼를 목까지 당겨 올리며 석교 마을에 눈을 주었다. 잿빛 하늘 아래 눌려 있는 석교 마을은 읍 시절의 옛 모습이 아니었다. 사십여 호의 초가는 그 절반으로 줄어들어 알록달록한 기와지붕의 새 동네로 변했고, 포장된 앞길에는 시내버스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병풍처럼 마을 뒤를 가렸던 얕은 언덕의 소나무 숲은 매연으로 이미 고사해 버려 민둥산으로 벌겋게 버려져 있었다.

<중략> ▶산업화로 황폐해져 가는 석교 마을

내가 동진강 제방 둑길을 한참 내려가 하구의 삼각주 갈대밭이 멀리로 보이는 지점까지 왔을 때, 저쪽에서 남자 둘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둘의 더펄 머리칼이 드러나, 나는 그들이 공단의 공원이거나 아니면 학생으로 짐작했다. 한 녀석은 등산 백을 메고 있었고 복장도 등산복 차림이었다. 거리가 오십 미터쯤 가까워졌을 때, 내 도수 높은 안경을 통해서도 등산 백을 메지 않은 녀석의 걸음걸이가 퍽 눈에 익어 보였다. 병식이었다.

“어, 형 아냐?”

병식이가 손을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동진강 하구가 형의 서식처다 보니 형을 만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더랬지. 예감 적중이군.”

병식이가 씩 웃어 보였다.

“형님, 안녕하슈?”

병식이 친구가 등산모를 들썩해 보이며 아는 체했다.<중략> ▶‘나’가 동생 병식과 그 친구를 만남

나는 아우에게 별 할 말이 없었다. 독서실에 박혀 입시 공부나 하잖고 놀러만 다니느냐 따위의 충고는 이미 내 역할이 아니었다. 또한 대학을 도중하차한 나로서는 그럴 자격도 없었다. 그 점보다 이미 나는 아우의 어떤 면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고, 나를 보는 아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 봐.”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들 옆을 지나 어둠에 가라앉아 가는 바다 쪽으로 걸어갔다. 노을빛은 이제 완전히 사그라지고 바다는 암청색을 띠고 있었다. 싸늘한 바람이 귓불을 훑었다.

형, 곧장 걸어가면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돼.”

아우가 등 뒤에서 소리쳤다.

“난 새가 될텐데 왜 바닷속으로 들어가니? 비상을 하지.”

뒤돌아보며 내가 말했다. 다시 몇 발을 떼어 놓자, 이제 병식이 친구가 외쳤다.

형님 실례의 말 같지만 새가 되더라도 개펄에 떨어진 콩은 주워 먹지 마슈.

말을 마치자 두 녀석은 한바탕 신나게 웃어 젖혔다. 별 새겨들을 말 같지가 않아 나는 걸음을 빨리했다. ▶‘나’를 무시하는 아우와 그 친구

잿빛의 하늘을 배경으로 멀리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바람 소리 속에 끼룩끼룩 우는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여리게 들려왔다. 새의 울음소리, 그 소리는 들을 적마다 내 가슴을 새로이 두근거리게 하고 교감 신경을 자극하여 이상한 쾌감으로 마취시키는 경향이 있다. 마치 자기 짝을 부르듯 나를 부르는 소리로 변용되는 정다움과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었다. 병식이에게 말한 것처럼 나는 정말 새가 되고 싶었다. 새처럼 모든 구속으로부터 나를 해방시키고 싶었다. 내 고통의 근원을 심어 준 이 땅을 떠나 멀리로 완전한 자유인이 되어 이상의 세계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나그네새를 볼 때마다 간절하게 사무쳤다. 윤회설을 믿지 않지만 이승에서 새로 변신할 수 없다면 내세에서라도 새가 되어 태어나고 싶었다.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새가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새와 나를 바꾸고 싶었다. 선택권을 준다면 새 중에서도 시베리아나 저 툰드라가 고향인 도요새가 되어 날고 싶었다.

▶모든 구속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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