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곡 -박인로
천지간에 어느 일이 남들에겐 서러운가<자문자답>
▷세상에서 어떤 일이 남들에게는 서러운 일인가
아마도 서러운 건 임 그리워 서럽도다
▷아마도 서러운 것은 임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양대(陽臺)남녀 사이의 사귀는 정에 구름비는 내린 지 몇 해인가
▷임과의 사랑에 구름비가 내린 지 몇 해가 되었는가?
반쪽 거울 녹이 슬어 티끌먼지속에 묻혀 있다
▷반쪽 거울은 녹이 슬어 먼지 속에 묻혀 있다.
청조(靑鳥)도 아니 오고 백안(白雁)도 그쳤으니
▷(소식을 전해 주는) 청조도 오지 않고 흰 기러기도 오지 않으니
소식도 못 듣거늘 임의 모습 보겠는가
▷소식도 듣지 못하는데 임의 모습을 볼 수 있겠는가?
화조월석(花朝月夕)에 울며 그리워할 뿐이로다
▷꽃피는 아침과 달 밝은 밤에 울며 (임을) 그리워할 뿐이로다.
그리워해도 못 보기에 그리워하지도 말리라 여겨
▷그리워해도 못 보기에 그리워하지도 말리라 다짐해
나도 장부(丈夫)로서 모진 마음 지어 내어
▷나도 씩씩한 남자로서 독한 마음을 먹어서
이제나 잊자 한들 눈에 절로 밟히거늘 설워 아니 그리워할쏘냐
▷이제는 잊고 싶어도 자꾸 눈에 떠오르니 서러워서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워해도 못 보니 하루가 삼 년 같도다
▷그리워해도 못 보니 하루가 삼 년 같구나.
☞1~11행 :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
원수(怨讐)가 원수 아니라 못 잊는 게 원수로다
<언어유희>이별의 현실을 수용하지 못하고 서러워하는 감정표현
▷내가 임을 잊지 못하는 것이 원망스럽구나!
사택망처(徙宅忘妻)는 그 어떤 사람인고
▷이사할 때 아내를 깜박 잊고 가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그 있는 곳 알고자 진초(秦楚)엔들 아니 가랴
▷그 사람 있는 곳 알 수 있다면 아무리 먼 진초엔들 가지 않겠는가?
무심하고 쉽게 잊기 배워나 보고 싶구나
▷무심하고 쉽게 잊는 것을 배워나 보고 싶구나!
어리석은 분수에 무슨 재주가 있을까마는
▷어리석은 분수에 무슨 재주가 있을까마는
임 향안 총명이야 사광인들 미칠쏘냐
▷임에 대해 기억하는 힘만은 사광의 기억력인들 따라올 수 있겠는가
총명도 병이 되어 날이 갈수록 짙어 가니
▷(임에 대해) 기억하는 힘이 좋은 것도 병이 되어 날이 갈수록 짙어 가니
먹던 밥 덜 먹히고 자던 잠 덜 자인다
▷잘 먹던 밥도 못 먹고 잘 자던 잠도 못 잔다.
수척한 얼굴이 시름 겨워 검어 가니
▷야위고 마른 얼굴이 시름 때문에 검어지니
취한 듯 흐릿한 듯 청심원 소합환 먹어도 효험 없다
▷취한 듯 흐릿한 듯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
고황(膏肓)에 든 병을 편작(扁鵲)인들 고칠쏘냐
▷마음 속 깊이 든 병을 편작인들 고칠 수 있겠는가
목숨이 중한지라 못 죽고 살고 있노라
▷목숨이 소중하기에 죽지 못해 살고 있노라
☞12행~24행: 상사병 때문에 죽을 지경임
처음 인연 맺을 적에 이리되자 맺었던가
▷처음에 인연을 맺을 적에 이렇게 헤어지려고 맺었던 것인가
비익조(比翼鳥) 부부 되어 연리지(連理枝) 수풀 아래
▷비익조라는 전설 속의 새 부부가 되어 연리지 수풀 아래
나무 얽어 집을 짓고 나무 열매 먹을망정
▷나무를 얽어서 집을 짓고 나무 열매를 먹을망정
이승 동안은 하루도 이별 세상 안 보기를 원했건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하루도 헤어지지 않기를 원했건만
동과 서에 따로 살며 그러워하다 다 늙었다
▷동쪽과 서쪽에 따로 살며 그리워하다가 다 늙었구나
예로부터 이른 말이 견우직녀를
▷옛날부터 있었던 말이 견우직녀를
천상의 인간 중에 불쌍하다 하건마는
▷하늘나라의 인간 중에 불쌍하다고 하지마는
그리도 저희는 한 해에 한 번을 해마다 보건마는
▷그래도 저희(견우직녀)는 한 해에 한 번(음력 7월 칠석)을 해마다 보건마는
애달프구나 우리는 몇 은하가 가려서 이토록 못 보는고
▷안타깝구나 우리(나와 임)는 몇 개의 은하수(장애물)가 가리고 있어서 이토록 보지 못하는가
☞25행~33행: 임시 다시 못 만나는 애달픔
화자는? 나
대상은? 임
상황은? 임과 헤어져서 보지 못하고 있다.
정서 및 태도는? 임이 그리워 몹시 서럽다.
주제는? 임에 대한 그리움
• 해제 : 장부(丈夫)가 임을 절절히 그리워하는 형식을 빌려 변함없는 연군(戀君)의 정을 읊은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로, 박인로의 가사 작품 중 하나이다. “노계가집”(경오본)에 실린 작품으로, 임과 이별한 화자의 처지, 이별의 안타까움과 임에 대한 그리움, 임과의 재회를 바라는 심정, 그리고 임에 대한 변함없는 일념을 드러내고 있다.
• 주제 : 변함없는 연군의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