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막대 잡고 -우탁(禹倬)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싀 쥐고,
늙는 길 가싀로 막고, 오는白髮(백발) 막대로 치려터니,
白髮(백발)이 제 몬져 알고 즈럼길노 오더라. <청구영언>
[전문 풀이]
한 손에 막대를 쥐고 또 한 손에는 가시를 쥐고
늙는 길을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을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가 먼저 알고서 지름길로 오는구나.
[시어, 시구 풀이]
* 막 : 막대
* 가싀 : 가시
* 치려터니 : 치려고 하였더니
* 몬져 : 먼저
* 즈럼길 : 지름길. 첩경(捷徑)
* 白髮(백발)이 제 몬져 알고 즈럼길노 오더라. : 백발이 제가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아무리 막으려 해도 찾아오는 늙음은 어쩔 수가 없다는 뜻이다. 세월의 흐름은 인간의 능력으로 막을 수 없다는 무상감(無常感)의 표출로 이해할 수 있다.
[핵심 정리]
▷ 작자 - 우탁(禹倬 1263-1343) 자는 천장(天章), 역동(易東). 원종-충혜왕 때의 학자
▷ 연대 - 고려 말
▷ 갈래 - 평시조. 단시조
▷ 성격 - 탄로가(嘆老歌)
▷ 표현 - 대구법, 대조법
▷ 내용 - 초장(막대와 가시를 잡음) 중장(백발을 막으려 함) 종장(백발을 막지 못함)
▷ 주제 - 늙음을 탄식함
■ 작품 해설
‘탄로가(嘆老歌)’ 2수 가운데 한 수이다. ‘늙음’ 이라는 추상적인 인생길을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길로 전환시키고, 세월의 흐름을 가시와 막대기로 막으려는 발상이 재미있다.
인간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늙어감’과 ‘죽음’일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은 불로초(不老草)를 찾아 심산유곡(深山幽谷)을 헤매이지 않았던가. 탄로가(歎老歌)에 속하는 이 작품은 이와 같은 ‘늙어감’을, 나아가 인생무상을 달관한 경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작품으로, 시적 표현이 매우 참신하며 감각적이다.
세월(늙은 길)과 늙음(백발)을 구상화(具象化)한 공감감적(共感覺的) 이미지를 통해 늙음에의 안타까운 심정이 간결하고도 선명하게 표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