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소선 / 임방
[앞부분 줄거리] 기생인 자란(옥소선)은 어릴 적부터 평안도 관찰사의 아들인 도령의 시중을 들다가 장성하여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임기가 끝나서 서울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자 관찰사는 아들이 자란과 떨어지지 못할까 근심하여 물어보니, 도령은 자란과 헤어지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답한다.
이별의 날이 왔다. 자란은 눈물을 쏟고 목메어 울며 도령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했다. 하지만 도령은 조금도 연연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관아의 모든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며 도령의 의연한 모습에 감탄했다. 그러나 실은 도령이 자란과 오륙 년을 함께 지내며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던 까닭에 이별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고, 그래서 도령은 자신 있게 호쾌한 말을 내뱉으며 이별을 가볍게 여겼던 것이다.
관찰사는 임무를 마치고 대사헌에 임명되어 조정으로 돌아왔다. 도령은 부모를 따라 서울로 돌아온 뒤 차츰 자신이 자란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지만 감히 내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감시가 다가왔다. 도령은 부친의 명을 받아 친구 몇 사람과 함께 산 속에 있는 절에 들어가 시험 준비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벗들은 모두 잠들었는데, 도령 혼자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나와 뜰 앞을 서성였다.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이라 쌓인 눈 위로 달빛이 환했고, 깊은 산 적막한 밤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도령은 달을 바라보다가 문득 자란 생각이 들며 마음이 서글퍼졌다. 한 번만이라도 자란의 얼굴을 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어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되었다.
마침내 도령은 한밤중에 절을 뛰쳐나와 곧장 평양으로 향했다. 털모자에 쪽빛 비단옷을 입고 가죽신을 신은 채 길을 걷노라니 10여 리도 채 못 가서 발병이 나 걸을 수가 없었다. 시골 농가를 찾아가 신고 있던 가죽신을 내주고는 짚신을 얻어 신었고, 털모자를 벗어 던지고 그 대신 해지고 테두리가 뜯어진 벙거지를 얻어 머리에 썼다.
길을 가며 밥을 빌어먹다 보니 늘 굶주릴 때가 많았고, 여관 한 귀퉁이에 빌붙어 잠을 자다 보니 밤새도록 추위에 몸이 얼었다. 도령은 부귀한 집의 자제인지라, 기름진 음식만 먹고 화려한 비단옷만 입으며 곱게 자라 왔다. 대문 밖 몇 발자국도 나가 본 적이 없던 귀하신 몸이 졸지에 천 리 길을 걸어가려니, 쩔뚝쩔뚝 엉금엉금 아무리 애써 봐도 남은 길은 멀기만 했다. 게다가 굶주림에 추위까지 더하여 온갖 고생을 다 겪어야 했다. 옷은 해져서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얼굴은 여위고 까매져서 마치 귀신의 형상을 보는 듯했다. 산 넘고 물 건너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한 달 남짓 만에야 드디어 평양에 이를 수 있었다.
[A][곧장 자란의 집을 찾아가 보니 자란은 없고 그 어미가 홀로 있을 따름이었다. 자란의 어미는 도령을 보고도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도령이 다가가서 사정을 설명했다.
"나는 전관 사또의 아들일세. 자네 딸을 잊지 못해 천 리 길을 걸어왔네. 어디 갔는지 모르는가?"
어미가 그 말을 듣고는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딸은 새로 오신 사또 아드님께 총애를 받아 밤낮으로 관아의 산속 정자에서 함께 살고 있답니다. 사또 아드님께서 잠시도 밖에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으셔서 집에 못 온 지가 벌써 몇 달이나 됐지요. 도련님이 먼 길을 오셨지만 만날 길이 없으니 퍽 한스럽게 됐군요."
그러고는 도령이 전에 관찰사의 아들로 있을 때와는 달리 뜨악한 태도를 보이며 대접할 뜻이 없었다.]
[중략 부분 줄거리] 도령은 과거에 생명을 구해 준 아전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아전은 도령을 관아 안의 눈을 치우는 인부로 꾸며 자란과 대면하게 한다. 자란은 신임 관찰사의 아들을 속여 관아에서 빠져나온 후 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어머니를 질책한다.
자란은 한참 동안 운 뒤에 조용히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성안에 도련님이 머물 만한 곳이 달리 없으니, 필시 그 아전의 집에 계실 거야!"
곧바로 일어나 아전의 집으로 달려가 보니 과연 그곳에 도령이 있지 않은가.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자란은 도령을 자기 집으로 데려와 술과 안주를 성대하게 마련해 올렸다. 밤이 되자 자란이 도령에게 말했다.
"내일이면 다시 만나기 어려울 테니, 어쩌면 좋죠?"
두 사람이 마침내 은밀히 의논하여 도망갈 계획을 세웠다. 자란은 옷상자에서 비단옷을 꺼낸 다음 옷 속에 든 솜을 모두 끄집어내고, 또 약간의 금과 진주, 비녀와 패물 등 가벼운 보배들을 꺼내어 각각 보따리를 싸 두었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두 사람은 자란의 어미가 깊이 잠든 틈을 타 보따리를 이고 지고 몰래 달아났다. 양덕과 맹산 사이의 깊은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서는 시골 촌가에 몸을 의탁했다.
처음에는 그 집 머슴살이를 했는데, 도령은 천한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자란이 베 짜기와 바느질을 잘했으므로 그 덕분에 겨우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었다.
옥소선은 평양 감영 기생이었다. 그녀는 본래 가난한 집 딸이었는데 어려서부터 예쁘고 총명하였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일찍이 병으로 죽고 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지자, 그 때 평양 감영에서 기생노릇을 하다가 나이 들어 물러앉은 한 노기(老妓)가 그 어려운 사정을 듣고 그의 어머니를 찾아가 그 소녀를 자기에게 달라고 하였다. 그러면 자기의 딸로 삼고 가무(歌舞)를 가르쳐 기생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소녀의 어머니는 그렇게라도 하여 그 소녀를 굶지 않게 하려고 허락을 하였다. 그래서 그 노기는 소녀의 집에 쌀 한가마를 주고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리하여 소녀의 기명(妓名)을 옥소선이라고 지어주고 춤과 노래를 가르쳤다. 앞으로 기생이 되어서 남자들의 술시중을 들어 돈을 벌게 하기도 하고, 또 잘만 되면 사또의 고임을 받게 되기만 하면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것이다. 그러면 기생어미도 살판이 나는 것이다.
옥소선이 한창 나이 십팔 세가 되자 그의 미모가 날로 피어나고, 기생으로서의 재능이 제법 갖추어지고 있을 때 성(成)감사가 부임하였다. 감사는 외직(外職)이라고 하여 가족을 대동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나 아직 공부하는 아들이 있으면 임지에 데리고 간다. 이러한 도련님을 책방(冊房)이라고 부른다. 평양 감영의 책방도령이 된 성세창은 역시 십팔 세의 소년으로, 미남이고 의협심이 강했다.
어느 날 행랑아범이 몹시 피곤하여 사또의 말에게 물 먹일 일을 지체하다가 크게 야단을 맞는 일이 있었다. 그 때 성 소년은 조용히 나가서 몸소 물을 길어다가 물통에 채워놓아서 곤경을 면하게 해 주었다. 또 비가 몹시 쏟아지는 어느 날 잔치준비를 돕던 옥소선이 사기 접시를 떨어뜨려 깨쳐 기생어미에게 몹시 꾸중을 맞는 것을 보았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성세창은 귀여운 소녀가 눈물을 흘리며 쩔쩔 매는 것을 보고 기생어미에게 자기가 그 접시 값을 물어 줄 테니 그만 두라고 부탁하였다. 사또의 아들이 사정을 하니 감히 기생어미가 거역을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귀여운 도련님의 순진한 동정심을 귀엽게 받아드려 옥소선 나무라기를 중단하고 들어가게 하였다.
그날 저녁에 하루 일을 마친 옥소선은 책방으로 성세창 도령을 찾아왔다.
“도련님, 미거한 소녀를 가엾이 여겨 주셔서 곤경을 면하게 해 주셨으니 무엇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논어(論語)를 읽고 있던 세창은 책을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아까는 무심코 지나쳤으나 지금 자세히 내려다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아니다. 별로 큰일도 아닌데 뭘. 이리로 잠간 올라오너라.”
“아니옵니다. 기녀(妓女)가 도련님의 방으로 들어가면 큰일 납니다.”
“염려 말아라. 내가 먼저 청한 일인데 누가 뭐라고 한들 어떠냐?”
그래서 옥소선은 조심스러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책방도령이 묻는 말을 고분고분 잘 대답하였다.
그 뒤로 성세창은 기회가 있을 적마다 옥소선을 불러서 함께 앉아 이야기도 하고 글도 가르쳐 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두 남녀는 날로 정이 깊어갔다. 나중에는 술시중도 들더니 드디어는 밤에 사또 몰래 잠자리 시중까지 들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두 남녀는 오매불망(寤寐不忘)떨어질 줄을 몰랐다. 아버지인 성감사도 후에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그까짓 일은 사나이 한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큰 문제를 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두 사람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닥쳐왔다. 아버지 성감사가 공조판서(工曹判書)로 승진하여 내직(內職)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면 책방도령도 한양으로 돌아가야 하니 성세창과 옥소선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훗날을 기약하고 성세창은 아버지를 따라 한양으로 올라왔다.
성판서는 아들의 장래를 위하여 북악산 자락에 있는 망월사(望月寺)라는 절로 아들을 보내어 과거(科擧)에 응시할 준비를 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성세창은 북악산 중턱에 있는 망월사로 갔다. 그곳에는 공부하러 온 도령들이 댓 명이나 더 있었다. 그 청년들은 열심히 공부하는데 성세창은 눈만 감으면 아름다운 소선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점점 식욕마저 떨어져서 비쭉 말라가는 것이었다. 때때로 하인을 보내어 성세창의 식량과 갈아입을 옷을 조달하고 세창의 공부하는 모습을 살피던 그의 어머니는 큰 걱정이 되었다. 무슨 일이 있나? 어디 아프지나 않은가? 아무리 알아봐도 대답이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성판서에게 그 사실을 말하면 성판서는 좀 짐작이 가기는 했지만 젊은이가 한때 그러다 그치겠지 하며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성세창이 갑자기 사라졌다. 망월사를 찾아왔던 하인에게 그 소식을 들은 부모는 처음에는 그 아이가 밤에 홀로 나갔다가 호랑이에게 해를 당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하기도 하며, 아버지는 혹시나 하고 평양 감영으로 사람을 보내어 옥소선의 동태를 알아보게 하였으나 별 변동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편 옥소선은 성세창과 헤어진 이후 술자리나 감사의 잔치에 참여하여 시중을 들기는 하였으나 결코 어느 누구의 수청을 들으려고 하지를 않았다. 권세로 위협하고, 금은보화로 매수하려고 해도 절대로 지조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러할수록 한량(閑良) 선비들은 그녀를 정복해 보려고 별 수단을 다 썼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한양에서 사라진 성세창이 어느 날 평양에 나타났다. 그렇게 보고 싶던 옥소선을 만나려고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당장 옥소선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온 성도령을 보고 기생어미는 질겁하며 질책했다.
“도련님, 이렇게 무턱대고 찾아오시면 어떡합니까? 옥소선은 도련님을 한 때 심심풀이로 사귀었을 뿐, 지금은 사또의 사랑을 받아 아예 나오지 않고 관아에서 상주하고 있습니다. 괜히 새 사또에게 들켜서 큰일 나지 마시고 부모님께로 돌아가시우.” 하고는 문을 닫아버렸다. 그렇다면 평양감영으로 찾아가야 하겠는데, 새로 온 사또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으며, 또 기생을 찾아서 왔다고 밝힐 수도 없어서 그저 감영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그러다가 하루는 행랑아범을 만나게 되었다. 깜짝 놀란 행랑아범이 연유를 묻자 성도령은 소선을 보고 싶어 한양에서 이렇게 가출을 했노라고 이야기 하였다. 행랑아범은 성도령을 일단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음식을 대접하고 쉬게 하였다. 그리고 눈이 오는 어느 날 그를 마당쇠로 꾸며서 감영으로 데리고 들어가 마당을 쓸게 하였다. 감영 내부를 잘 아는 성도령은 마당을 쓰는 척 하다가는 내아(內衙)로 가까이 갔다. 과연 한 방에 있던 옥소선이 문을 열고 눈이 내리는 정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성도령이 그녀를 소리쳐 불렀다.
“소선아!”
깜짝 놀란 옥소선이 그를 바라보더니 문을 탕 닫으면서 소리쳤다.
“도련님, 망령이시우. 여기가 어디라고 그 모양을 하구 들어왔어요? 그냥 빨리 나가세요.”
성세창은 기가 막혔다. 틀림없이 반기며 쫓아 나올 줄 알았는데 그동안 마음이 변하여 감사의 여인이 되어버렸구나. 아 몹쓸 여인이여. 그리고는 가슴이 막히는 것 같아 그대로 관아를 빠져나와 행랑아범의 집으로 돌아왔다.
“아 기생이란 다 그렇게 지조가 없는 년 들 뿐이란 말인가!”
하늘이 무너져도 변하지 않을 줄로 알았던 사랑하는 여인의 변심을 확인하고는 너무나 낙망하여 그 집 사랑채에 쓸어져 누워버렸다. 행랑아범이 저녁상을 들고 들어왔으나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를 않아 거절하였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질 때였다. 홀연히 문밖에서 옥소선의 음성이 들려왔다.
“도련님, 소녀 소선이옵니다.”
“아니, 너는?”
"도련님 죄송하옵니다. 몹시 진노하셨지요? 아까는 관아 안이어서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이라 그러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러나 소녀는 변함없는 도련님의 옥소선입니다. 용서해 주셔요.“
용서고 뭐고가 없다. 성세창은 버선발로 뛰어나와서 마당에 꿇어앉은 소선을 끌어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세창이 한양에서 공부를 하던 중 옥소선이 그리워서 책이 손에 잡히지를 않고 몇 해를 지나다보니 드디어 병이 되어 죽겠으므로 부모님께 알리지도 않고 이렇게 찾아 왔다는 얘기를 했다.
“도련님, 소녀는 도련님을 모신 이래로 그 누구에게도 몸을 허락한 일이 없습니다. 앞으로 일생 도련님만 섬기겠습니다. 그러나 부모님께 불효를 저지르면서까지 우리 생각대로만 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소녀는 그동안 상당히 많은 보화를 모아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조용한 산 속에 집 한 채를 마련하여 드릴 것이니 도련님께서 거하시며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하실 때까지 뒷바라지를 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소녀를 찾지 마셔요. 소녀는 도련님이 모르시는 곳에서 그 날을 기다리겠사옵니다.”
이러한 말을 들으면서 성세창 도령은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일개 기녀가 이와 같이 굳건한 마음씨로 자기를 섬기는데 자기는 한낱 여색의 욕심에 빠져 선비의 분수를 잊고, 자식의 도리를 다 하지 못 한 것이 부끄러웠다.
“오냐, 소선아. 내가 잘못했다. 나도 사나이다. 네 말대로 하겠다.”
그 후 성세창은 모든 잡념을 정리하고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충청도 보은의 깊은 산속 옥소선이 마련해준 초가삼간에서 하인 한명을 두고 과거 준비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공부에 필요한 문방사우(文房四友)와 생활필수품이 적당한 때에 누구를 통해서인지 계속 조달되는 것이었다.
23세가 되던 해에 세창은 드디어 과거에 알성급제(謁聖及第)를 하였다. 그리고 임금이 내린 어사화를 머리에 꼽고 비로소 부모님을 찾아가서 용서를 빌었다. 꼭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과거에 급제한 선비로 돌아오니 부모는 꿈이 아닌가 싶어 그 기쁨을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세창 앞에 나타난 옥소선을 부모님께 뵙게 하고 허락을 받아 소실로 맞아 일생 행복하게 지냈다고 한다.
▶해제 : 야담으로 전해지던 것이 후대에 소설로 정착된 것으로, 양반가 도령과 천한 기생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무엇인지 모르고 의연하게 헤어진 도령이 이별 뒤에야 비로소 사랑을 깨닫고 모든 것을 버리고 자란을 찾아가는 모습이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란과 도령이 함께 야반도주하는 장면, 도령이 자란의 내조로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자란을 정실부인으로 맞는 결말 등 매우 흥미 있는 서사 구조이다. 애정 지상주의와 신분 상승의 요소를 적절히 섞어 중세적 신분 질서를 부정적으로 보는 독자층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줄거리 : 기생인 자란(옥소선)은 어릴 적부터 평안도 관찰사의 아들인 도령의 시중을 들다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관찰사의 임기가 끝나 도령이 서울로 떠나게 되자 자란은 몹시 슬퍼하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다는 의미를 몰랐던 도령은 의연한 태도를 보이며 떠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자란을 그리워하게 된 도령은 감시(監試)를 포기하고, 자란을 찾아 평양으로 온다. 도령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던 자란은 자신을 찾아온 도령과 함께 도망하여 시골에 은거한다. 자란이 헌신적으로 내조해 글공부에 매진한 도령은 마침내 과거에 장원급제고, 자초지종을 알게 된 임금의 명령으로 도령은 정실부인으로 삼게 된다. 그 후 도령은 재상의 반열에 오르고 자란과 백년해로를 한다.
▶주제 : 신분을 초월한 남녀 간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