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이야기
칠월 무더위가 시작되면
삼복 형제가 나타나서
서른 날쯤 머물러
맏이 초복이는 마음이 약해
중복이에게 더위를
물려주고 얼른 가 버려
둘째 중복이는 개와 고양이
사람들 목을 조이며
땀방울을 빼내고야 말지
열대야로 잠도 빼앗고 말이야
그러다 입추가 거는 딴지에 놀라
말복이에게 더위를 쑥 넘겨 버리지
삼형제 중 가장 축하 받으며 떠나는 건
막내 말복이 뿐이야
선물로 목걸이를 달아 주니
말복이는 조금 서운한 얼굴로
딸랑딸랑 푸른 종소리를 내며 떠나
주춤주춤 낮더위를 흘리면서 말이야
신재섭 동시집 《시옷 생각》(브로콜리숲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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