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 없는 가방
김세경
신발주머니를 뺑글뺑글 돌리다가
그만 손잡이가 투두둑 떨어졌다
저 멀리까지 도망친 실내화와
나뒹구는 수학 학원 책들을
꾸깃꾸깃 주워 담고
들고 가다가 손가락이 아파서
두 팔로 신발주머니를 안고 걸었다
내가 밟은 모래 냄새 잔디 냄새
꼬랑꼬랑 발냄새 땀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근데 신발주머니는 한번쯤 안겨보고 싶었을지도 몰라
맨날 손만 잡고 걷다가 한번쯤은 안겨보고 싶었을지도 몰라
붕어빵 봉투 꽈배기 봉투 도너츠 봉투
델리만쥬 봉투 호두과자 봉투 갓 구운 바삭한 바게트 빵 봉투
손잡이 없는 봉투들은 다 품에 안고 가니까
너무 무거워서 손잡이가 안 달린 택배 상자도
가슴에 안고 읏차차 들고 가니까
잡을 손이 보이지 않을 때는
따뜻하게 안아달라는 건지도 몰라
심장 소리가 듣고 싶다는 건지도 몰라
ㅡ제8회 혜암아동문학상 동시 당선작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