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장이 아버지
펄럭펄럭 함석을 말아
동그랗게 홈통을 만들고
물받이를 고인다.
아버지 손이
사다리를 괴고
해에 더 가까이
해님 턱밑까지
차양을 해 다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 손에 든 가위가
햇볕을 잘라낸다.
반짝 빛을 잃고
함석 오가리만큼
햇볕이
바닥에 내려와 눕는다.
해님에 사위는 풍롯불을
피워
납 녹인 물을 인두로 질러
함석을 접으면
아,
내가 침 발라 종이를 접듯
반듯한 금이 선다.
사다리 맨 꼭대기에
서서
차양을 해 다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 머리 위에는
차양이 없다.
이상교 동시집『우리 집 귀뚜라미』 (1988년 첫 동시집 그림을 새로 그려, 국민서관에서 2019년 재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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