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굴등 취수구에서 정읍 팽나무정까지... 유역변경식 발전의 흔적을 걷다
이완우
▲섬진강 옥정호 풍경 ⓒ 이완우관련사진보기
지난 6월 초순, 전북 임실군 운암면과 정읍시 산외면의 경계인 호남정맥 고개 가는정이 지역을 탐방하였다.
고개 아래 가까이 임실 옥정호 물결이 햇살을 받아 잔잔하게 빛났다.
2차선 도로가 지나가는 고갯마루 근처에 임실과 정읍의 마을이 이웃해 있었다.
이곳 가는정이 고개는 산악지대 섬진강과 너른 호남평야 동진강의 수계를 가르는 분수령이며,
섬진강 물이 동진강 수계로 옮겨지는 지점과 가까운 곳이다.
가는정이 고개의 남서쪽 1.3km 직선거리로 섬진강(옥정호) 굴등 취수구가 있고, 서쪽 0.9km 거리에는 팽나무정 방류구가 있다.
▲가는정이 고갯마루 ⓒ 이완우관련사진보기
일제강점기였던 1929년 섬진강에 운암댐이 축조되면서 운암호(현재의 옥정호)가 조성되었다.
운암댐을 축조한 목적은 운암호에 저수된 물을 동진수리조합 관개구역에 공급하고 수력 발전에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호남정맥 산줄기 바로 앞 동쪽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가는정이 서쪽으로는 멀리 낮은 지대에 호남평야가 넓다.
임실 운암호의 성옥산 자락 굴등 취수구에서 759m의 도수터널이 가는정이 아래 팽나무정 마을의 방류구로 연결되었다.
한국수자원공사 <물100년사>(2001년) 등의 자료에 의하면, 운암댐은 1925년에 착공하여 1929년에 완공하였다.
운암댐 위치에서 호수 수면으로 약 4.5km 상류에 1926년 7월에 도수 터널을 착공하여 1927년 5월에 완공하였다.
운암발전소는 1931년 10월에 준공되었다.
도수터널을 타고 쏟아지는 옥정호의 풍부한 수량은 운암발전소에서 발전하고, 동진강으로 흘러가 호남평야에 농업 용수로 공급되었다.
▲옥정호 옛 운암발전소 취수구 시설 입구 ⓒ 이완우관련사진보기
운암발전소의 굴등 취수구는 가는정이 고개 가까운 옥정호 호반 삼거리에서 범어마을(범어리) 방향으로 호반도로를 따라가면 약 2km 지점에 있다.
취수구 시설까지 수십 미터를 내려가야 하는 도로변에
한국농어촌공사 동진지사 '섬진저수지 운암취수탑'이라는 간판 옆에 '출입금지' 문구가 붙어 있었다.
굴등 취수구는 섬진강의 물을 동진강으로 보내는 남한 최초 유역변경식 발전 시설의 일부이다.
그러나 취수구를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곳 굴등 취수구가 호수 건너편 고재마을에서 원경으로 보였다.
▲옥정호 옛 운암발전소 굴등 취수구 원경 (2026.06.02.) ⓒ 이완우관련사진보기
운암발전소 취수구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 다시 가는정이 삼거리로 돌아왔다.
고갯마루에서 내리막 도로를 따라가며 도수터널 방류구를 찾았다.
옥정호에서 성옥산 자락을 뚫고 달려온 물줄기가 정읍 산외면 팽나무정 인근의 방류구에서 세차게 흘러나왔다.
현재 이곳은 농업용수 공급과 청정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하는 소수력 발전시설이 결합되어 가동 중이다.
▲정읍 성옥산 자락 팽나무정 도수터널 방류구 시설 이완우관련영상보기
▲정읍 성옥산 자락 팽나무정 도수터널 방류수 물길 이완우관련영상보기
콘크리트 인공 수로를 따라 맑은 물이 큰 소리를 내며 일정한 속도로 흘러갔다.
방류구를 나온 물은 동진강 수계로 흘러가 김제·만경평야 농업 용수로 이용된다.
팽나무정 방류구에서 흘러나온 물길을 따라 약 1.9km 내려갔다.
울창한 나무 몇 그루 뒤에 옛 운암발전소 본관 건물이 서 있었다.
과거 팽나무정 방류구에서 철제 수압관을 통과한 물로 전기를 생산하였다.
1965년에 섬진강댐이 완공되자, 이 신댐의 상류 2km 지점의 운암댐은 수몰되었다.
굴등 취수시설도 일부 호수 속으로 잠겼으나, 운암발전소는 1985년까지 운영되고 폐쇄되었다.
호남 지역에 전력 공급을 담당했던 발전소의 내부 설비와 수압 관로는 모두 철거되었지만, 콘크리트 외벽은 남아 있었다.
이 건물은 민간 단체에 매각되어 수양관 등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옛 운암발전소 본관 건물 시설 ⓒ 이완우관련사진보기
운암댐과 굴등 취수구, 팽나무정 방류구, 그리고 운암발전소. 현장에서는 이 곳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찾을 수 없었다.
호남정맥의 가는정이 고개는 섬진강 물길이 땅속으로 흘러 넘어가는 지형이었다.
호남정맥의 낮은 안부인 고갯마루에 서서 북서쪽의 묵방산(538m)과 남서쪽의 성옥산(388m) 방향을 둘러본 뒤 탐방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