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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제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정윤천 시인 인터뷰

작성자권상진|작성시간18.09.07|조회수104 목록 댓글 2

정윤천 “다시 시를 쓴다, 열심히 겸손하게 쓴다”

제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정윤천 시인 인터뷰

 

[문학뉴스=윤흥식 기자]  “한동안 시를 잊고 살았다. 다른 일을 하다 보니 시가 멀어졌다. 그러다 2년전, 시에 대한 그리움이 되살아났다. 광주의 한 평생교육원에서 시를 가르칠 때였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시를 썼다. 이전보다 열심히, 겸손한 마음으로 썼다. ”

 

 

계간 <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상의 제13회 수상자로 선정된 정윤천 시인(58, 사진)은  10여 년의 휴지기 끝에 두려운 마음으로 재개한 시 쓰기가 인정받게 된 사실이 상금보다 더 반갑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개인적으로 시와 떨어져 지내는 동안 동안 문단에도 변화가 있었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얘기되는 부분이 다양해졌다.  내 나름대로 시적 ‘갱신’을 추구했다고 하지만, 그게 들어설 만한 자리가 있는지에 관한 회의와 두려움이 없지 않았다. 이번 상 수상이 그 두려움을 어지간히 줄여줬다.”

 

한해 동안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 가운데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시편들을 선정해 시상하는 지리산문학상은 올해부터 상금을 1천만 원으로 늘리면서 전국적인 문학상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새로운 위상에  걸맞은 수상자를  내기 위해 심사위원들이 고심한 가운데  정 시인의 ‘발해로 가는 저녁’ 외 4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발해로 가는 저녁

발해에서 온 비보 같았다 내가 아는 발해는 두 나라의 해안을 기억에 간직하고 있었던 미쁘장한 한 여자였다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자전거를 다루어 들을 달리던 선친의 어부인이기도 하였다 학교 가는 길에 들렀다던 일본 상점의 이름들을 사관처럼 늦게까지 외고 있었다 친목계의 회계를 도맡곤 하였으나 사 공주와 육 왕자를 한 몸으로 치러냈으나 재위 기간 태평성대라곤 비치지 않았던 비련의 왕비이기는 하였다

막내 여동생을 태우고 발해로 가는 저녁은 사방이 아직 어두워 있었다 산협들을 연거푸 벗어나자 곤궁했던 시절의 헐한 수라상 위의 김치죽 같은 새벽빛이 차창 위에 어렸다가 빠르게 엎질러지고는 하였다 변방의 마을들이 숨을 죽여 잠들어 있었다

병동의 복도는 사라진 나라의 옛 해안처럼 길었고 발해는 거기 눈을 감고 있었다 발목이 물새처럼 가늘어 보여서 마침내 발해였을 것 같았다 사직을 닫은 해동성국 한 구가 아직 닿지 않는 소자들 보다 먼저 영구차에 오르자 가는 발목을 빼낸 자리는 발해의 바다 물결이 와서 메우고 갔다 발해처럼만 같았다

 

‘발해로 가는 저녁’은 정 시인이 지난해 세상을 뜬 어머니 영전에 바친 사모곡이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나라이자, 제국이며, 세계다.   어머니가 세상을 뜬다는 것은 발해처럼 깊이 다뤄지지 않는 고대왕국 하나가 스러지는 것과 같다 “고 시인은 시작(詩作)의도를 설명했다.

 

심사위원들은 ‘발해로 가는 저녁’을 포함한 정윤천의 시편들이 “기억의 지평선 아래 아득한 지점에 묻어두었던 것을 발굴해 드러내는 형식에 의존한다”고 평했다. 심사는 오태환  이경림  김추인 시인이 맡았으며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 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10월 6일 함양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지리산문학상은 첫해 정병근 시인을 시작으로, 그동안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류인서  박지웅 김상미 등 열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정윤천 시인의 이름을 보탬으로써 한국시단의 풍요로움을 더할 요람 역할을 자임했다.

 

전남 화순 출생으로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와  1991년<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정 시인은 그동안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구석> 등의 시집을 펴냈다.

 

그는  “돌이켜보면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그냥 읽고 지나가는 시를 썼던 것 같다”며 “요즘은 어떤 사물을 보더라도 그것으로부터 생성되는 사람살이에 더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마루

 

그가 이 莊園의 백년손님이었다는 사실을 전 쟁반을 들고 왔던 행랑 처자가 놓고 갔다 품이 깊었던 친구의 심성이 미더웠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마음이 시켰을지도 모르는 동작으로 신발코를 공손하게 돌려놓아 주었다 백 년 전부터 그래 왔다는 듯 검고 부드러운 윤이 슬어 있었다 마루라고 불리는 그런 일 앞에서였다.

 

hsyoon@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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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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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임지나 | 작성시간 18.09.07 문학 뉴스 정말 유익하네요! 열심히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권시인님 하트 뽕뽕 ~~~^^
  • 작성자김성신 | 작성시간 18.10.02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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