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 정말 내가 여태껏 헛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북노동항쟁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마음이 아파서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사북노동항쟁에 관련된 책도 얼마 안 되고, 사람들의 관심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 얼마 안 되는 정보에도 광부들이 노조지부장의 아내를 기둥에 묶어놓고 집단폭행과 성적학대 등을 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광부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환경은 덮어지고 있다. 참 진짜 안타깝다. 아마 노조지부장 아내 폭행사건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꽁꽁 숨겨져 아무도 모르는 사건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노동자들이 xxx을 해도 안 해도 결론은 노동자들의 주장은 이슈화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울 것 같다. 그래서 전태일이 분신자살로 자신의 의사를 알렸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사북항쟁의 광부 중 한사람이 인터뷰에서 "광부손은 까매서 그런지..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어도 아무도 잡아주지 않더라"하는데 눈물이 났다. 안타깝다. 지금 밀양할매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도와달라고 손 내밀면 도와주는 게 맞는 것 같다. 도깨비라도 불쌍하면 도와주어야 하는 것을.
전에 읽은 몇 권의 이옥수 소설이 왠지 공감가지 않는 이야기라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책 쓴다고 생각했는데 사북을 읽고 나서 마음이 달라진다.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자기이야기를 쓴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광부인 아버지 삶과 중학생인 자신의 삶이 같이 가는 것을 보여준다. 난 어려서 엄마아빠의 삶과 다르게 내 삶을 살았는데, 아빠는 계속 놀고, 엄마는 계속 일하고, 엄마는 우리에게 너네는 공부해라고 하고 본인이 모든 짐을 지고 가셨다. 이 책에 나온 집은 엄마, 아빠, 수하, 수한이 이렇게 넷이서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는 게 보기 좋아보였다. 그 와중에도 엄마는 주어진 광부 시스템 내에서 착취를 당하던 말든 미신을 따르며 하루하루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아빠는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시스템과 싸우려고 하는 모습들. 아이들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힘을 보태려고 하고, 그래도 노동자의 힘은 거대시스템에 비해 한없이 약하고, 30년도 더 지난 현재 우리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
마지막에 사북항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잡아가고, 고문하고, 감자처럼 온몸이 찌그러진 아빠와 함께 사북을 떠나는 수하네 식구들. 어떻게 살고 있을지 참 암담하다.
정배오빠. 지식인 같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을 비웃으면서도 함께하는 세심한 인격의 소유자.
춘배아저씨. 한 달에 반은 일하고 반은 노는 유쾌한 인간. 수하네 아빠가 만근해서 받아오는 돼지고기 같이 먹고. ㅋㅋ. 얄밉기도 할 텐데 같이 모여 사는 것 보면 좋아 보인다. 나도 좀 얄미운 사람 있어도 같이 가야지 하는 마음이 조금 든다. 아주 쬐끔.ㅋㅋ
유부남을 사랑한 미영언니. 정말 누군가를 사랑했는데 유부남이었다니 ... 나름 의리있는 멋쟁이아가씨.
이 책에서 수하엄마는 내내 몸을 사리고 산다. 남편이 열심히 투쟁하는 사이, 집에 숨어있다.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힘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데이비드 그리피스-는 말에 엄청 공감한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나도 용기가 없었다.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한동안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아이들을 용기 있게 키워야 한다는 명제를 보며 나도 용기가 없는데 아이를 어떻게 하면 용기 있게 키울 수 있을지. 정말 한동안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데, 나부터 용기를 내자는 게 결론!!!.
발제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