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우리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 존 버닝햄 글/그림
2016. 02. 22 / 발제자 신정민
여느 다른 존 버닝햄의 그림책과 비슷하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첫 번째 느낌은, ‘음,,, 뭐지?’. 단우를 무릎에 앉히고 함께 읽어 내려간, 『우리 할아버지』 역시, 어떠한 한편의 이야기가 쭉 이어진다거나, 다 읽고 나면, 응 그래 이 말을 하려던 거군 하는 나름의 정리가 전혀 되지 않는 적어도 나에게는 어렵고 희한한 그림책이었다.
자, 다시 한번 읽어보자, 대체 네가 말하려고 하는 게 뭐야?
다시 한번 읽는다, 사실 두 번으로도 여전히 부족하여 몇 번을 더 읽어본다. 어렴풋이 한쪽한쪽, 장면장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참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같이 씨앗도 심고, 함께 노래 부르며, 밤이면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를 듣고, 토라지기도 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소꿉놀이를 하고, 바다로 놀러도 가고, 평범한 듯 산책도 즐기며, 또 어느 단풍이 멋진 가을날엔 낚시를 하러 뱃놀이를 갔다가, 어느 추운 겨울엔 썰매도 타는, 그야말로 멋지고 소중한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그려놓은 할아버지와 손녀의 평범한 하지만 행복한 일상들이다. 할아버지의 곁엔 늘 손녀가, 손녀의 곁엔 늘 할아버지가 함께 한다. 그러다 찡 해 버린 건, 텅 빈 의자. 비어있는 의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펼치자 단우가 “할아버지 왜 없어?” 라고 묻는다. 읽어줄 글자가 없어 엄마도 당황했어 짜샤.
함께 읽은 단우는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게 또 보자! 하는데, 활자에 익숙한 어른의 시선으로 책을 읽.는. 나는 여전히 그림을 보.는.게 쉽지 않다. 글자가 없는 책일수록 더욱 어렵다.
나 어릴 적 우리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나와는 두 살, 세 살 터울의 연년생 동생들이 있어서였겠지만, 어릴 때 나는 시골 외가에서 자주 지내곤 했다. 그 기간이 얼마나 오랜 시간인지 또 얼마자 자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억 속에는 외가에서 보낸 장면장면으로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이 책에서 할아버지와 손녀가 그랬던 것처럼, 함께 바다로 여행을 가거나, 뱃놀이를 하거나 그랬던 특별한 일들은 아니었을지언정, 이모와 함께 퇴근하시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동구 밖으로 마중했던 기억, 할아버지가 일하러 밭에 가시면 같이 따라 나서서 그늘에 앉아 아카시아 나뭇잎을 한 장씩 떼어내던 기억, 또 할머니와 함께 밭으로 시원한 얼음동동 미숫가루 새 참을 배달했던 기억, 등 평범함 일상이지만 평화로운 기억들이다.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
나중에 단우가 커서 기억하게 될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문득 궁금해진다. 어떠한 장면을 간직하게 될지 잘은 몰라도 분명 따뜻함과 그 온기를 기억하리라 생각이 든다. 우리의 할아버지는 그러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