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유명 탤런트가 자신이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며 TV 공익 광고에서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게 된 것이 우리 사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최근의 일이다.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입양을 한 부모도 아이도 모두가 쉬쉬하며 주위에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다고 현재 사회의 의식이 확 바뀌어 그들에 대한 시선과 편견이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매체를 통해서 전파되는 것들이 사람 속에서 점 점 그들에 대한 인식과 편견을 조금씩은 포용해가고 있다고는 보여 진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낳은 정과 기른 정은 정말 별개의 감정일까. 그 속에는 분명 모두 사랑이 깔려 있을 것인데 그것은 각각 다른 걸까.
엄마는 정신과 의사, 아빠는 치과 의사라는 남들이 보기에는 좋은 환경으로 공개 입양된 하늘이. 그러나 정작 하늘이 본인은 누구보다 자신이 가슴으로 낳은 아이로 공개되고 다른 사람들에 입에 오르내리며 고아였다라는 것을 떠벌리고 싶지도 않다. 엄마의 의해 억지로 행복한 웃음을 지어야 되고 입양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알리는 것에 동원되는 것도 싫다. 하늘이는 어릴 때 심장병 수술을 받아 가슴에 해마 모양의 수술 자국이 있다. 할머니를 통해 해마가 암컷이 수컷의 육아낭에 알을 낳고 그 알을 수컷이 품고 다니다 수컷의 몸에서 새끼로 나오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수술 자국을 보고 해마를 가슴에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도 해마처럼 엄마는 데려다만 놓고 키우는 건 아빠가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처지와 닮아 있는 해마를 보면서 외로워한다. 그 외로움은 단단한 담장을 쌓은 농부의 집에 자신을 가두어 놓고 외부에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과 행복하고 싶은 하늘이의 간절함이 종이 모형 마을에 담겨 있다.
가끔씩 하늘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속을 뒤집어 놓는 말을 툭툭 내 뱉는 할머니. 그러나 며느리에게는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꼼짝없이 주눅 들어 눈치만 보며 자신을 한탄하는 할머니지만 하늘이에 마음을 알고 그것을 추슬러 주는 깊은 정도 느껴진다. 엄마를 무서워하고 그 앞에서 꼼짝 못하는 둘의 모습이 닮아 있다. 겉은 그럴싸하게 물질적인 것은 채워져 있을지언정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행복한 척 거짓 웃음을 기자들 앞에서 짓고 있다.
정신과 의사로 청소년 문제 상담가로 연예인보다 더 바쁜 엄마는 말은 하늘이에게 마음도 몸도 아프지 말라고 하면서 하늘이가 무엇을 힘들어 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틀 속에 맞추려고만 하고 겉에 드러나는 모습에만 신경 쓰고 있다.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급 성숙해 버린 한강이. 그 가족의 진정한 일원으로 보다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한강이가 입양아라는 사실 때문에 가출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교내 폭력으로 가출을 하게 되고 그 과정을 풀어 가는 것도 어설프게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입양 가족들이 겪을 수 있는 갈등과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되고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게 했다. 책 뒤에 나와 있는 것처럼 ‘가족은 운명적으로 주어지고 완성되어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하는 것’ 이라는 말이 참 공감이 된다. 낳은 정이나 기른 정이나 별개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과 의사이고 청소년 문제 전문 상담가인 엄마가 누구보다 사람의 심리를 잘 알 것 같으면서도 하늘이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엄마가 하늘이를 자식으로 마음에서 받아들이지 못했냐 그것은 아니고 엄마는 하늘이와 관계를 맺기를 못한 것 같다. 어떻게 딸과 이야기해야 하는지 소소한 것에서부터 함께 하고 나누면서 관계를 맺기 보다는 그저 자신의 잣대로 하늘이 보고 판단해서 관계를 맺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마지막에 작가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뒷심의 부족인지 아니면 행복한 결말을 맺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하늘이와 엄마, 그리고 한강이가 그 가족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과정을 좀 더 섬세 그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늘이의 독백으로 급진전되어 버린 갈등의 해소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와지지 않았다. 그래서 각 각의 해마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하늘이가 모형 집에서 그리고 있는 그 단단함과 행복이 견고하게 지어질 수 있을까 싶다.
* 나누고 싶은 이야기
1. 가족이란?
1. 입양에 대한 나의 생각 또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1. 하늘이가 살고 싶은 농부의 집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질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