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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선생님

일본 시키초등학교의 도서관교육 - '연어를 키운다' 야마키 키미노리 교장의 강연을 듣고...

작성자이샘-이호석|작성시간10.02.04|조회수188 목록 댓글 3

일본 시키초등학교의 도서관교육 - '연어를 키운다' 야마키 키미노리 교장의 강연을 듣고...

 

글도 쓸 수 있는 시기가 있다. 그 때를 놓치면 다시 쓰기가 쉽지 않다. 오늘 1시간 정도의 시간을 내서 학교독서교육활성화포럼에 참여했다. 어제 밤에 도교육청 홍보게시판에 글이 올라와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일본의 학교도서관 운영을 일본인이 직접 발표한다는 것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제주의 뜻있는 교사들에게 왜 홍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연히라도 봤으니 난 운이 좋다. 운도 좋지만 과감히 그곳에 찾아간 내 자신이 바로 나다운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는 것은 같이 나누어서 좋고,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1발표는 시키초등학교의 도서관 교육이란 주제로 야마키 키미노리 교장이 설명을 했고, 제2발표는 게이센 죠가쿠엔 중고등학교 교사인 모토야마 노리코가 발표를 했다. 그러나 제2발표는 나와 깊은 연관성이 없어 적지 않기로 한다. 그렇다고 게으르게 들은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가장 열심히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센터라는 개념보다 야마키 키미노리 교장의 강의가 더욱 열정적으로 들렸으며,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이 느껴져 좀더 그의 말에 집중하게 되었다.

 

제1발표는 매우 독특했다. 시키초등학교는 개교한지 135년 된 학교인데, 몇 년 전에 내진 진단 결과 불합격 판단이 났고, 주변에 공민관도 불합격 판단이 났다. 교육장이 고민 끝에 공민관과 공공도서관과 학교를 같이 만들었다. 이게 훨씬 비용도 싸고, 지역주민들이 학생들을 잘 돌봐주는 효과도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총 32억 6천만엔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쉬운 판단이 아니다. 행정기구가 조금만 달라도 통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만일 아이가 도서관에서 다쳤다면 그게 누구 책임인가를 두고 서로 발뺌하려 할 것이다. 일본인들은 '공동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교육장 자신이 부모가 없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큰 것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데 힘이 되었다 한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어린 시절을 겪은 사람은 많지만 왜 커서는 자신의 성장과정을 무시해버리는 걸까? 혼자 그 모든 고생을 참고 이겨낸 것처럼 떠들어댄다. 이 사람은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름 철학이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아동 장서가 3만 5천 권. 총 장서가 9만 권이다. 제주도 보통 학교도서관들이 1만 권인걸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물리적 차이말고 정신적 차이도 있다. 시키초등학교는 '연어를 기른다'란 모토를 내걸고 있다.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반드시 돌아온다는 동물이다. 시키초등학교의 교육은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교의 목표는 도서관 목표와 일치한다.

 

연어가 왜 고향으로 돌아오는지에 대한 상세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각각의 강의 냄새로 판단한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지만 확실치 않다. 현재 '태양 콤파스설'(물고기에게는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하여 방위를 정하여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설)과 '자기설'(지구의 자기를 느껴서 이동하는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러한 설에 비추어 생각해 본다면 학교에서 연어를 키우기 위해서는 '태양'과 '자기'가 필요하다. '태양'은 '평생동안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사람을 키운다'는 이념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평생교육 시설인 공민관(한국으로 치면 시민회관)과 도서관이 함께 공존하는 시키초등학교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도 돌아올 이유를 가진 태양이 빛나는 시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기'는 무엇에 해당하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기'는 사람이 발산하는 인간적 매력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교직원, 도서관 직원, 공민관 직원, 연어(평생학습시설에서 쉬지 않고 배우는 사람)의 선배나 후배, 동료들이다. 그곳에 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고 함께 얘기할 수 있고 활동할 수 있는 마음이 '자기'에 해당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직원들도 스스로 평생 배우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불특정다수가 출입하는 공공시설과 학교가 같은 지붕 아래에 있는 것이 안전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이들은 안전 확보를 위해 몇 가지 대응책을 가지고 있었다.

 

① CCTV를 설치하여 사각지대를 없앴다.

② 외벽의 대부분을 강화 유리로 만들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③ 학생들의 등교가 끝나면 교문을 잠그고, 공민관 사무실 앞이나 경비원실 앞을 통과하지 않으면 학교에는 들어올 수 없도록 하였다.

④ 도서간 이용자에게는 반드시 입관증을 부착하도록 하여 목적 없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하였다.

⑤ 전 교직원에게 간이휴대전화를 소지하도록 하여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⑥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학교 주변을 순회하도록 하였다. 또한 수업 시간에 자원봉사자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였다.

⑦ 서로 인사를 나누는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수상한 사람이 들어오기 힘든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재미있는 것은 옥상에 바이오톱(도심의 인공 생물서식 공간)을 설치하였더니 청둥오리 일가가 매년 찾아온다는 것이다. 처음엔 인기척을 느끼고 숨어버리지만 인내를 갖고 빵을 계속 주다 보면 먹이를 주는 사람을 기억하고는 나중에는 빵을 가지고 있기만 해도 가까이 온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청둥오리와 사람은 좋은 파트너가 된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드는 시키초등학교는 청둥오리마저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학교인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청둥오리와의 교류를 통하여 비록 작은 생물일지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자랄 것이다.

 

시키초등학교에서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사와 아이들만을 높은 담벼락 안에서 생활하도록 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을 걷어버렸다. 사실 내가 일본 오사카에 갔을 때 초등학생을 살해한 사회적 사건이 발생하여 학교담벼락이 성인 키의 두 배나 되게 쌓여 있었다. 학교담장을 허무는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었던 개인적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많은 학교들이 높게높게 담벽을 쌓을 때 이 학교는 오히려 학교를 개방하였다. 건전한 어른,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어른을 한 사람이라도 더 늘려가는 것이 아이들의 안전 확보로 이어진다는 생각에서였다.

 

산책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같은 점퍼를 입고 학교 주변을 걷도록 한다.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 연배의 고령자가 많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게 된다.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을 경우에는 즉시 직원에게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포켓 가든 자원봉사자가 있다. 아주 생소한 말이지만 듣고 보면 참 쉽다. 학교 구역 내의 작은 공간을 일반인에게 대여한다. 그곳에는 나무를 심어도 되고, 꽃씨를 뿌려도 좋다. 대여받은 사람에게 일임한다. 나무나 꽃에 물을 주면서 쉽게 학교에 올 수 있도록 한다. 그 사람 입장에선 작은 정원 가꾸기를 즐길 수 있고 학교로서는 잡초로 뒤덮이기 쉬운 장소를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놀이지원 자원봉사자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봉사이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다. 팽이나 오자미 등의 전통놀이나 도구를 만들어 논다.

 

학습지원 자원봉사는 도기 만들기, 서예, 고토(일본악기), 차도, 꽃꽂이, 수묵화, 육상, 수영 등 각 분야의 뛰어난 분들에게 교사와 함께 팀을 이뤄 지도한다. 자원봉사자 수는 연간 천 명을 넘는다. 또한 4학년 이상이 하고 있는 클럽활동에서는 패치워크, 어린이 에코, 마술, 바둑, 장기, 배드민턴, 파크골프, 탁구 등도 지도하고 있다. 교육비는 한 서클 당 연간 3,000엔~5,000엔 정도이다. 자신들이 도리어 아이들로부터 활력을 얻고 있다며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한다.

 

교육상담 자원봉사는 선생님에게 말하기 힘든 상담을 해주는 자원봉사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의 문제로 아이들이 안전성을 추구하는 그들의 인본주의의 정신을 찾아볼 수 있었다. 돈과 공간의 문제가 아닌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의 시각의 차가 우리와 큰 차이를 가져온다 할 수 있겠다.

 

시키초등학교 도서관의 목표나 방침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학년별 중점 목표는 내 눈에 크게 들어왔다.

독서지도

이용지도

1학년

쉬운 내용의 책을 자진해서 읽을 수 있다.

·기본적인 도서관의 이용방법을 알 수 있다.

·그림책이나 도감을 찾아 이용할 수 있다.

2학년

쉬운 내용의 책을 자진해서읽을 수 있다.

·책은 종류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류번호 2, 4, 9)

3학년

독서의 범위를 확대하여 독서량을 늘린다.

·도서의 분류를 알고 필요한 책을 찾을 수 있다.

·국어사전 사용법을 알 수 있다.

4학년

독서의 범위를 확대하여 독서량을 늘린다.

·도서의 분류를 알고 필요한 책을 찾을 수 있다.

·국어사전, 한자사전 사용법을 알 수 있다.

5학년

독서를 통하여 지식을 늘리고 사고를 심화시킨다.

·백과사전, 연감 사용법을 알 수 있다.

·조사한 것을 목적에 맞게 정리할 수 있다.

·저작권, 인용, 출전에 대해 알 수 있다.

6학년

독서를 통하여 지식을 늘리고 사고를 심화시킨다.

·백과사전, 연감 사용법을 알 수 있다.

·조사한 것을 목적에 맞게 정리할 수 있다.

 

뒤죽박죽 정해지지 않은 우리에 비해 일목요연하며 분명하다. 1년간 분명한 목표하에 학생들이 최소한의 것을 익혀야 한다는 읽어보면 느끼게 된다.

 

이들의 특별한 점은 챌린지 코너인데, 예를 들어 6학년의 공간에 챌린지 코너가 있다. (물론 전학년에 걸쳐 챌린지 공간은 있다.) 그 공간에는 학습에 도움이 되는 책이 놓여있게 되는 것이다. 야마키 키미노리 교장이 강연 중 갑자기 일본의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를 아느냐고 물어봤다. 그러면서 손을 들어달라고 했다. 아무도 손을 안 들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손을 들었다. 나를 보더니 야마키 교장은 "미야자와 겐지를 아는 분이 계시군요. 아시는군요."하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미야자와 겐지는 우리나라의 권정생 선생과 같은 사람이라 일본인으로서 당연히 물어본 것이다. 나 역시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내가 손을 들지 않았다면 그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답답한 벽을 느꼈을까? 내가 만일 일본에 가서 같은 상황이라면 "한국의 권정생 작가를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을 것이다. 야마키 교장은 6학년 교과서에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이 나오기에 챌린지 코너에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을 모아놓은 서가를 둔다고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스스로 읽어서 수업의 질이 높아지고, 교사도 별도의 시간을 뺏기지 않아 학습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챌린지 코너의 책들은 각 학년 학생들의 학습내용에 맞추어 배치되어 있다. 1~ 2학년은 그림책 중심으로, 3학년은 시키시와 관련된 책, 4학년은 사이타마현과 관련된 책, 5학년은 농림수산업, 상공업 등 일본 전체와 관련된 책, 6학년은 역사, 정치, 세계지리와 관련된 책을 상시 배치해 놓는다. 이 외에도 기간한정코너를 마련하여 아이들의 독서 욕구를 채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가별 코너가 바로 그것인데 니이미 난키치, 미야자와 겐지, 무쿠 하토주 등 국어교과서에 게재되어 있는 작가의 작품을 모아 아이들의 눈에 띄는 장소에 전시해 둔다. 이는 아이들이 그 작가의 작품에 대해 배우는 시기와 거의 일치되도록 하고 있다. 교과서 작품을 읽고 흥미가 생기면 '같은 작가 작품이 여기도 있었네.'하고 기뻐하며 책을 뽑아들게 되고 아이들이 독서세계가 넓어지는 것이다.

테미별 코너는 국어의 설명문 교재와 관련된 책, 예를 들면 자동차, 동물의 새끼, 개미, 침팬지, 물고기, 자연과 관련된 책, 그리고 종합적인 학습테마인 인권, 복지, 일본문화 등과 관련된 책을 다른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전시해 놓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 테마에 관해서 계속해서 조사를 하기 때문에 관련 책을 연이어 읽게 된다. 아이들로서는 책을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므로 능률적인 학습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도서신청 코너이다. 이로하 유학도서관에서는 원하는 책이 없을 경우 시내의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거나 서점에서 구입하여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대상이 아이들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배울 수 있게 한다는 일관된 자세로 임하고 있다. 원할 때 바로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때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얼마간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빨리 읽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져 책이 도착했을 때는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게 된다. 책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것은 도서신청 코너에 '0학년0반 000학생 책이 도착했습니다.'라고 게시하게 된다. 이것을 본 아이들이 이로하 유학도서관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흐믓하다고 한다.

 

그럼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몇 권의 책을 빌릴 수 있을까?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공립도서관 도서카드를 만든다고 한다. 이 카드가 있으면 책은 한 사람당 10권 이내, CD와 DVD는 한 사람당 3장까지 빌릴 수 있다. 그 밖에 단체 대출제도를 이용하면 3개월 600권 범위에서 책을 빌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사시사철 풍요롭게 시의적절한 독서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이 일은 시키시의 임시직원인 도서상담원이 맡고 있다. 교사가 작성하는 각 학년의 학습지도계획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각 학년의 교사와 상의하면서 상당한 끈기가 요구되는 이 일을 열과 성을 다해 부지런히 움직인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도서관 직원들은 모두 친숙하다. 도서관 직원 중에는 아이들의 독서경향이나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까지 파악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린이 도서 코너에는 가미시바이(그림연극, 이야기를 몇 장의 그림으로 그려 넘겨가며 설명함) 교재가 빽빽하게 꽂혀 있는 공간이 있다. 가미시바이의 커다란 그림은 저학년에게 인기가 많다. 저학년 어린이들은 스스로 읽는 것보다 누군가가 읽어주는 것을 좋아해서 고학년 도서위원 형이나 누나들이 읽어주기도 한다. 가끔 근처에 사는 어린 아이들이 모여들면 미니 가미시바이 공연이 시작된다. 가미시바이를 통해 아이들과 아이들의 마음이 서로 이어지는 모습이 공연을 보는 이들에게까지 전달된다. '또 읽어주세요'라는 어린아이의 부탁에 환한 표정으로 끄덕이고 있는 고학년들이 믿음직하게 보인다. 신문 잡지 코너에서는 어른들 옆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아이들도 눈에 띈다. 조사학습 코너의 좌석은 40석이다. 이는 현재 일본 법률에 규정되어있는 학급당 최대 학생 수와 같기 때문에 어떤 학급이든 여기에서 수업이 가능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도서관을 드나든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손님으로서 방문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항상 친절하게 책을 대출해주고, 반납을 처리해주거나 도서신청에 응해주고, 조회를 해 주는 동경의 대상인 도서관직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대출업무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참여시간은 오전 중 30분 동안의 쉬는 시간과 점심식사 후의 15분 동안이다. 대출은 5, 6학년의 도서위원이 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주소와 전화번호는 알 수 없도록 컴퓨터 조작이 되어있다. 대출업무를 돕는 아이들은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긍지를 갖고 기쁜 마음으로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책 읽어주기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도서관 한쪽 구석에 육각형 모양의 이야기방이 있다. 8조(360cm×360cm) 정도의 넓이로 다다미를 깔았을 뿐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블라인드를 내리면 책을 읽어주는 대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멋진 공간으로 변신한다. 말하자면 영화를 보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영화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주 대상은 1, 2학년생들이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있거나 흥미를 가질 거라고 생각되는 책들을 찾아 학교의 도서상담원이 정기적으로 읽어주고 있다. 때로는 어렸을 때 이렇게 책을 읽어주는 것을 들었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사회체험학습을 계기로 책을 읽어주는 입장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이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국유학생들이 일본어와 한글 양쪽으로 읽어주었을 때에도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다음은 책 소개를 통한 지역과의 교류에 대해 알아보자. 사람은 재미있는 책이나 감동받은 책, 도움이 되는 책을 읽으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서 안달나기도 한다. 그럴 때를 놓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책띠를 만들게 하면 아이들은 열심히 몰두한다. 스스로 삽화를 그려 넣는 모습이 아주 즐거워 보인다. 이 활동은 글짓기를 잘 못하는 아이들도 좋아한다. 글을 길게 많이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쓸데없는 것은 쓰지 않는 편이 읽고 싶은 욕구를 높이기도 한다. 만일 추리소설에 '범인은 00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면 더 이상 그 책을 읽고 싶은 의욕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자, 범인은? 당신은 맞출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은 명탐정이 될 수 있을까?'와 같이 쓰는 것이 이를 본 사람들의 독서 의욕을 고취시킬 것이다.

 

아이들이 만든 책띠는 도서관 입구에 있는 굵은 기둥에 게시된다. 그리고 실제로 책에 둘러 놓는다. 이 책을 빌리는 사람이 있으면 도서관 직원은 한 장의 편지지를 건네면서 부탁을 한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띠를 만든 학생에게 편지를 써주세요." 사람들은 대부분 기꺼이 동의한다. 편지는 도서관직원을 통해서 아이들에게도 전달된다. "책 읽었습니다. 당신이 말한대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조마조마했습니다. 또 재미있는 책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이런 편지를 읽는 아이들이 표정은 기쁨으로 넘쳐난다. 책을 통해서 그 지역의 키다리 아저씨와 아줌마의 마음의 교류가 깊어져 가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의 책 소개 부분은 참 감동적이었다. 우리나라 교장선생님들은 대부분 권위적이다. 권위가 있어 권위적이면 좋은데 껍질만 있는 거 같다. 역대 교장들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잘 짜놓은 유리가 달린 서가에는 읽지도 않는 하드보드지 굵은 책들이 들어있다. 품위는 있을지언정 손이 잘 가지 않는 책들이다. 그런데 야마키 교장은 우리의 교장과는 다르다. 교장선생님도 쉬는 시간에는 공공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책을 즐겁게 고르고 있는 교사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 또한 도서관교육이다. 모든 학생들이 모이는 조회시간에는 교장선생님이 훈화 중에 책 이야기를 화제로 삼기도 한다.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는 왕자에게 있어서 둘도 없이 소중한 한 송이의 장미꽃과 지구에서 알게 된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인 여우를 등장시키면서 정말로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나 반리에의 『크리스마스 슈즈』에서는 가족에게 있어서 진실로 중요한 것은 물건이 아닌 그 사람과 같이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니이미 난키치의 『꽃나무 마을과 도둑들』, 사이토 류스케의 『혀 내민 춈마』 등을 훈화 중에 얘기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 아이들의 독서생활이 활성화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다. 참 훌륭한 교장이다.

 

강의가 막바지로 흐르면서 다시 연어 이야기를 꺼냈다. 연어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것은 자연계에 있어 정말로 신기한 현상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자연계의 일원인 우리 인간은 고향으로 돌아가는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매일 도서관교육을 통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키우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다. 지금 우리들이 노력하고 있는 일들은 다음과 같다.

 

①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예절교육

②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나게 해 주기

③ 틀림없이 좋은 책일 것이라는 직감력 키우기

④ 공공도서관을 친근한 장소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

⑤ 책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과의 교류를 만들고 그 교류를 돈독히 하기

⑥ 교직원들 스스로도 매일 책을 가까이 하는 자세 보이기

⑦ 이용자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기

⑧ 지금의 훌륭한 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며, 항상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고맙다는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도록 지도하기

 

8번을 또 한번 읽어보라. 우리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우린 그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지금의 학교도서관도 매우 훌륭하다. 그것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너무나 함부로 도서관의 책들을 대하며, 연체는 밥 먹듯 한다. 도서관을 대하는 우리 아이들의 태도를 바꿀 수 없을까? 도서대출해주러 오신 어머니들, 아침도서관 문을 열어주는 어린이사서 아이들, 추울 땐 따뜻한 히터와 더울 땐 시원한 에어컨을 켜주는 학교도서관에게 아이들은 얼마나 고마워하며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말이다.

 

복합시설로 바꾼 지 7년째가 된다고 한다. 내년에는 드디어 1회 졸업생들이 스무 살이 되는 해를 맞이하는데 늠름하게 자란 연어들이 돌아오기를 기대한다며 강의를 마쳤다.

 

* 이 긴 글을 쓰면서 보람 있었다. 강의만으로 부족한 그의 생각을 좀더 분명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그의 입장이 되어 같이 즐거워했다. 내가 많은 사람 앞에서 올바른 독서교육에 대해 이야기한 듯한 느낌이다. 마음이 가볍고 기쁨이 솟는다. 좋은 글을 만나면 읽는 이가 즐거운 법이다. 여러분도 제 글을 읽으며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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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물별 = 이윤숙 | 작성시간 10.02.07 ^-^ 좋은 강의 내용을 나눠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저도 입가에 웃음이... 비슷한 느낌과 마음이겠지요? ㅎ 올 한해도 도서관에서 행복해 볼랍니다.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그랬음 좋겠네요.
  • 작성자물별 = 이윤숙 | 작성시간 10.02.08 함께 읽고 싶어 업어 갑니다.^.~ 업어 갈려고 했는데 스크랩을 허용하지 않으셔서;; 아쉽네요.
  • 작성자이샘-이호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2.08 이 글은 어도연 동화읽는선생님 게시판에 있으니 그 곳에서는 퍼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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