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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2월 그림책 작가 김동성 선생님 인터뷰

작성자이샘-이호석|작성시간10.04.15|조회수258 목록 댓글 0

일러스트레이터 김동성 작가님 인터뷰                                     20081230

 

 

 

 

1. 우연한 기회로 <삼촌과 함께 자전거 여행> 그림 작업을 하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책이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첫 작업이셨다는데 어떻게 기회가 닿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 첫 작업에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처음에는 일러스트에 대해 단순히 피상적이고 막연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95년 대학 졸업 후 2년 정도 디자인회사에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학교 후배의 소개로 이호백 재미마주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때의 인연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게 되어 동화작가 채인선 선생님의 <삼촌과 함께 자전거 여행>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으로 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의 동기로 작업이 시작되는 회화와 달리 보는 이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야 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은 그런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목적을 충족시켜줘야 하는데, 그에 맞는 적절한 준비과정이 없었던 저로서는 처음에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무척 힘들고 막막한 작업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주어진 텍스트나 요구하는 내용을 비주얼로 밀도 있게 연출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회화 작업할 때는 생각지 못했던 책이라는 물리적 성질, 캐릭터 설정, 상황 묘사, 글과의 관계 모든 것들이 어려운 난제였던 것입니다. 결국 일 년 정도 작업한 그림을 다 뒤엎고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서 책을 내게 되었지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저한테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2. 첫 작업을 마친 뒤에 바로 다음 작업을 맡으셨나요?

-. 일러스트레이터로 데뷔하고 자리 잡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 궁금합니다.

힘든 신고식(?)을 치른 후에 나름의 절박한 심정으로 1년 정도 새로운 일을 찾아 다녔습니다. 경우에 따라 퀄리티의 부족으로 실패도 있었고 자신감도 떨어졌지만 오히려 그때가 가장 진지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느 분야나 그렇듯이 새로 입문해서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기까지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한 수 배운다’라는 마음자세로 일을 받는 것이 자기개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3. 작업 스타일을 알려주세요.

  -. 하루 작업 시간이나 선생님만의 습관이나 독특한 방식이 있는지.

  -. 마감시간과 완성도 사이에서 고민될 때 어떻게 하시는지.

 

 하루의 작업량은 일정하지 않지만 취침이나 식사 시간 이외에는 본능적으로 붓을 잡습니다. 특히 새벽에 작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습관이라면 그림을 그릴 때 그 그림의 분위기에 맞는 특정한 음악을 틀어 놓고 작업을 합니다. <엄마마중>의 경우 안전지대의 발라드 곡, <들꽃아이>의 경우 김민기, 양희은, 정태춘의 곡, <나이팅게일>작업할 때는 그룹 퀸의 곡 이런 식인데 해당 작업 내내 그 음악만 들어요. 아니 작업 하다보면 그 음악만 찾게 됩니다. 작업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틀어놓고 일종의 자기최면을 거는 방식인데 텍스트에서 받은 감정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는 입장인 저한테는 적잖이 도움이 됩니다.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마감 약속은 중요하죠. 게으른 저는 잘 못 지키는 편이지만, 사회와의 소통을 전제로 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서 마감약속은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신용과 직결되는 문제라 꼭 지켜야 할 요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마감이라는 것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양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출판된 책의 그림으로 독자에게 말을 하는 것이지 마감의 사정을 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마감 내에 작업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그리다 만 그림’이 나오는 결과가 없도록 일정에 대한 조절을 시작할 때 확실하게 해 놓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4. 슬럼프는 없으셨나요? 일이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슬럼프는 주기별로 온다기보다는 요즘에는 시간별로 오는 것 같습니다.(웃음) 그 때는 붓을 놓고 무조건 쉽니다. 개인적인 극복 요령은 화집이나 영화를 봅니다. 잠깐잠깐 보는 식이죠. 소위 ‘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기’라는 세기 전의 영국과 미국 작가들, 특히 아서 랙컴이나 노먼 록웰, 오브리 비어즐리의 그림을 보면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5. 구체적인 이야기로, 후반 작업은 컴퓨터 작업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 컴퓨터로 작업하시는 것인지요? 수작업으로 끝내지 않고 컴퓨터를 이용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연필로 선 작업을 하고 완성된 스케치를 스캔을 받아 컴퓨터에서 채색을 하는 방식입니다. 컴퓨터로 작업을 마치는 이유는 여러 다양한 시도나 방식을 경험해 볼 수 있는데 색을 바꾼다거나 분위기의 변화라던가 위치 변경 등 생각나는 것을 그때그때 적용해 볼 수 있거든요. 수정이 힘든 수작업의 단점도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되겠지요.

 

 

6.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늘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글에서 받는 감정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어떤 느낌을 전달할 것인지 확고한 컨셉을 정하고 그것을 표현하려 노력합니다. <메아리>의 경우 내용도 그렇지만 산골의 흙과 같은 뉘앙스를 위해 번지는 느낌보다는 장지에 갈필로 거친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고, <엄마마중>의 짧은 텍스트에서 느껴지는 단순함과 상징성은 딱딱한 선묘와 장면연출로, <나이팅게일>에서는 중국황실이 무대인 판타지이고 자연과 인공에 대한 대비가 주제여서 최대한 색을 화려하게 썼습니다.

그리고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출판의 특성상 책이 가지고 있는 물질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유효적절하게 장면연출을 구성하는 것이 특히 그림책 작업에서의 기본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7.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 작업만 하시는데 글에 대한 욕심은 없으신가요? 계획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작업하실 글을 많이 고르시는 편인지, 어떤 기분을 갖고 계신지요?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아 설명할 정도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어요.

글을 선택할 때는 당연한 얘기지만 우선 저한테 맞는 원고인지, 제가 소화해 낼 수 있는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나 소재 중심으로 취사선택하죠. 그렇지 않은 원고를 만났을 때는 필연적으로 막연하고 실감나지 않는 그림이 나옵니다. 대상에 대한 작가의 관심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죠.

 

8.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평소 노력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주안점을 두진 않지만 일단은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려고 합니다. 책, 영화, 음악, 그림 등을 접하며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상상력을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특히 영화는 많이 봐요. 작가주의 영화도 좋아하고 코미디도 좋아합니다. 영화는 특히 화면 연출에 많은 도움이 돼요. 실제 작업에도 많이 적용합니다. 그래서 일러스트 일을 하기 전에는 영화를 그저 즐기기만 했는데 지금은 작업자의 입장에서 소위 ‘뜯어보려는’ 버릇이 생겼어요.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과 김기덕의 영화들, 그리고 구로사와 아키라, 우디 알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영화를 좋아해요.

화가는 벤 샨, 오윤, 케테 콜비츠등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문제의식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현실 참여적 작가들의 그림을 특히 좋아합니다.

 

9. 일러스트레이터가 갖추어야 할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을 몇 가지만 짚어 주세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입니다. 그것은 곧 작가의 개성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거기서 자신의 스타일이 나오는 것이고 표현됩니다. 종종 단순히 그림스타일에 대해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경우를 보는데 스타일이라는 것은 억지로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생각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일종의 스타일이 생기는 것이겠죠.

 

10. 선생님 팬이 참 많습니다. 좋아하는 까닭은 저마다 다를 수 있는데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선생님이 지닌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나는 '어떤 작가다'라고 한다면 '어떤' 작가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림을 생각하면 저는 아직 배가 고픕니다. (웃음)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제 그림에 대한 정체성의 고민은 여전히 계속하고 있습니다.

 

11.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신 지 십 년이 넘었는데 달라진 게 있다면?

  -. 앞으로 십 년 뒤에 바라는 모습은?

제가 처음 입문했을 때보다는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랄까 대우가 좋아졌습니다. 더불어 작가들의 작품들도 폭이 넓고 다양해졌고요. 바람은 어린이 책 분야에 한정 짓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현재도 어린이 책 분야뿐 아니라 광고나 다른 분야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합니다만 아직 제 것이라고 말할 결과물이 그리 많진 않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기회가 되면 음악을 주제로 한 아트 북 작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12. 선생님이 작업하신 책 가운데 마음에 드는 한 권을 뽑으라고 한다면 어느 책을 꼽으시겠어요?

 마음에 들기보다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있어요. 권정생 선생님이 글을 쓰신 <비나리 달이네 집>입니다. 거의 외경에 가깝게 존경하는 분의 글에 제 그림을 더한다는 것에 적잖이 흥분도 되었지만 혹여 글에서 받은 감흥을 그림이 못 받쳐 주지는 않을까 나름 고민도 되었던 작업이었죠. 권정생 선생님의 글은 대체적으로 은유와 여운이 많이 배어나는, 달리 말해서 까다로운(?) 글이기 때문에 그림 작업에 있어서 보다 신중하게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거든요.

작업을 시작하면서 인사도 드릴 겸 자료취재차 경북 안동의 선생님 댁에 찾아 뵌 적이 있는데 지병으로 몸이 많이 불편하시고 남루한 모습이셨지만 선생님의 눈빛과 말투에서 보이는 맑은 영혼의 모습,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느껴지는 스산하면서 쓸쓸한 기운이 그 날 이후 선생님을 생각할 때마다 늘 마음 한 구석에 남더군요. 

이 세상의 논리와 가치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분이셨어요. 같이 책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더할 나위없는 큰 뿌듯함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13. 끝으로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자 하는 분들에게 선배로서 당부 말씀이나 새해 덕담 좀 부탁드립니다.

그림이라는 것이 문학이나 음악 등 모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장르가 그렇듯이 자신이 가슴 속에 담고 있는 것들을 그림으로 투영하는 작업입니다. 저도 이제 10년 정도 일러스트레이션을 했는데 제 경험상 단순히 기술적인 테크닉이나 요령만으로는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장르이든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작가 고유의 개성에 의한 상상력입니다. 손끝에서 나오는 그림은 나름의 노력과 시간을 들이면 일정한 정도의 퀄리티는 뽑을 수 있지만, 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그림을 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 매력이라는 것은 묘사력도 될 수 있고 색(color)나 기법, 스타일, 스토리 등 다양합니다. 다양한 경로의 문화적 자극(영화나 음악, 문학, 여행 등)을 통해 이런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감수성의 폭과 깊이를 넓혀 가는 데 주력하시기 바랍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것이 노력의 시간에 비례해 그 결과가 수치적으로 드러나는 분야가 아니어서 특히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막연하고 마치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일 것입니다. 따로 왕도가 존재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사회의 다른 분야에 비해 솔직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일체의 조건이나 변수가 필요 없이 오직 그림만으로 평가하고 가치 판단을 하기 때문에 작가는 그 지점에만 몰두하면 되는 것입니다.

혹여 생활인으로서 작업 활동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처음 일러스트레이션의 매력에 빠졌던 그 느낌 그대로 붓을 놓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견지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많은 성공한 작가들의 예가 그렇듯이 그러한 과정 가운데에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좋은 작업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인터뷰에 참여하신 분들 -

인터뷰 진행 : 넝쿨 / 사진 : 햇살바라기 / 정리 및 편집 : 지킬박사 / 참석 : 종이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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