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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역사 기록

27세 휘 현오(顯五)-지난날의 잘못을 인책하여 새로 제수된 직책을 체차해 주기를 청하는 부교리 정현오의 상소

작성자무한|작성시간26.06.15|조회수22 목록 댓글 0

 

고종 26년 기축(1889) 825(무술) 맑음

 

부교리 정현오(鄭顯五)가 상소하기를,

삼가 아룁니다. 신은 자품(姿品)이 용렬하고 재식(才識)이 졸렬하여 밝은 조정의 여러 관료의 끝에 끼일 자격도 없는데, 요행히 과거에 급제하여 외람되이 근시(近侍)의 자리에 있으니, 이미 신의 분수를 넘은 것이었습니다. 다만 하찮은 정성이나마 모두 바쳐 커다란 은혜에 보답하고자 마음에 맹세하고 스스로 노력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용석(韓容奭) 등 세 사람에 관하여 차자를 올려 성토한 일에 있어서는, 동료 신하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규피(規避)하였으니 진실로 이들에 대해 탄핵을 청하는 것은 조금도 늦추어서는 안 될 상황이었습니다만, 신이 홍문관의 규정에 어두워 그만 일을 그르치고 말았습니다. 조정 의논이 후하게 용서해 준 것은 깊이 따질 것이 없다 하더라도 성은으로 크게 용서하시어 가벼운 벌에 그침으로 해서 동료 신하들이 모두 견책을 입는 정도였고, 신도 파직당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어리석어 살피지 못하고 소홀히 규정을 어겼으니,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바 달이 지나도록 허물을 반성하면서 오직 무거운 처벌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은혜로운 서용(敍用)이 갑자기 내려 곧바로 사간원에 제수하였고 사은하기도 전에 홍문관에 임명하는 화려한 교지(敎旨)가 또 꿈속에서도 생각지 못한 터에 내렸습니다. 성상의 도량은 하늘과 같이 크고 덕을 베푸는 뜻은 봄날과 같이 따스하여 자상히 완성해 주는 조화는 죄를 바꾸어 영화가 되게 하시니 가는 곳마다 상설(霜雪) 같은 엄한 꾸지람과 우로(雨露) 같은 따뜻한 가르침 아닌 것이 없습니다만, 신과 같이 불초한 자가 어떻게 성상께 이것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미 처벌을 받았다고 스스로 핑계하고 태연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뻔뻔한 얼굴로 무릅쓰고 나아가서 거리낌없이 구는 죄를 어찌 다시 범하겠습니까. 염치는 지극히 중한 것이고 한계는 넘지 말아야 하는 것인바 이에 감히 짤막한 소장을 올려 스스로를 탄핵하여 우러러 지엄하신 성상을 귀찮게 합니다. 삼가 바라건대, 인자하신 성상께서는 속히 신에게 새로 제수하신 직책을 체차하시고 이어 신에게 아직 다 적용하지 않은 형률을 마저 적용하시어 자리나 채우고 있는 관료들의 경계가 되게 하소서.

신은 처벌을 기다리기에도 겨를이 없으니 어찌 감히 다른 말을 덧붙이겠습니까마는, 나름대로 염려하고 아끼는 정성에 있어 스스로 그만둘 수 없는 점이 있으니 바로 성상의 학업에 관한 한 가지 일입니다. 마침 날씨가 점점 시원해지는 시기를 만났으니 의당 업무를 조금 줄일 방도를 생각하여 비록 이틀에 한 번을 일정으로 삼지는 못하더라도 사흘에 한 번은 접견하소서. 돌아보건대 현재 춘궁 저하는 자질을 하늘로부터 타고나 온화함과 예모가 나날이 갖추어지고 있으니, 그 기르고 바로잡는 방법에 있어서 저절로 보고 배우도록 하는 가르침에 힘써야 합니다. 자연의 운행이 쉬지 않는 이치를 본받고 매일 새로워지기를 생각하는 덕을 힘써서 매번 한가한 때에는 더욱 광명해지는 학업에 노력하소서. 현량하고 정직한 선비를 선발하여 때때로 이들을 접견하여 경사(經史)를 토론하여 과거를 거울삼고 현재를 증명하고 간언을 따르고 성인을 본받으소서. 그리하여 춘궁 저하로 하여금 이를 보고 느껴서 마음에 일어나는 바가 있도록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상소를 보고 잘 알았다. 이미 처벌을 받았는데 어찌 굳이 인책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대는 사직하지 말고 직임을 살피라. 말미에 덧붙인 일에 대해서는 유념하겠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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