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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 한 편 / 조수옥

작성자조수옥|작성시간26.06.09|조회수36 목록 댓글 0

■내가 읽은 시 한 편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이승희

 

얼마나 배고픈지, 볼이 움푹 파여 있는,

심연을 알 수 없는 밥그릇 같은 모습으로 밤새 달그락 달그락대는 달

 

밥 먹듯이 이력서를 쓰는 시절에

 

-시집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중에서

 

 

  이 시는 저녁을 굶고 읽어보면 그 느낌을 달리할 수도 있겠다. 나는 하루 세끼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저녁을 굶어본 적이 별로 없다. 달은 밤에 뜬다. 그러나 이 시에서의 달은 우리 주변에 항상 뜨는, 떠 있는 달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밥그릇 챙기는 일보다 더 소중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밥그릇을 찾기 위해 배고픈 달은 오늘도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달그락대는 허기를 안고 발품을 팔고 있다. 특히 밥그릇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초승달 같은 젊은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모두가 저녁을 굶은 달이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일자리를 갖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 시는 배고픔, 밥그릇, 달, 이력서 등 가난이라고 하는 알레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저녁을 굶은 달에겐 빈익빈 부익부 이항 대립적인 사회구조의 틈바구니에서 만월萬月은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굶은 달은 그 심연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는 짧지만 행간에서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 울음 끝에 ‘시절’이라는 수상한 어휘가 결과론적 한계를 긋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력서를 가슴에 품고 다니는 한, 생활의 세간에서 달그락대는 소리가 들리는 한, 어느 시인이 쓴 후기後記가 떠오른다.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 사람의 냄새가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야말로 절경이다.’ 배부른 달이여, 저녁을 굶어본 적이 있는가. 밥 먹듯이 이력서를 써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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