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장이 아버지
펄럭펄럭
함석을 말아
동그랗게 홈통을 만들고
물받이를 고인다.
아버지 손이
사다리를 괴고
해에 더 가까이
해님 턱 밑까지
차양을 해 다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 손에
가위가
햇볕을 잘라 낸다.
반짝 빛을 잃고
함석 오가리만큼
햇볕이
바닥에 내려와 눕는다.
해님에 사위는
풍롯불을 피워
납 녹인 물을
인두에 질러
함석을 접으면
아,
내가 침 발라
종이를 접듯
반듯한 금이 선다.
아버지 이마에서
흐른 땀물이
홈통을 흐르는
생각을 떨어내자.
사다리 맨 꼭대기에
서서
차양을 해 다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 머리 위에는
차양이 없다.
* 1974년 12월 "월간문학" 제14회 동시 신인상 당선작
심사 : 이원수, 김요섭
심사평
<챙장이 아버지>는 챙을 다는 아버지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동시를 쓰려는 사람들이 흔히 다루는 아동 생활이란 것이 관념적이요 너무나 일상적인 것을 억지로 시로 쓰려 한데 대해, 이 분은 진지한 눈으로 아동의 생활 주변의 일을 붙들어 시화(詩化)하고 있다.
즐거운 놀이의 시가 아니요, 아동에게 진실하게 연결된 생활 속의 시란 점이 마음 든든하게 느껴졌다.
* 심사평을 누가 썼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이원수 선생일 듯하다.(김제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