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외 6편 __ 이상교
책장 앞턱에
보얀 먼지.
“먼지야, 자니?”
손가락으로
등을 콕 찔러도 잔다.
찌른 자국이 났는데도
잘도 잔다.
남긴 밥
강아지가 먹고 남긴
밥은
참새가 와서
먹고
참새가 먹고 남긴
밥은
쥐가 와서
먹고
쥐가 먹고 남긴
밥은
개미가 와서 물고 간다
쏠쏠쏠 물고 간다.
물이 웃는다
볕 밝은
날,
수돗가 물통 물이
웃는다
수도꼭지에 맺혀 있던
물 한 방울이
따악, 한 번 말을 걸었을 뿐인데,
물이 웃는다
물통 바닥까지 웃는다
물통 밖까지 벙그러져
웃는다.
초침
한밤중
찰방찰방 초침 소리.
선 채 잠든 벽에 걸린
시계 초침이
혼자 깨어 있다.
복숭아뼈까지 차는
선득 차가운 시냇물을
찰방찰방 건너는 중이다.
겨울 강
얼음이 언
겨울 강 가운데쯤
물은 얼지 않고
찰름찰름 뛰논다.
오늘 강의 심장은
거기다.
* 이상 5편은 이상교 선생님 자선 대표작임,/ (사)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아동문학》 제42호(2025.12.)
아름다운 국수
오, 미끈한 발레리나
부엌 싱크대 서랍 속에
오래 누워 있었구나
슈즈도 신지 않은
보얀 맨발
한 묶음 집어
손으로 톡톡 키를 맞추고
끓는 물 냄비에 넣자
스르르 미끄러져 내린다
둥근 치마가
꽃잎처럼 펼쳐진다
보글보글 소리에 장단 맞춰
사뿐히 뛰어오르기
한 바퀴 빙그르르 휘돌아 멈춰 서기
새하얀 함박웃음이
동동 떠올랐다 넘친다
채에 받쳤다가
차가운 물에서
새초롬
매끄럼
말끄럼
아름다운 국수!
우리 집 귀뚜라미
우리 집 귀뚜라미를
나는 안다.
또록또록 또르르르……
유난히 맑고
초롱한 울음소리.
처음엔
어느 귀뚜라미가
우리 집 귀뚜라미인가
알지 못했다.
어제 나는 알았다.
밤늦게 엄마와
밖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 집 귀뚜라미는
혼자 깨어
깜깜한 빈집을 지키고 있었다.
또록또록 또르르르……
우리 집 귀뚜라미는
울음소리가
별빛 같았다.
혼자 떠오른
별빛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