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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다락방

빗길 속 문화유산의 시간’

작성자東守마루/김인동|작성시간26.06.22|조회수5 목록 댓글 0

충북 국가유산지킴이 하루

‘빗길 속 문화유산의 시간’

충북 국가유산지킴이 하루

‘빗길 속 문화유산의 시간’

충북 국가유산지킴이 (대표 이사 연복흠) 행사가 청주 안심사에서 열렸다. 충북 관내 국가유산지킴이 회원의 일원으로, 충주전통문화회(회장 박부규) 회원들과 함께 자리를 했다.

돌이켜보면 안동에서 ‘한 문화재 한 지킴이’로 첫발을 내디딘 지도 어언 20여 년이 다 되어간다. 세월의 흐름 속에 명칭도 국가문화유산지킴이로 바뀌며 그 의미와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오늘은 이따금 내리는 빗길 탓인지 행사 전체가 차분하고 소박하게, 마음을 다듬는 듯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안심사는 창건 내력을 적은 사적기가 전하지 않아 오랜 이야기가 모두 남아 있지는 않다. 다만 '안심사고적연대표'에 따르면 775년(혜공왕 11년) 진표율사가 처음 절을 세우고, 1325년(충숙왕 12년)에는 원명국사가 다시 중창했다는 기록이 전해질 뿐이다.

진입로 돌계단을 천천히 오르면 왼쪽으로 조용한 선방이 자리하고, 오른쪽 높은 돌단 위로 영산전이 서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안쪽 중심에는 대웅전이 남서향으로 서 있으며, 그 왼쪽으로 산신각과 세존사리탑, 탑비가 나란히 세월을 지키고 서 있다.

대웅전 오른쪽 괘불대에 법회 때 쓰는 괘불이 걸려 있었으나, 이는 모사본이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국보 '영산회 괘불탱'도 친견할 수 있었을 텐데, 문화유산 보호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지만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은 규모는 작아도 단정하고 기품이 서려 있어, 오랜 세월 다듬어진 아름다움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절집의 담백한 점심공양으로 몸과 마음을 가다듬은 뒤, 우리는 국립청주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불교전시실에서 충주에서 출토된 탄금대토성 철정, 의림사지 반자, 숭선사지 풍탁, 연봉 금동철못, 보살상 그리고 노은에서 나온 건흥 광배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나씩 눈길을 머물 때마다 충주 땅에 얽힌 옛 이야기들이 조용히 다가오는 듯했다.

올해 말 국립충주박물관이 준공되어 문을 연다 하니, 지금은 여기저기 흩어져 전시된 충주 출토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자리를 찾는 날을 모두 기대해 보았다.

전국을 두루 답사하는 모임답게, 일정은 이어서 진천 보탑사로 이어졌다. 보탑사는 규모가 큰 유명 사찰도, 번잡한 관광지도 아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천천히 경내를 걷다 보면 발걸음 따라 생각도 가지런히 정리된다.

특히 이곳은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대목수 신영훈 선생, “다음 생에는 황룡사 9층탑 같은 목탑을 짓고 싶다”는 원력을 남기신 고 조희완 옹의 목공예, 그리고 “단청은 불심과 평생의 공력이 빚어내는 장엄한 덕”이라 말씀하신 고 한석성 옹의 단청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진천 연곡리 석비도 남아 있어, 예부터 이어진 역사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 풍경이 아름답고, 여름이면 푸른 녹음이 가득해 사진을 담기에도, 홀로 조용히 앉아 사색하기에도 좋다. 공간 자체가 넉넉하고 자유롭고 간섭하는이도 없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곳이다.

오늘처럼 함께하는 일이 거창한 말이나 화려한 행사일 필요는 없다.
문화재 앞에 서서 세월이 남긴 흔적을 함께 바라보고, 굳이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공간에 담긴 시간의 무게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풍경을 마주하는 동안,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따뜻한 추억이 새겨진다. 빗길이었지만 오늘 하루 마음속까지 풍요롭고 여유로웠다.

끝으로, 궂은 날씨 속에서도 행사를 준비하고 답사 일정까지 세심히 배려해 주신 주최 측과 집행부 모두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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