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존재하는가?
왕은 물었다.
그대는 오랫동안(長時間)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랫 동안이라는 시간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대왕이여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합니다.
도대체 시간이란 존재합니까?
존재하는 시간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시간도 있습니다.
어떤 시간은 존재하고 어떤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까.
대왕이여, 지나가 버렸거나, 끝나버렸거나, 없어져버린
과거에 대해서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결과를 낳거나(異熟法) 결과를 낳는
선천적인 가능성을 갖거나(異熟法) 딴 곳에 다시 태어나게 될 사상(事象)에 대해서 존재합니다.
죽어서 딴 곳에 다시 태어날 존재(有情)에는 시간이 존재하며 죽어서 딴 곳에 다시 태어나지 않을 존재에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자유롭게 된(완전한 열반-般涅槃-에 도달한) 존재에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완전히 해탈(완전한 열반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나가세나 존자여, 잘 알겠습니다.
영원한 시간은 어떻게 성립하는가?
왕은 물었다.
나가세나 존자여 과거 시간의 근거는 무엇이고
현재 시간의 근거는 무엇이며
미래 시간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의 근거는
무명(無明 진리에 대한 무지)입니다.
무명을 반연하여 형성력(形成力=行)이 생기고
형성력을 반연하여 식별작용(識別作用=識)이 생기고
식별작용을 반연하여 명칭 형태(名色)가 생기고
명칭 형태를 반연하여 6개의 감관(六處)이 생기고
6개의 감관(感官)을 반연하여 감관과 대상과 식별작용과의 접촉(觸)이 생기고
접촉을 반연하여 감수(感受=受)가 생기고
감수를 반연하여 갈애(渴愛=愛)가 생기고
갈애를 반연하여 집착(執着=取)이 생기고
집착을 반연하여 생존 일반[有]이 생기고
생존 일반을 반연하여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을 반연하여 늙음과 죽음과 비애와 비통과 쓰라림과 괴로움과 절망 등이 생깁니다.
이 모든 시간의 과거의 궁극점(최초의 시작)은
분명히 인식되지 않습니다.
잘 대답하셨습니다 나가세나 존자여
시간의 시원은 인식되지 않는다!
왕은 물었다.
그대는 모든 시간의 근원적 시작(始源)은
인식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조그마한 씨알 하나를
땅에 심는다고 합시다.
그 씨알은 싹이 터서 점차로 성장하고 무성하여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씨알을 받아 다시 땅에 심으면
또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이 종자(個體)의 연속에 끝이 있겠습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시간의 근원적 시작은 인식되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닭이 알을 낳고 그 알에서 닭이 생기고
또 그 닭에서 알이 생겨납니다.
이 연속에 끝이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끝이 없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시간의 근원적 시작은 인식되지 않습니다.
또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그때 나가세나 존자는 땅에 원을 그려놓고 왕에게 물었다.
이 원둘레에 끝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은 순환(循環)을 세존께서는
눈(眼)과 형태(色)에 의하여 눈의 식별작용(眼識)이 생기고
이들 셋이 화합했을 때 접촉(觸)이 생기고
접촉을 연유하여 감수(受)가 생기고
감수를 연유하여 갈애(愛)가 생기고
갈애를 연유하여 갈구하는 행동(取와 業)이 생기고 행동(業)으로부터 또 다시 눈이 생겨난다.'고 하셨습니다.
연속에 끝이 있겠습니까.
끝이 없습니다.
나가세나 존자는 그 밖의 감각 기관(귀.코.혀.몸.마음)의 하나하나에 대해서 거기 알맞은 순환을 들어 반문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왕의 대답은 언제나 꼭 같았으므로
존자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대왕이여 그와 같이 시간의 근원적 시작은 인식되지 않습니다.
잘 대답하셨습니다 나가세나 존자여!
밀린다왕문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