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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관에서 온 편지

6월 14일 연중 제 11 주일(가해)

작성자이상훈(바오로)|작성시간26.06.13|조회수238 목록 댓글 0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6월의 둘째 주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듯한 요즘, 전례력으로 연중 제 11 주일인 오늘 이 미사 안에서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하느님 나라에 초대된 우리 모두가 어떤 마음과 믿음의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우선 제 1 독서의 탈출기의 말씀은 이집트에서 노예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모세의 인도로 탈출시켜 주신 하느님께서 그들 모두를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던 중 일어난 사건을 전합니다. 르피딤을 지나 시나이 산에 이르렀을 때 모세는 하느님을 직접 뵙고 다음과 같은 말씀을 전해 듣게 됩니다. 하느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가 이집트인들에게 무엇을 하고 어떻게 너희를 독수리 날개에 태워 나에게 데려왔는지 보았다.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탈출 19,4-6)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에게 당신이 그들을 노예살이에서 구원해 내신 사건을 ‘독수리 날개에 태워 하느님에게로 데려왔다’고 표현하십니다. 오늘 제 1 독서의 말씀 가운데 이 표현이 마음에 깊이 와 닿습니다. 이집트 사람들의 노예로 비참하고 비루한 삶을 살아내야만 했던 이스라엘 사람들, 희망보다 절망이 그들에게 더 익숙하기만 한 그 처참한 삶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하느님은 독수리 날개 위에 태워지는 과정이라 말씀하십니다.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독수리가 그 존재 자체로 자유를 상징하듯, 하느님은 자유를 잃고 구속과 속박의 삶을 살고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참된 자유와 그를 통한 희망의 삶을 선물로 주시며 그들의 삶이 더 이상 지상에 속박된 구속의 삶이 아닌 하늘 위를 유영하는 자유의 삶으로 변화시켜 주십니다. 

 

 이 같은 오늘 제 1 독서의 말씀은 오늘 제 2 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편지글 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가 아주 나약하던 시절, 그리스도께서는 정해진 때에 불경한 자들을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의로운 이를 위해서라도 죽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혹시 착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누가 죽겠다고 나설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로마 5,6-8)

 

 죄인인 우리들을 위해 예수님은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으시고 그를 통해 하느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을 십자가 위에서 증명해 보여주셨습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놓는다면, 그 소중한 것이 하나뿐이 생명이며, 그 생명을 통해 죄에서 구원받은 은총의 선물을 받게 된다는 것은 분명 이루 말할 수 없는 커다란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기꺼이 내어놓는 사랑, 그 극한 사랑을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사랑으로 증명해 보이시고 그 사랑을 우리 마음 깊이 영원히 간직하고 체험하며 그 사랑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를 초대해 주십니다. 그 사랑의 초대가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르시는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가 전하는 복음의 말씀으로서,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시며 당신이 수행해야 할 사명을 도울 협조자로서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분부하십니다.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쳐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6-8)

 

 예수님은 당신이 직접 뽑으신 제자들에게 더러운 영들을 대한 권한을 주시고,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줄 수 있는 능력을 주신 후에 그들에게 사명을 맡기십니다. 그러면서 제자들이 예수님으로부터 듣는 말씀은 제자들이 행하는 모든 능력이 예수님께로부터 거저 받은 능력, 곧 ‘은총’임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우리말 ‘은총’으로 번역되는 라틴어 gratia는 본래의 뜻이 ‘무상으로, 거저 받은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했기 때문에 그 대가로 얻는 보상적 개념이 아닌, 아무 이유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하느님께서 우리가 당신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주신 무상의 선물, 거저 주신 선물이 바로 ‘은총’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제자들이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 남들보다 더 잘나고 뛰어나서가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라는 이유만으로 거저 받는 은총의 선물을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거저 주라고 명령하시며 그들을 파견하십니다. 하느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이 바로 이 예수님의 모습에서 드러납니다. 우리가 당신의 자녀인 이유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무슨 자격을 갖추 것이 아님에도 아니 자격은커녕 그런 은총을 받기에 전혀 합당하지 않음에도 하느님은 우리에게 무상으로, 거저 당신의 무한한 사랑을 은총으로 베풀어 주시는 분이심으로 오늘 말씀은 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사랑하는 송동 교우 여러분, 오늘 복음환호송의 이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하느님 나라가 바로 내 손 안에 와 있음을 깨닫고 그 하느님 나라를 살아내며 회개하는 삶, 복음을 믿으며 하느님을 믿으며 살아간다면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좋으신 하느님, 자애가 풍요로우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넘치는 복을 내려 주실 것입니다. 그 복은 오늘 독서의 탈출기가 전하듯, 독수리 날개 위에 올라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삶,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온전한 기쁨을 충만히 누리는 삶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 희망으로 기쁨 충만한 삶을 살아가시기를 그리하여 하느님 은총의 바다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삶을 살아가시는 모든 분들이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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