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태 6,8)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참된 기도가 무엇인지, 또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께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은 기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 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태 6,7-8)
‘빈말’을 되풀이 하지 말라고 일러주시는 예수님께서는 그 이유에 관하여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청하는 것을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이미 다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미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하느님께서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신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떤 기도를,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아니 만일 그와 같다면 더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질문, 곧 과연 기도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는 내가 간절히 바라고 희망하는 바를 하느님께 청하는 것을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오늘 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기도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우리는 하지 않아도 될 말, 곧 ‘빈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씀하고 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도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떤 기도를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이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오늘 복음에 예수님께서 알려주시는 주님의 기도의 내용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알려주시는 주님의 기도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내용이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반부의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찬양의 부분과 후반부의 아버지께 청하는 우리들의 간구의 부분입니다.
우선 전반부 찬양 부분에서 핵심은 바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최우선의 가치로서 하느님의 뜻입니다. 곧, 하늘에 계신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며 아버지의 나라와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이 부분은 나의 인간적인 뜻과 나의 인간적 바람보다 하느님 그 분의 뜻이 더 우선 되어야 함을 이야기하며 바로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최우선시하는 것이 곧 나의 뜻이 이루어지는 길임을 말합니다. 한편 후반부의 핵심은 전반부, 곧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우선시하고 그 뜻을 받아들이는 이는 자비로우신 아버지께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 곧 하느님을 찬양한 그 후에, 우리에게 필요한 일용한 양식과 죄의 용서를 청하며 악의 유혹이 빠지지 않게 되기를 기도할 뿐이라는 내용을 이야기합니다. 이 같은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일러주시는 주님의 기도의 내용은 우리로 하여금 기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잘 일러줍니다.
기도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것만을 하느님께 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란 하느님과 나와의 내밀한 대화, 곧 사랑하는 이와 나누는 사랑의 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사랑을 통해 서로 닮아가듯 우리 역시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닮아가게 됩니다. 그 닮아감의 과정은 바로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나의 나약하고 비천한 모습을 사랑해 주신다는 그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강한 체험을 통해 하느님을 닮아가는 사랑의 모상성으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기도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그 첫 번째 단계가 자기 이해, 그리고 두 번째가 사랑의 체험,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닮아감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기도를 통해 우리가 아버지라 고백하는 하느님과 닮아가게 되며, 그 닮아감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일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일치로 나아가는 과정이자 하느님과 나누는 인격적 만남으로서의 대화가 바로 기도이며 그 기도의 완성이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전해 주시는 주님의 기도로 우리에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오늘 독서의 집회서의 말씀은 바로 이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를 이룬 예언자 엘리야와 엘리사의 모습을 전합니다. 하느님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하느님의 거룩함의 예언자로서 놀라운 삶을 산 예언자를 칭송하는 오늘 제 1 독서의 집회서의 말씀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일치된 삶을 살 때 우리가 누리게 될 놀라운 영광이 어떠한 것인지를 잘 드러내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말이 필요치 않고 눈빛만으로도 모든 것을 대화할 수 있듯이 하느님과의 사랑의 관계에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께 드릴 빈말은 필요치 않습니다. 이미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고 계시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이미 넘치도록 베풀어주시는 하느님께 우리가 드려야 할 기도는 오늘 복음의 주님의 기도의 내용처럼 그 분이 주시는 사랑을 청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기도를 통해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을 온전히 누리고 하느님과 하나로 일치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기도의 목표이며 기도를 통해 우리가 이루어야 할 완성된 삶의 모습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겨 하느님의 사랑을 기도로 청하며 그 분과의 일치를 이루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우리는 성령을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하고 외치네.”
(로마 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