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이나물(나문재)
4월 중순경이면 시골장터 한켠 볼품없이 작은 소쿠리에 담겨져 있다.
또한 그 나물의 주인은 반드시 세월의 무상함이 얼굴빛에 묻어나는 늙은 엄니일 테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 누가 그 행이나물의 기막힌 사연을 챙겨 알리오. 봄이 무르익어 꽃그늘이 펼칠 때쯤부터 살구향이 담장곁을 알리는 시절이면 그 입맛은 어김없이 솟아난다.
아마도 연어가 그랬기에 모천을 찾아와 그 물맛을 확인하고 생명의 끝줄을 놓아 버리는 걸까? 하여간 나 역시 어린 날의 그 맛을 못 잊어한다는 하소연인 게다.
그러나 어쩌랴! 벌써 여름이라. 바닷가 간석지대에 나 몰라라 펼쳐진 나문재를 찾아 나섰다. 나문재의 본 이름이 ‘행이나물’이다. 경기도 일대에서는 행이나물이라고 말한다. 4월경 잎이 서너장 올라올 때 쏙쏙 뽑아서 살짝 데쳐 고추장에 참기름 얹어 무치면 둘이 먹다 한사람 죽어도 모를 그런 맛을 기억하고 있다.
이즈음은 건강에 이롭다하여 새롭게 각광을 받는가 싶지만 우리 화성 땅을 일구며 살았던 앞선 세대들 어떻게 자연 환경을 이용하고 취했던 과정의 숱한 이야기, 지역적 환경과 뒤엉켜 이루어 온 문화역사을 어떻게 이해하려 하는지 오늘을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나의 존재를 알 수 있는 단서는 아닐까?
선조들은 행이나물을 과학적 근거에서 섭취하지는 않았다. 봄철 계절별식으로 여기다가 어느 해 큰 가뭄이 오면 살아남고자했던 구황식(救荒食)으로 여겼다. 모든 산천초목을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구분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하였을까? 또 그러한 과정 속에 어떤 교감을 이루고 이름을 붙여 주었을까? 아주 오래된 역사문화의 작은 실마리가 숨겨져 있는 그 이야기를 살펴보고 싶다.
행이나물(나문재)은 일반적으로 염생식물을 대표하는 식물이며, 인류가 가장 친근함을 갖는 바다가 식물이다.
옛날 큰 가뭄이 들어 먹을 것이 부족할 때 갯가에 나는 해홍나물, 수송나물, 퉁퉁마디, 등을 채취하여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울궜다가 한줌의 알곡을 넣고 죽을 끓여 목숨을 연명했다. 그렇게 먹어도, 먹어도 남았다하여 나문재라고 이름 하였다는...... 또는, 옛날 늘 이 나물을 먹던 사람들이 날마다 이것만 먹으려니 맛이 없어 늘 밥상 위에 남는 채소라 하여 ‘남은채’라고 하여 ‘나문재’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염생식물은 소금기 있는 토양이나 해변에 많이 나며 억센 생존력으로 우리 인류의 생존을 보장해준 큰 존재이기도하다.
나문재속 식물은 지구상 각지 해안에 약 100종이 있다. 우리나라에 3종이 있다. 나문재, 칠면초, 해홍나물(갯나문재)을 말한다.
수송나물속은 특히, 북반구에 많고, 세계적으로 약 100종 가운데 우리나라에 2종 솔장다리, 수송나물이 있다.
퉁퉁마디속 함초는 전 세계 약 30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퉁퉁마디 1종이 서식한다.
나문재는 남 서해안 바닷가 썰물 때에 드러나는 개펄에서 잘 자란다. 솔잎처럼 좁고 가늘어서 ‘갯솔나무’라고도 부른다. 잎 모양이 수송나물과 닮았지만 키가 더 크고 가지를 더 많이 치는 것이 다르다. 수송나물․·해홍나물․·퉁퉁마디·등처럼 잎 살이 두꺼운 다육질로 내염성·내건성이 강한 해변식물이다. 염생식물로 통칭되는 나문재, 해홍나물 등은 가을이 되면 잎 색깔이 빨갛게 단풍들어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하여 칠면초라 일컷기도 한다.
나문재는 고혈압에 효과가 탁월하고 간에 쌓인 독을 풀어 간 기능을 회복하는 데 탁월한 효과와 장 속의 숙변과 노폐물을 분해하여 내보내는 작용도 뛰어나다. 나물로도 맛이 훌륭하고 다양한 약리작용을 지니고 있다.
수송나물, 나문재, 해홍나물, 칠면조 등은 5월 단오가 지나면 줄기가 억세어지고 쓴맛이 나 나물로 먹기 불편해진다. 나물로 먹으려면 단오 무렵에 채취하여 살짝 데쳐 말려서 묵나물로 만들어 두었다가 먹는다.
약효도 5월 단오 무렵에 채취한 것이 좋다고 한다. 7월경이 되면 염생식물들이 키가 30~50cm 정도로 커지면서 이후에는 거미줄이 처지고 줄기가 질겨진다.
▶ 약성 및 활용법
봄철 몸이 나른하고 입맛 없을 때 행이나물을 먹으면 쉬이 기력과 입맛을 되찾을 수 있다. 영양이 풍부하고 맛도 좋은 최고급 나물로 어린순은 삶아도 녹색의 파란 색소 남아 있으며 사각거리는 맛이 독특 담백한 별미이다.
또 나문재나물에는 칼슘, 나트륨, 인, 칼륨, 철 등 갖가지 미량원소와 비타민 A, B₁B₂,C 등도 매우 풍부하다. 어린 순을 뽑기도 하지만 4월 이후엔 부드러운 잎과 줄기채로 따서 삶든가 데쳐 나물로 무쳐도 맛이 있다. 어린 잎은 생으로 먹는데 초장무침이 좋다. 때로는 달래, 오이, 양파, 엽채소 등을 섞어 무치거나 볶아 먹기도 한다. 국거리로도 훌륭하며 튀김으로도 먹을 수 있다. 가뭄을 나던 시절처럼 한줌 쌀가루에 죽을 수어도 훌륭하다. 때로는 콩나물밥을 하듯 밥을 하다가 끓어오를 때 미리 준비한 나문재나물을 넣어 뜸을 들여 야간의 심심한 장에 비벼먹는 다양한 조리방법이 있다.
▶ 한방약재로 사용법
함초(수송나물)는 혈압을 내리며 해열, 해독의 약효가 높아 건강식품으로도 가공하여 복용한다. 말려서 가루 내어 알약을 만들어 하루에 10~15g씩 먹으면 고혈압, 위염, 위궤양, 장염, 장궤양 등에 효과가 좋다하고 간을 튼튼하게 하며, 몸 안에 쌓인 독을 풀어주는 효과도 탁월하다. 또한, 장 속에 쌓인 중성 지방질을 분해하여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하므로 숙변을 제거하고 비만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한다.
▶ 나문재 밥
갯밭에 나가면 쉽게 채취할 수 있다. 물론 나문재나물을 알아야 채취할 수 있겠지만, 5월 이후에는 뿌리 채 뽑기는 어렵지만 어린잎과 줄기를 훑어 채뜯어 이물질을 골라 다듬어 씻는다.
물을 끓여 살짝 삶거나, 솥에 채반을 얹어 데쳐내어 바로 먹을 것은 물에 다 울궈낸다. 말려 보관하였다가 묵나물로 보관하기도 한다.
나문재밥을 할 때는 깔끔히 씻은 적당량의 어린 나문재잎을 잘게 훑어 물기를 제거하여 두었다가 밥솥이 끓어오를 때 밥 위에 얹어 뜸을 들인다. 밥을 풀 때 고르게 휘휘 섞어 헤쳐 밥그릇에 담아낸다. 때로는 별식으로 밥을 앉힐 때 감자나 고구마, 콩 등을 두어 밥을 짓는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가지를 함께 넣어 밥 짓는 것을 느뤄(늘궈)먹는다고 한다. 적은 량의 주식 알곡을 아껴 춘궁기를 견디는 지혜였던 것인데, 오늘날에는 건강(웰빙)식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나문재가 함유하고 있는 간기가 있어 별도의 양념장이 없어도 좋지만 대로는 양념장을 더해 먹기도 한다.
때로는 어린 나문재 잎과 순을 삶아 데쳐 울궜다가 참기름 넉넉하게 치고 고추장으로 새콤달콤하게 무쳐먹거나 밥을 비벼 먹어도 좋다.
함초와 나문재를 푸성귀(오이, 고추, 부추, 양파)와 함께 초고추장으로 무쳐 생식하여도 좋다.
4월부터 6월까지는 수시로 나문재를 채취하여 생식할 수 있고 묵나물로 보관하였다가 사용해도 무방하다.
다양한 조리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으며 새로운 미식으로 건강과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천연의 식품이다.
2012. 6. 25.
화성향토문화지킴이 박 대 진
참고/ 한국토종약초연구소 회장 최진규
-행사사진
-나문재를 밥지어 끓어 오를때 밥솥에 넣고 뜸들이며 익힌다.
-예전에는 보리 수확이 미쳐 못하였을때 식량(알곡)을 누뤄먹기 위해 갖캔 감자를 한덩이씩 올려 많은 식구들의 밥량을 조절하기도 했다. 배 고프던 시절이 상기된다.
-초장에 함초와 나문재 오이 양파 드을 곁들인 일종의 초무침이다. 새콤짜콤 입맛을 돋운다.
- 오전, 당성을 둘러 보았다. 당성을 안내하는 이는 본 <화성 역사문화맛기행>주관자 박대진이다.
-들꽃, 망초꽃이 지천을 이룬 당성을 답사하는 발길을 반긴다. 함께함 이들의 면면에 의지가 빛난다. 우리 화성의 소중함을 찿아나선....
- 염초밭에 이르러 각자가 나문재(행이나물)를 채취하기... 그런데 가뭄이 심해 나문재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볼품이 없다.
- 오전 10시, 송산면사무소 그늘에 모여 출발전 안내 상황. 신발은 적당한지... 잘먹고 잘살자 보다는 행복하게 사는 의미를 함께하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