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이씨족보 서문(延安李氏族譜序)
종통을 세우고 계보(系譜)를 밝히는 것은 옛날의 도(道)이다. 임금이 즉위하여 장차 천하를 통일하려는
마음을 가지고서, 간사한 자를 바르게 하고 굽은 자를 곧게 하며 힘이 없는 자를 도와주고, 또 좆아서
진작하고 은혜를 베푸는 것이 바로 족보가 만들어진 까닭이다. 대대씨(大戴氏)의 (예기禮記) 가운데
(제계帝系) 한편은 후세에 존숭되었는데, 가지가 갈라지고 잎이 따로 피어나듯이 계파(系派)가 나뉘어
변방의 나라까지 뻗어 나갔다. 그러므로 초(楚)나라가 융만(戎蠻)을 정벌하고서 종자를 세워 주고 떠난
일을 통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종(大宗)이 있으면 반드시 소종(小宗)이 있고, 소종은 5세(世)
가 지나면 체천(遞遷)하기 때문에 위에서 체천하고 아래에서는 신주(神主)자리가 바뀌게 되어 상복(喪服)을
입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별히 백세(百世)의 종통을 세워서 제최복(齊縗服)을 입고 조상을 잊지 않는 것은 세교(世敎)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무릇 천하의 성(姓)은 오직 이씨(李氏)가 가장 번창하다. 논설하는 자들이 이르기를 "고요(皐陶)부터 이(理)가
되었으니, 이(理)는 이(李)이다"하는데, 관자(管子)의 이른바 "고요가 이(李)가 되었다" 라는 것이 이것이다.
중세에는 백양(伯陽)의 이씨가 수련(修鍊)을 도(道)로 삼았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선리(仙李)라고 일컬었다.
한(漢)나라 말기에는 조군(趙郡)의 이씨가 가장 번창하였고 당(唐)나라가 천하를 소유하게 되어서는 전적
으로 족성(族姓)을 숭상하여 농서(隴西)를 으뜸으로 삼았는데,농서는 서량(西凉)이다.
상세한 것은 정어중(鄭漁仲)의 통지(通志)에서 상고할 수 있다.세월이 흐르고 일도 오래되어 반드시 다 믿을 수는
없지만 또한 이성(李姓)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세가(世家)는 대개 중국으로부터 동래(東來)하였다. 연안이씨(延安李氏)는 세상에 전하는 말에
"당나라 현경(顯慶) 연간에 중랑장(中郞將) 이무(李茂)가 소정방(蘇定方)을 따라 백제(百濟)를 정벌하러 왔다가
그대로 머무르고 귀국하지 않아서 드디어 연안을 관적(貫籍)으로 삼았다" 라고한다.
나는 여러 이씨의 조상 묘에 명(銘)을 많이 지었는데 어떤 이는 말하기를 "세대(世代)가 이미 멀고 대수(代數)의
순서도 상고할 수 없으니, 다만 의심난 것은 의심난 상태로 남겨둔다는 예(例)를 따라야한다." 한다.
그러나 퇴계 이선생이 이 교수 형례(李敎授亨禮)와 숙인(淑人) 연안이씨의 묘문(墓文)을 지을때 그 말이 대개
이와 같았으니 다만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씨의 일족(一族)은 세파로 나뉘었는데, 고려 때부터 지금까지 명망과 덕행을 가진 훌륭한 인물들이 어느시대
든 적지 않았고, 나라 사람들이 흠모하는 이로 월사(月沙) 상공(相公) 정귀(廷龜) 해고(海皐) 상서(尙書)
광정(光庭) 오봉(五峯) 상서 호민(好閔) 같은 분은 큰 명성과 빛나는 업적으로 명망 있는 준걸한 선비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구별하여 감히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그의 호를 일컫고 아무아무의 일족이라고 하였으니,
성대하도다. 이에 세파의 대부(大夫)와 사(士)가 서로 상의하기를 "우리 집안은 비록 각각 문정(門庭)을 세웠지만
사실상 그 근원은 같으니, 세파를 합하여 족보를 만드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다.
그러나 소목(昭穆)은 연이어 있으나 문헌을 상고할 수 없으니 억측하여 판단할 수 없어서 끝내 실행하지 못하였다.
지금 오봉공파(五峯公派)가 복이 많고 더욱 번창하여 멀리 영외(嶺外경상도)까지 미치고, 선세(先世)의 덕행을
계승하여 이름이 알려지고 통달한 선비들이 손꼽아 헤아릴 수 있다. 이에 따로 족보를 만들어 종족을 중심으로
족속을 수합한 보도(譜圖)를 만드니, 우뚝이 여러 이씨들과 아울러 서게 되었다.
비유하면 불함(不咸백두산)의 한 줄기가 동서로 뻗어 나가 하나는 극(極)이되고 하는 형(衡)이 되어서 백아(白牙)
와 오덕(五德)의 언덕에 서리고 얽혀 동경(東京)과 서경(西京)이 되고, 또 산맥이 남쪽으로 달려 머리는 동북쪽이고
꼬리는 남쪽인 낙동강(洛東江)과 기맥(氣脈)은 여도(與圖)에 근거하여 볼 수 있으니, 이건은 위에서 산맥을 굽어보며
살피는 자와 더불어 그 뜻을 논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