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노상 탁발도 28.2X36.6cm 간송 미술관 소장 국보 135호
탁발은 승려들이 마을로 돌아다니며 동냥하는 것을 말한다.
큰북은 법고라고 하는데 대개 아침 저녁 부처님에게 예를 올릴때 두드린다.
그림에 나타난 것을 보면 거리에서 길가는 사람들에게 탁발을 하기 위해 법고를 치고 있다.
승려들은 모두 네 사람인데 법고를 두드리는 사람만 깍은 머리이고 목탁을 치는 사람은 감투를 쓰고 꽹과리를 치는 사람은 패랭이를 썼다.
고깔을 쓰고 고개를 숙여 절하는 사람은 손에 부채 같은 것을 들고 있다.
이들은 모두 승려들이 입는 소매가 넓고 길이가 긴 장삼이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로 걸쳐입는 가사 등을 입지 않았다.
승려들이 평소에 입는 옷은 일반 사람들이 입는 옷과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거리에서 하는 탁발인데 제대로 옷을 갖춰 입지 않았다니 뭔가 이상하다.
승려도 아니고 일반 서민도 아닌 사람들을 거사라고 하는데 이들은 광대같은 북과 징을 울리며 입으로 염불도 외우면서 부적 같은 것을 팔기도 했다고 한다.
고깔 쓴 사람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부적일지도 모르겠다.
조선시대에는 불교를 믿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절의 살림은 어려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절에서는 이런 거사들에게 거리에서 탁발도 시키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도둠도 주는 즉, 절과 이들 거사들의 관계는 상부상조하는 관계였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들은 자기들끼리 절도 집도 아닌 건물을 짓고 사주 관상 손금보기 등을 해주기도 헸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전쟁이 끝나고 의지할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절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런 일들을 했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는 절에서 샐활하기도 했다.
한무리의 여인네들이 길을 가다가 이들의 염불소리에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다.
여인 가운데 흰색의 장옷을 입은 여인을 보자.
겉으로 나온 부분은 흰색이고 안으로 접혀 들어간 부분은 푸른색이다.(사진에서는 잘아보이지만) 오른쪽의 푸른색 장옷을 쓴 여인의 파도치는 듯한 장옷 끝자락은 모두 흰색이다.
즉 장옷의 안감은 흰색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상을 당했을 때 입는 장옷을 따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옷을 겉과 안을 다른 색으로 만들어 평상시에는 색이 있는 부분을 쓰고 다니다가 상을 당했을 때는 뒤집어서 흰천이 나오게 쓰고 다닌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물론 부유하거나 사치를 즐기는 사람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겠지만 이 그림에서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일반 서민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수 있다.
왼쪽 아래에는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을 입은 왼쪽 아래 선비가 손에 사선 (紗扇=부녀자들과 마주치면 얼굴을 가리려는 목적으로 들고 다녔다고 한다.) 을 들고 길을 지나다 이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