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와 미사일, 드론의 시대에 일반보병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은,
지금도 철책근무를 서고 있을 현역 장병이나,
곧 징집될 젊은 남성들이면 한번 쯤 해보는 생각일 것이다.
(걍 미사일로 적군 수뇌부 조지면 전쟁 끝 아님? ㅅㅂ ㅅㅂ)
이는 우리만의 생각이 아닌것이,
SF 소설이자 영화로도 유명한 스타십 트루퍼스 영화의 한 장면에도 잘 나타난다.
영화에선 다소 익살스럽게 표현했는데,
원작 소설에선 꽤나 진지하게 설명을 해준다.
(지구연방 기동보병 부대 훈련병 김펨붕 - 작중에선 헨드릭)
"109번 훈련병 김펨붕, 상사님께 질문있습니다."
"이 나이프 던지기는 재미있습니다만, 왜 이걸 배워야 합니까? 이게 쓸모가 있습니까?"
(기동보병 훈련소 훈련교관 Jim 상사)
"만약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이 나이프 한자루 뿐이라면?
혹은 그것조차도 갖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할 건가?
기도하고 죽겠나, 아니면 맨손으로 용감하게 공격해서 적을 죽일 텐가?
김펨붕 훈련병, 이건 실전이야
도저히 이길 수 없을 때는 졌다고 하면 그만인 체스 게임이 아니란 말이다."
(점점 폐급의 포텐을 드러내는 김펨붕 훈련병)
"하지만 상사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점입니다.
무장하고 있지 않거나 혹은 이런 꼬챙이 하나만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그리고 적은 온갖 종류의 위험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럴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적이 단번에 우리를 죽일겁니다."
(화를 참으며)
"그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야. '위험한 무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네?"
"단지 위험한 인간이 있을 뿐이야.
우리는 너를 위험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하고 있어- 적에게 말이다.
나이프를 갖고 있지 않아도 위험한 인간.
아직 한쪽 손, 한쪽 발이 남아 있고, 숨이 남아 있는 한 아직도 위험한 인간이 되는거야!
네가 처음에 말한 예를 들어 보지. 나는 너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나이프 한 자루 뿐이야.
내 뒤에 있는 표적-네가 계속 맞추지 못한 3번 표적-은 보초이고 수소폭탄 이외의 온갖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고 치자.
너는 그 보초를 죽여야 해... 재빨리, 단번에, 그리고 도움을 청할 시간을 주지 말고 말이야."
이렇게!"
짐은 몸을 조금 돌렸고
-푹!-
나이프는 3번 표적에 꽂힌 채로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영화에선 이렇게 연출되었다.)
"알았나? 나이프는 두 자루 갖고 있는 편이 좋지만,
어쨋든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넌 보초를 죽여야 하는거야. 맨손으로라도."
영화에선 여기까지 다루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짐 상사와 김펨붕(헨드릭) 훈련병의 대화를 통해 좀 더 핵심적인 부분까지 전달한다.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나? 말해 보도록.
내가 여기 와 있는건, 너희들에 질문에 대답해 주기 위해서니까."
"예, 있습니다. 상사님. 상사님은 아까 보초가 수소폭탄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놈들이 그걸 가지고 있을 경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문제는 바로 그겁니다. 만약 저희들이 보초라면, 적어도 수소폭탄은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 스타십 트루퍼스의 기동보병은 휴대용 핵무기를 지닌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맞부딪힐 상대도 그걸 갖고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보초가 아니라, 그가 속해있는 군대가 그렇다는 뜻입니다."
(왜 좋은 무기 내버려두고, 우리들을 고생시킴?)
"만약 우리가 수소폭탄을 쓸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상사님이 아까 말하신 것처럼 체스게임이 아닌 실전이고, 장난이 아니라면...
그럼 잡초 사이로 기어가서 나이프를 던지거나, 그러다가 죽어 버리거나 하는 건 좀 바보짓이 아닐까요?
그러다가 전쟁에 지기라도 한다면... 우리가 전쟁에 이길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드디어 열받은 Jim 상사)
"군대 억지로 끌려왔어?"
(참고 : 스타십 트루퍼스의 세계에선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 되려면 군복무가 필요하다. 모두 자원입대다.)
"김펨붕 훈련병, 자네는 (기동)보병이라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나?
원한다면 제대할 수도 있어. 너도 잘 알잖나?"
"제대하고 싶어서 안달하는게 아닙니다. 상사님. 저는 복무 기간을 끝까지 채울 작정입니다."
"알았어. 그런데, 네가 아까 한 질문은 일개 하사관이 대답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냐...
그리고 너도 물어서는 안 되는 거야.
너는 입대하기 전에 그 해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었고,
또 알고 있어야 해. 네 학교에선 '역사와 윤리 철학' 과목이 없었나?"
"물론 있었습니다. 상사님!"
"그렇다면 너는 이미 그 해답을 들었어. 하지만 나는 너에게 나 개인의-비공식적인-견해를 말해 주겠다."
"넌 갓난애를 야단치기 위해 그 아이의 머리를 잘라 버리겠나?
"예? 물론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철썩 때리는 걸로 족해.
마찬가지로 적국의 도시를 수소폭탄으로 공격하는 것이
갓난 아기를 도끼로 때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선택인 상황도 존재하는 거야.
전쟁은 단순한 폭력과 살육이 아냐.
전쟁은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쓰이는 통제된 폭력이란 말이다.
전쟁의 목적은 정부가 결정한 일을 무력을 통해 지원하는 일이야.
그 목적은 결코 죽이기 위해서 적을 죽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시키고 싶은 일을 적에게 강요하는 일이야.
살육이 아니라... 통제되고, 목적을 가진 폭력이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또는 왜 싸우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군인이 관여할 바가 아냐.
그것은 정치가와 장군들이 결정할 일이야.
정치가는 전쟁의 이유와 규모를 결정하고,
장군들은 그 뒤를 이어서 우리들에게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싸울라고 명령하는 거지.
그 다음엔 우리가 폭력을 제공하는 거야."
만약 이걸로 납득할 수 없다면, 연대장을 만나서 직접 질문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겠다.
그래도 납득하지 못할 경우에는- 집으로 가서 민간인이 되는 수 밖에 없어!
왜냐하면 그 경우 너는 절대로 군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야."
---- 후략 ----
(김펨붕 훈련병은 큰 깨달음을 얻고 지구연방의 훌륭한 기동보병이 되었다.)
그래서 소설속 22세기에도 보병은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통제된 폭력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
(까라는 대로 까야 하기에)
칼던지기와 포복을 훈련해야 한다고 한다.
22세기에도, 그 이후에도 유격과 각개전투는 이어진다.
전쟁은 자국의 의지를 상대 국가에게 강요하기 위한 폭력적인 행위이며,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
-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
스타십 트루퍼스, 소설과 영화(1편만) 모두 추천합니다.
ㅊㅊ ㅍ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