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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왜 똥땅일까?

작성자흰표범|작성시간26.03.28|조회수1,652 목록 댓글 5

"한반도에는 석유 대신 수자원이 주어졌다"라는 글이 올라온 것 보고서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시는 이 대목에 대한 설명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한국에는 광물자원이 없다"라는 명제는 틀렸습니다.

 

한반도에 많이 형성되었던 광물로는 금+은, 철, 텅스텐, 석탄 등이 있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의 무산철광

 

평안북도 운산군의 운산금광

 

강원도 영월군의 상동광산(텅스텐)

 

강원도 태백시의 장성광업소(석탄)

 

등등, 대규모 광산들이 꽤나 있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광물로 꿀빨지 못한 걸까요?

 

제목에 써둔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질학적으로 자원을 써먹기 더럽고 까다로운 형태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1. 한반도의 육지 형성 역사

 

1)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이전 선캄브리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유지된 "순상지"와 "탁상지"는 철광석과 대규모 기초 광물이 노천광산 형태로 매장된 것이 특징입니다. 

 

세계 규모의 노천 광산 지대인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의 모습.

 

호주, 브라질, 남아공의 거대순상지에는 철광석, 다이아몬드 등이 압도적으로 매장된 노천광산이 있고요

캐나다의 로렌시아 순상지는 금, 니켈, 우라늄 등이 대규모로 채굴되고

시베리아나 동유럽의 탁상지에는 철광석, 석탄, 다이아몬드가 채굴되고

인도 남부 데칸고원 일대에도 철광석과 석탄이 풍부합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 북유럽도 발트 순상지에서 고품질 철광석이 나고

중앙아프리카의 순상지에는 어마어마한 구리 매장 벨트가 있습니다(여기서 코발트 등 희귀 금속도 부산물로 생산됨)

서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북부에서는 순상지가 열대 기후에 풍화되어서 보크사이트(알루미늄)가 많이 형성되었고, 금광도 노천에 드러났죠.

 

그러나 한반도는, 이런 순상지가 있었지만, 고생대와 중생대에 지각 활동의 영향으로 이 순상지가 찢어지고 쪼개졌습니다.

그 결과 위에 언급한 지역들과 같은 "통짜 순상지"가 없죠.

그래서 광산도 지역 단위로 크게 형성되진 못했고요

위에 언급한 무산철광도 선캄브리아대에 형성된 노천 철광입니다. 유엔 대북제재 이전에는 연간 생산량이 800만 톤에 달했던 대규모 광산이죠.

 

2) 고생대

 

고생대 지층은 과거 울창한 숲이 땅에 묻혀 거대한 석탄층을 이뤘거나, 고대 대륙들이 충돌해 굵직한 산맥이 만들어진 지역입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석탄 매장량이 압도적이라, 근대 중공업이 엄청 발전했죠

 

 

잉글랜드 북부 탄광촌을 박물관 형태로 보존 중인 영국 더럼 비미쉬 박물관. 영화 <빌리 엘리어트> 배경의 모티브가 되었다.

 

독일 서부 루르/자르 탄전에는 어마어마한 역청탄이 매장되어 있고

영국도 잉글랜드 북부에 막대한 석탄과 철광석이 채굴되어 산업혁명의 시발점이 됐죠.

미국도 근대 중화학공업이 발전하기 좋았던 원료산지로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에 형성된 거대한 석탄층이 있었고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등지에는 지괴 위에 추가적으로 형성되었거나 대륙 충돌의 영향으로 형성된 고생대 지형이 백금, 금, 구리, 철, 석탄 등을 다 포함해서 구 소련의 핵심 공업지대로 기능했습니다. 독소 전쟁 때 동부 러시아 공업단지가 싹 이쪽으로 옮겨갔죠.

 

한반도의 석탄층은 다 고생대에 형성된 지형입니다. 문제는 다 무연탄이라는 점이죠.

왜 제철 등 공업에 활용하기 좋은 무연탄 대신 난방에나 쓸 수 있는 무연탄만 남았을까요?

역청탄은 휘발성 물질을 포함해서 열량이 더 높은 건데, 이게 중생대에 섭입된 마그마로 인한 막대한 열로 다 증발해버려 무연탄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이후 석유가 될만한 유기물층까지 싹 타버렸습니다.

 

3) 중생대 지형

 

캘리포니아 골드 러시와 사금채취를 묘사한 장면

 

 

 

대규모 지각 변동으로 땅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뚫고 올라와 화강암을 형성한 지역들입니다.

이런 지형의 특징으로는 "금!"이 많이 난다는 점입니다. 원생대에 형성된 저 밑에 있는 금속들이 마그마를 타고 중생대 지층으로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금 말고는 주석, 텅스텐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위에 언급한 운산 금광은 이 시기 형성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 서부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압도적인 금광들

그리고 말레이 반도의 관통 융기 화강암지대에 형성된 주석 벨트가 여기에 속합니다.

 

4) 신생대 지형

 

 

요새 아주 화제가 되고 있는 중동 유전

 

 

지금도 지진과 화산이 터지는 신기 조산대이거나,

얕은 바다와 강물에 유기물이 두껍게 쌓인 '젊은' 퇴적층입니다.

신기 조산대에는 은, 구리 광산이 주로 형성되었습니다.

얕은 바다와 강물에 쌓인 유기물들은 석유가 되었습니다.

추가로 이 시기 적도 지방의 경우, 열대우림 기후의 영향으로 씻겨내려간 금속 성분이 알루미늄의 원료 보크사이트를 형성했습니다.

 

옛날에 은광과 동광으로 이름을 날렸던 일본과 뉴질랜드

현재 세계 최대의 동광지대인 안데스산맥(특히 칠레)

보크사이트가 엄청나게 많은 인도네시아나 남아메리카 동부 적도 인근 지역들(에콰도르, 볼리비아, 페루 등)

바다와 강물의 유기물층이 석유로 변한 북아프리카와 중동, 서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북부(베네수엘라, 가이아나 등)

지열 활용이 활발한 아이슬란드와 하와이

현재 진행형으로 찢어지는 중인 지각인 동아프리카 지구대에는 천연가스전이 많습니다.

 

5) 한반도와 같은 다중변형지대

 

결론적으로, 한반도는 순상지의 뼈대를 고생대 지층이 묻어버리고 중생대 지층이 융기해서 복잡한 지층을 좁은 지역에 형성한 탓에

너덜너덜한 천조각을 기운 조각보 같은 지형이 형성되었던 겁니다.

러시아 극동과 중국 동북부가 이거랑 비슷하고요(단, 이전에 육지였다 바다로 변했다가 했던 발해만 일대엔 석유가 있죠)

프랑스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토양 차이가 극도로 심하고 여러 지형이 섞여있습니다.

베트남도 여기랑 비슷합니다.  여러 작은 육지 판들이 충돌하고 조립된 탓에 북부, 중부, 남부의 지형이 모두 다르죠

 

2. 한반도에 흩어진 대규모 광산들

 

한반도는 이렇게 모든 시대에 형성된 지형이 육지로 노출된 형태이다 보니, 다양한 광산과 지층을 모두 포함한 형태이기는 합니다.

먼저, 화강암 지대의 형성으로, 수자원을 가두고 정화하는 천연 정수기가 생겨 수자원이 매우 깨끗해졌습니다.

그리고 화강암지대 사이사이에 마그마가 뿜어낸 열수가 금, 은, 텅스텐 등의 금속들의 광맥을 형성했습니다.

그 결과 한반도에는 예로부터 금광이 많았고, 그 금광에서 은까지 서비스로 채굴되었습니다.

광산 인근에선 소소한 채굴이나 사금 채취가 이뤄지기도 했죠

실생활에 필요한 철도 캐다 쓰고요

 

 

 

그러나 조선시대이후 조정은 민간 채굴을 엄격하게 통제했으며 광산을 아예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명분은 농업이 근본인데 자꾸 한눈 팔고 딴짓한다는 거였지만

실제로는 조선시대 이후 중국에 명, 청이라는 거대 제국이 들어서면서, 거기에 조공 무역으로 털릴까 우려했기 때문에 대규모로 채굴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때 귀금속은 주로 일본에서 수입해서 썼어요

 

이렇게 고이 모셔뒀던 광맥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열강과 일제가 아주 야무지게 긁어갑니다.

이때 전국 산골짜기 광산마다 땅 밑을 파고 들어가는 광산과 그 뒷배경이 되는 노동집약적 붐타운이 형성되었어요.

 

3. 한반도 광업의 변화 경로

 

이렇게 일제 강점기까지 야무지게  털리던 광산들은

독립 이후 다 미군정청에 귀속됩니다.

하지만 그 광산은 생산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기술을 못 배우게 했고, 그 기반 시설도 황폐화되었으며 6.25 전쟁 때아주 그냥 박살이 났거든요

그러나 빈국이 된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뭐라도 팔아야 했기에, 남한 지역의 오링난 광산에서 광물을 야무지게 긁어모아 팔았습니다.

 

 

1950~60년대 대한민국 최고 노다지였던 청양 구봉광산

 

 

"자유세계" 최대의 텅스텐 광산이었던 영월 상동광산

 

이밖에 양양의 철광, 태백산의 탄광 등 지역 곳곳에 광산촌이 형성되었어요

이곳들은 산업화 시대의 에너지 심장부였으나, 1980년대 후반 에너지 정책을 석유/가스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고 황폐화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노천광산과 달리 좁은 갱도 중심이었어서 그 채산성이 악화되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공산진영 붕괴와 무역 세계화 때문에 싼 수입광물이 많이 들어오게 되었고요

 

4. 만주 이야기와 한국의 지역 경로

 

광활한 만주벌판과 요동 반도, 발해만 일대는 아주 자원 천지입니다.

이 지역은 마그마가 섭입되지 않아서, 중생대에 유기물이 바싹 타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철광석은 물론, 역청탄, 석유, 가스 등이 다 무사했어요.

요동반도에는 철 이나 석탄이 나는 노천광산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발해만에서는 석유가 펑펑 솟아납니다

만주에도 석탄, 철광석, 마그네사이트, 각종 금속과 보석 광산이 엄청 많죠

그래서 이에 대해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곳을 차지했다면 어땠을까요?

과거부터 이 원료들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산유국/자원 부국이 되었을 겁니다. 이 지역에 중화학 공업 지대가 형성되었겠죠

그리고... 지금처럼 인적 자원 투자에 몰두하지 않았을 겁니다.

교육을 왜 하고 수출 주도형 산업 지대를 왜 만듭니까? 자급자족이 되는데

 

먼저, 미국은 자유세계라는 이유로 한국 광물을 야무지게 빨아갔습니다.

일본도 수탈하던 경로 그대로 광물 수입해갔어요.

그럼 우리나라는 그냥 광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됐을 거에요

남미나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처럼 "자원의 저주"에 빠졌을 수도 있고

아수라장 전쟁터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말 급속한 탈산업화와 함께 러스트 벨트로 변해버렸을 수 있어요

지금 동북3성이 딱 그런 상태입니다.

사람은 엄청 많은데, 일자리가 없어요.

 

자원이 많았다면 우리나라에서 인적 자원을 갈아넣는 가공 무역, 중화학 공업 지대 조성, 첨단 제조업 이런 거 안했을 겁니다.

오히려 자원이 없어서 역설적으로 지금 같은 경제 선진국의 모습이 되었던 것일 수도 있어요.

지금 강원도 남부 탄광지역이 겪고있는 문제를 겪는 지역이 훨씬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의 발전 원인으로는

높은 교육열을 기반으로 한 국가주도적 고급인재 양성, 강력한 국가권력에 의한 통제, 높은 수준의 저축률, 낮은 세금과 최소한의 복지정책, 관치금융으로 통제된 저리의 기업 대출이 꼽히는데

이게 오히려 천연자원이 마뜩찮은 나라들이라 필사적인 정책 시행을 해서 이뤄졌다는 견해도 있어요.

이래저래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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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혼합유기물 | 작성시간 26.03.28 자원이 정말 없냐하면 있었는데 수탈 당했고 남은거 캐자니 효율은 안나오고 사람 살 땅마저 부족한데 개발하기도 힘들고 이래저래 아쉽죠
  • 작성자슬기X보이프렌드 | 작성시간 26.03.28 한반도도 역사적으로 금 졸라 많았음 다 뺏겨서 그렇지
  • 작성자호떡호떡 | 작성시간 26.03.28 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땅인게 오히려 축복이었던건가.. 그럴수도 있겠다 싶음
  • 작성자갓카루 | 작성시간 26.03.28 좋은글감삼다
  • 작성자2026년 로또당첨 | 작성시간 26.03.28 면적도 너무 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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