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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금융 수도' 영국이 20년만에 몰락한 이유".jpg

작성자로돈타|작성시간26.06.13|조회수5,158 목록 댓글 16

미시시피 만큼 가난한 현실…10년 내 폴란드에도 따라잡힐 판

 

-이드리스 칼룬 디 애틀랙틴 기자

 

https://www.theatlantic.com/magazine/2026/07/uk-productivity-economy-reform-party/687303/

 

누가 영국을 망쳐놓았을까.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다. 분명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소행이다. 지난 18년은 한 세대가 태어나 자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나, 남은 것은 대중적 환멸뿐이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영국은 대영제국 해체 이후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중위 가구 소득은 독일을 막 추월했다. 1 파운드 가치는 2 달러(3000원)를 넘었고, 런던은 뉴욕을 밀어내며 세계 금융 중심지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후 영국은 낙오했다. 현재 영국의 1인당 생산량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미시시피주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며, 이마저도 런던 덕분이다. 수도 밖 지역의 생활 수준은 미시시피주보다 훨씬 비참하다. 미국을 찾은 영국인은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져 이제 1 파운드로 1.35 달러(2064원)만 바꿀 수 있는 현실을 마주한다. 영국 임금은 미국은 물론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에 한참 뒤처졌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성장은 거의 멈췄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10년 안에 폴란드 보통 가구의 생활 수준이 영국을 따라잡는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세계의 강대국이었던 영국은 오늘날 동맥경화에 걸린 중견국으로 전락했다. 세금 부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으나 공공 서비스는 오히려 나빠졌다. 영국 복지 제도의 상징인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치료를 기다리는 대기 환자만 인구 10분의 1에 달하는 600만 명에 이르러 마비 상태다. 이제 NHS는 출산 의료를 제공하는 비용보다 분만 사고 합의금으로 더 많은 예산을 쓴다. 많은 영국인이 공공 치과 예약에 실패하고 비싼 사설 치과에도 가지 못해 스스로 이를 뽑거나 부러진 크라운을 접착제로 붙이는 실정이다.

 

소득도 충격적일 정도로 낮다. 초임 연봉이 3만8800 파운드(7922만원)에 불과한 전공의들은 지난 3년간 15번이나 파업을 단행했다. 일반 공무원의 중위 연봉 역시 3만5680 파운드(7285만원) 수준이다. 영국의 쇠락을 이끈 주범은 외부의 불운이 아닌, 자해에 가까운 정책 대응이었다.

 

◇금융업 올인과 치명적인 긴축 정책

 

1990년대 보수당과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은 영국을 금융업 중심의 탈산업 서비스 경제로 바꾸겠다는 도박에 똑같이 판돈을 걸었다. 런던의 호황으로 거둬들인 세금을 쇠락한 옛 공업 지대에 재분배해 지역을 재생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런던 금융업은 단숨에 주저앉았다.

 

정부의 사후 대응은 화를 키웠다.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끌던 보수당 정부는 세수가 줄자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긴축재정을 택했다. 케인스 경제학 이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였다. 경쟁국보다 지출을 과감히 줄여야 시장의 신뢰를 얻고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였으나 약속된 성장은 오지 않았고 상흔만 남았다. 일례로 NHS의 상시 운영비는 유지됐으나 시설 투자를 위한 자본 예산을 갉아먹는 대가를 치렀다. 그 결과 무너져가는 건물, 쥐가 들끓는 빅토리아 시대 교도소, 조립식 컨테이너에서 업무하는 NHS 부서라는 처참한 풍경이 남았다.

 

복지 삭감의 여파로 유년 시절의 절반 이상을 빈곤 속에서 보낸 아동 비율은 14%에서 23%로 치솟았고, 구루병이나 괴혈병 같은 비타민 결핍 질환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방정부는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중앙정부 보조금이 40% 삭감되는 충격을 견뎌야 했다. 2023년에는 주민 100만 명 이상을 책임지는 버밍엄 시의회가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향후 5년 안에 영국 지방의회 3분의 1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브렉시트라는 파멸적 승부수

 

긴축의 고통은 탈산업화로 이미 신음하던 소외 계층에 가장 가혹했다. 복지 제도는 세계화의 낙오자들을 보듬는 최소한의 안전망이었다. 금융 엘리트들의 오판으로 안전망이 무너지자 성난 민심은 위로는 영국 엘리트층을, 밖으로는 일자리와 공공 서비스를 두고 경쟁하던 유럽 이민자들을 겨눴다. 정치적 압박을 이기지 못한 캐머런 총리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라는 파멸적 승부수를 던졌다. 우파 정치인들의 기세를 꺾으려 던진 도박이었으나, 긴축 정책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영국의 소외 지역들은 압도적으로 탈퇴에 표를 던졌다. 의도와 정반대의 투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캐머론은 사임했다.

 

브렉시트 공식 협상 타결에만 장장 4년이 걸렸고, 질질 끄는 불확실성에 기업들은 피가 마르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브렉시트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 탓에 기업 투자는 12∼18% 줄었고, 생산성과 고용은 3∼4% 감소했다. 무엇보다 1인당 GDP는 기존 전망치의 두 배에 달하는 6∼8%나 폭락했다. 피해는 서서히, 그러나 뼈아쁘게 누적됐다.

 

◇살인적인 에너지 비용과 탈산업화

 

런던 북쪽으로 241km가량 떨어진 스토크온트렌트는 과거 세계 도자기 산업의 메카였으나 지금은 완전히 고사했다. 북해 유전은 말라붙었고 대체 에너지 투자는 실기했다. 결국 수입 에너지에 의존하게 된 영국은 가계와 기업 모두에 감당하기 힘든 청구서를 내밀었다. 2004년부터 2024년까지 영국 기업의 전기 요금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고도 세 배 넘게 뛰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대처 시절 단행한 급격한 민영화와 노조 무력화의 상흔이 겹쳤다. 공장과 제철소, 광산이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무직 상태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사는 실업 3세대(할아버지 아버지 자식이 모두 평생 실업자)가 태어나는 환경이 조성됐다. 스토크의 아동 빈곤율과 영아 사망률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역대 정부가 내놓은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인 '레벨링 업(Leveling Up)' 등은 구체적인 청사진이 늦었을 뿐 아니라 예산 규모도 긴축 정책으로 빼앗아 간 보조금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규제와 행정 마비가 부른 건설 불가 국가

 

오늘날 영국에서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의 영역이다. 야심 차게 추진한 초고속 철도 '하이 스피드 2(HS2)' 사업은 2009년 계획 수립 이후 사업비가 3배 넘게 불어나 1000억 파운드(204조 2000억원)를 넘어섰다. 버킹엄셔 구간 근처의 희귀 박쥐 서식지를 보호하겠다며 지은 에코 터널은 허가 서류만 8000장이 필요했고, 공사비로 2억 1600만 파운(4410억 7200만원)을 날렸다. 결국 재정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가장 핵심적인 북부 구간들은 통째로 취소됐다. 2040년에야 반쪽짜리 노선이 겨우 완공될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면서도 여전히 미완성인 '힌클리 포인트 C' 원전도 환경영향평가서 분량만 3만1401쪽에 달한다. 발전소 취수구에 물고기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중 음파를 쏘는 7억 파운드(1조 4294억원)짜리 일명 '물고기 디스코' 장치까지 설계에 들어갔다. 교통난을 해결하겠다며 스톤헨지 유적 밑에 터널을 파는 계획은 32년간 1억 7900만 파운드(3655억 1800만원)를 들여 계획만 세우다 결국 무산됐다.  전기를 끌어 쓰는 사소한 일조차 고역이다. 영국의 대규모 전력 사용 공장이 전력망에 연계하는 데 걸리는 대기 시간만 5년이다.

 

이 모든 행정 마비는 자해 행위다. 전권을 쥔 의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거부권 행사 제도와 복잡한 행정 절차, 끝없는 심의를 겹겹이 쌓아 올려 정부의 손발을 묶었다.

 

주택난은 더 심각하다. 영국의 고유한 용도지역제 부재와 실질 규제의 부재 탓에, 집 한 채를 지으려 해도 지방 정부 및 지역 '님비(NIMBY)' 주민들과 건건이 협상해야 한다. 그 결과 단위 면적당 주거비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프랑스는 영국과 인구가 비슷하지만 50%나 많은 집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금융위기 이후 주택 건설 속도가 더욱 느려졌다.

 

런던의 주택 중위 가격은 가구 중위 소득의 11배를 돌파했다. 런던도 금융위기 이후 생산성이 제자리걸음이지만, 다른 소도시들은 그 정체된 런던마저 따라잡지 못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정치적 대안의 부재와 포퓰리즘의 부상

 

이 음울한 정체 속에서 영국 정치는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2010년 총선 이후 거쳐 간 총리만 6명에 달하며, 스타머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총리의 순 지지율은 마이너스 42%포인트로 주저앉았다.

 

그 틈을 타 개혁당(Reform Party)의 나이절 패라지가 부상했다. 그는 '누가 영국을 망쳤을까'라는 질문에 무기력한 엘리트, 밥값 못하는 관료들, 그리고 불법 이민자라는 아주 매혹적인 답을 던졌다. 개혁당은 국가 규모를 축소하고 세금을 깎는 동시에 나라 지출과 재정 적자도 대폭 줄이겠다는 뜬구름 잡는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약속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공들여 깎아낸 칼날은 이민 정책이다. 불법 체류자를 전원 강제 추방하는 '사법정의 복원 작전(Operation Restoring Justice)'을 내세워 국경 통제 약속을 기만한 정부에 분노한 민심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이민자 유입을 차단한다고 영국의 곪은 상처가 아물지는 않는다. 영국의 치명적인 고질병 대부분은 외부에서 수입된 것이 아니라, 영국 정치인들이 내부에서 스스로 배양해 낸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매년 벼랑 끝으로 내몰리며 정부의 자충수가 반복될수록 옛 대영제국의 찬란했던 과거를 그리는 '영국 예외주의'의 맹신만 더욱 굳어진다. 과거 세계 패권국 지위를 복원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다만 정상 국가로의 생존과 안정은 가능하다. 

 

이를 위한 유일한 조건은 정치권이 지난 20년간 역대 정권들이 단 한 번도 실행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해 정책을 멈추는 것'이다. 영국을 망가뜨린 것은 (EU가 있는) 브뤼셀의 관료들도, 운 나쁜 위기 상황도, 런던의 탐욕스러운 은행가들도 아니다. 바로 영국인 스스로 영국을 망쳤다. 국가를 재건하고 싶다면, 망가진 나라를 더 망가뜨리는 짓부터 당장 멈춰야 한다.

 

 

*이드리스 칼룬은 디 애틀랜틱에서 선임 에디터를 맡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워싱턴 지국장을 역임했다.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 및 경제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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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뚤레 | 작성시간 26.06.13 ㄷㄱ
  • 작성자나 따위가 무슨. | 작성시간 26.06.13 오호
    타산지석 삼아야는데
  • 작성자Deadpool | 작성시간 26.06.13 ㄷㄱ
  • 작성자힐링잉 | 작성시간 26.06.13 ㄷㄱ
  • 작성자2BPeterPan | 작성시간 26.06.13 오호 흥미로운 분석이구만
    난 애초에 지적한 그 무덤에서 요람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사회주의적 복지가 파멸의 씨앗이라고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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