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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꿈

7월, 아픈 여름(2)

작성자gionex(12윤선호)|작성시간17.07.10|조회수28 목록 댓글 4

나는 종수 형과의 공부를 마치고 예배가 끝날 시간에 맞춰서 진희가 다니는 교회 앞으로 갔다.

진희에 의하면 마산에서 제일 훌륭한 목사님이 계셔서 마산 각지에서,

심지어 창원과 진해에서도 예배드리러 온다고 했다.


예배를 막 마쳤는지 교회 안에서 손에 성경책이나 가방을 든 사람들이 정말 많이도 쏟아져 나왔다.

나는 괜히 진희의 가족과 마주쳐서 진희가 곤란해질까봐 맞은편 골목에 서서 나오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모두들 표정이 밝고 행복해보였다.

그 중에 특히 행복한 표정의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내 또래였고 많이 낯이 익었다.

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남수였던 것이다.


평소에 기독교건 천주교건 불교건 천도교건 할 것 없이

종교는 나약한 사람들이나 의지하는 것이라고 입에 침을 튀기던 남수가 교회를 다니다니.

더 놀라운 건 행복에 겨워 죽을 것 같은 표정의 남수 곁에서 학교 도서관의 사서 누나가 남수의 눈길을 받으며 웃고 있는 것이었다.

오호, 요것 봐라.

나는 그들 앞에 나타나 깜짝 놀래켜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진희를 들키고 싶지 않아 그냥 있었다.

대신 친구들에게 전해줄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를 머릿속에 저장하고는

사라져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신기한 듯 쳐다봤다.


잠시 후 진희가 나와서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았다.

혼자인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골목에서 나가 진희에게 손짓을 했다.

진희가 나를 발견하고 뛰어왔다.

뛰는 발걸음에 따라 까만 단발머리가 찰랑거렸다.

왜 이렇게 멀리 계셨어요?”

진희가 내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 , 혹시 가족들이 보시면 진희 씨가 곤란해지실까 봐.......”

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후훗, 우리 가족 그렇게 꽉 막힌 사람들 아니에요. 게다가 오늘은 아버지도 안 계셔서 괜찮았는데.”


우리는 진해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진희는 어깨에 작은 가방을 메고 손에는 큰 우산을 들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달라고 해서 내가 들었다.

잠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곧 비가 쏟아질 것처럼 하늘이 흐려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빈손으로 나왔는데 진희는 우산까지 챙겨온 것이었다.


우리가 진해고등학교 근처에서 버스를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들고 있던 우산을 폈다.

우산이 꽤 컸지만 두 사람이 비를 가리기 위해서는 몸이 서로 닿을 수밖에 없었다.

걸을 때마다 진희의 팔이 내 팔에 스쳤다.

진희의 향기가 우산 속, 우리 둘만의 공간에 은은히 피어올랐다.

나는 진희 몰래 심호흡을 하고 마른 침을 삼키며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진희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비에 대해, 빗속의 풍경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했다.

나는 진희의 말에 짧은 대답으로 겨우 호응했지만 내 모든 신경은 진희와 스쳐 만나는,

우산을 쥔 내 오른 팔에 집중되어 있었다.


우리는 여좌천을 걷다가 제황산 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때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우리 옆을 지나가며 바닥에 고인 물을 튕겨버렸다.

나는 얼른 몸을 돌려 진희를 가렸지만 다행히 물이 크게 튀지 않았다.

진희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작게 웃었다.

나는 멀뚱히 그런 진희를 쳐다봤다.

, .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나서요.”

? 무슨 생각?”

, 아니에요.”


진희가 갑자기 말을 그쳐서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진희가 어색한 침묵을 깨고 물었다.

영빈 씨 학교 갈 때 약국 앞에서 버스 타시죠?”

.”

저도 거기서 타요.”

, 근데 저는 한 번도 진희 씨를 못 봤네요.......”

저는 영빈 씨 가끔 봤는데요?”

진희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

우리학교에는 야구부가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야구에 관심이 많았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운동장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서 야구부 학생들이 연습하는 것을 구경하곤 했다.

마산은 크게 전통적인 마을인 구마산과 일제 강점기 이후로 형성된 신마산 지역으로 나뉘는데

우리학교에 야구부원을 진학시키는 중학교가 각 지역에 하나씩 있었고,

그 두 학교는 또 우리학교에 가장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그 두 학교 출신은 자연스럽게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었는데,

야구부원들의 연습을 보면서도 서로 자기 출신 학교의 학생을 은근히 치켜세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기말고사가 끝난 어느 점심시간에 드디어 두 학교 출신 사이에 싸움이 붙고 말았다.

처음에는 서로 자기 출신 학교 학생이 더 잘한다고 칭찬하는 수준이었지만

그게 더 나아가서 상대방 출신 학교 학생을 비방하게 되고,

그러다 아예 상대방 학교 자체를 비방하고 비하하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결투를 결정했고, 토요일 오후에 바닷가 공터에 모여서 결투를 하기로 했다.

결투의 내용은 야구였다.


나는 구마산 지역의 그 중학교를 나왔고,

현재 사는 곳도 구마산이라 당연히 구마산을 대표하는 야구팀에 들어갔다.

비록 야구라고는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골목에서 고무공으로 놀아본 게 전부였지만 까짓 거 못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야구부원들이 연습하는 것을 많이 보고 같이 구경하던 애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이론적인 배경은 충분했다.


애들이 가지고 있는 글러브와 방망이를 모으니 충분히 시합을 할 수 있을 만큼 되었다.

어떤 아이는 당시에는 정말 귀했던 가죽 공을 가지고 와서 우리를 감탄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시합이 시작되었다.

시합은 7회까지, 그리고 5회에 7점 차 이상이면 콜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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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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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gionex(12윤선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7.10 주말 동안에 집에 인터넷이 안 돼서 못 올렸습니다.
    혹시라도 기다리셨던 분 계시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광제 형님, 책 출판하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도 이 글을 언젠가는 출판할 수 있을까요?^^;;
  • 답댓글 작성자마리사(7회 왕혜경) | 작성시간 17.07.11 당근.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희연 서울 교육감이 오픈북 해서 시험 치는 평가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21세기에
    열정과 순수의 시대가 상실의 시대로 기억되지나 않을지?
    하루 빨리 이 맞지 않는 옷을 벗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네요.
    우리 모두에게 건투를 !!!
  • 작성자고명심(6회 조제순) | 작성시간 17.07.15 그 전 토요일에 들어와 보니 글이 올려져있지 않더라구요.
    기다리고 있었는데. . . . . .
    어느새 선호씨의 글을 기다리는 주말이 된 것 같습니다.
    고군분투 하셔서 출판까지 해보시면 더 좋겠지요?

    마리사도 힘내시구요. 돝섬 답사도 재밌게 다녀 오세요.
  • 답댓글 작성자gionex(12윤선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7.18 선배님, 기다려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능하면 늦지 않게 일정 지켜서 올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도 기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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