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4월 4일 주일 -거꾸로 쓰는 일기-

작성자백금자|작성시간10.04.05|조회수54 목록 댓글 2

 

 4월 5일 새벽 두시-----

아이구! 왜 이렇게 잠이 안 오는거야.

잠은 자야 아침에 일을 할 터인데 벌써 두시간째 뒤척거리고 있다.

그렇다고 무얼 하기에는 머리가 아프다.

곤히 자는 남편을 건드려도 보았다가 다시 돌아 누어서 컴퓨터 속에 들어가 볼까 하다가

불을 켜고 책을 읽을까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체질상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몸이 안 좋아서 자기는 자야한다.

하나님이 오늘은 나를 안 사랑하시나~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고 했는데.....

다시 일어나 일기를 쓰기로 한다.

 

오늘은 일기를 거꾸로 써 볼까나.

이름 있는 예술가들은 뭐를 해도 이슈화 되어서 그게 정석이 되기도 하더만은

아무튼지간에 오늘은 좀 다르게 뭔 가를 해 보고픈 날이다.

 

저녁 일곱시----

친정집에 갔다.

낮에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만두 먹으러 와>

<만두 먹으러 거기 까지 가느니 내가 해 먹지

왔다갔다 기름값이 얼만데>

<그래도 보고 싶으니까>

<좋아 엄마 그런데 같이 갈 사람이 다섯이나 더 있는데....>

<그럼 국수 하지 뭐 다 와도 좋아>

나 같으면 고따위로 말하는 딸이라면 국수를 해 주기는 커녕

삐져서 말도 하기 싫었을 터인데 엄마는 다른이들도 같이 오라고

상냥히 말씀 하신다.

도착하니 엄마는 하루나를 썰어 넣고 국수도 하고

찜통에 만두도 찌고

늙은 호박을 파 내서 호박죽도 쑤셨다.

먹는 것을 흐믓하게 바라 보시는 엄마는

당신이 드시는 것 보다 여럿이 함께 왁자지껄하며 먹는

모습을 바라 보시는 것을 더 좋아 하셨다.

맛있는 것을 해서 불러 주시는 부모님이 계심이

감사하고 행복한 날.

아버지는 낮에 교회에서 얻어가

썰어 드린 떡을 무척 맛있게 드셨다.

오랫만에 하늘아래님이 함께 하셨다.

 

하늘아래 님은 요즘 염색을 안 하고 흰머리를 그대로

두려고 하는 중인데 아직은 어색하고

보기가 썩 좋지는 않지만 자리가 잡히면 좋아 보일것이라 믿는다.

염색을 해야 하는 힘든 과정 보다 나을 것이고....

저녁 여섯시----

정선 귤암리 이곳에서는 동강할미꽃 축제가 지난 2일부터 시작 되었다.

해마다 동강할미꽃을 보러 오는데

영월과 정선의 동강할미꽃이 쓰는 한자가 다르다는 것을 오늘 새로이 알게 되었다.

영월에는 동강할미꽃의 동자를 동녁동(東)을 쓰고

정선은 오동나무동(桐)자를 쓴다고 하는데 왜 그런 차이를 두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동강이 흘러 내려 가다가 영월 경계에 가서

동녁동자로 바뀌어서 흘러 가는 건지.....

아무튼지 오늘 만나는 동강할미꽃은 桐강할미꽃이다.

 저녁놀이 지고 있었다.

동강을 끼고 흐르는 귤암리 앞산은 언제 보아도 멋지다.

해가 산 뒤로 떨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실루엣만 남은 산 뒤로 조각구름 펄럭이고 있었다.

 한창일 줄 알았던 동강할미꽃은 겨우 몇송이만 피어서

할미꽃을 찾는 이들을 맞고 있었다.

 거름 하나 없을 것 같은 바위틈에서

어렵게도 꽃을 피운 동강할미꽃들.....

 해마다 이 맘때쯤 그 모습을 만나지만 늘 대견함을 칭찬하지 않을수가 없다.

 작년과 재작년의 기록을 보니 올해의 동강할미꽃은 보름은 늦어진 것 같다.

그래도 실망시키지 않고 여기저기 그 모습을 들어 낸 각양의 모습들이 경이롭다.

함께 사진을 찍으러 간 나무집님 나눔의기쁨님은

우리처럼 그냥 기록을 할 사진이 아니어서 카메라만 들고

나섰다가 도로 들어 오셧다.

아직 작품을 할 만한 동강할미꽃이 출연을 안한 덕이다.

오후 다섯시----

육백마지기

엊그제 다녀 온 육백마지기에 노란색 복수초들을 만나기 위해 번개를 쳤다.

우리가 교회 끝나고 세시에 출발을 하기로 했는데,

집에 와서 옷 갈아 입고 5분만 누워 있다가 가자고 한것이

둘다 깊이 잠들어 가지고 세시 30분에 출발이 되었다.

 

 먼저 와서 기다린 나눔의기쁨님은 미탄의 명아주님 댁에서

기다리고.....

 일곱사람이 한 차에 타고 산을 올라서

복수초를 만났다.

엊그제 보다 훨씬 더 많이 피었다.

 사진을 찍느라 모두들 조그만 꽃 앞에 엎드려서 애원을 하는 모습들이

재미 있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다 찍고서 서로 상대방의 엉덩이를 찍어 가지고

인터넷에 올리겠다 ,올리지 말아라,하고 협상을 하고 있었다.

 

제일로 재미있게 찍은 것은 명아주님이 나무집님 엉덩이를

찍은 것인데 나무집님이 술을 사겠다고 올리지 말라고 하고

우리들은 올리면 술을 사 주겠다고 했다.

ㅎㅎㅎ

명아주님은 이래저래 술을 얻어 먹게 생겼는데

어떤 술을 얻어 먹을 것인가 궁금하다.

그나저나 아무말도 안하고 슬쩍 그 엉덩이를 찍은 복병은 바로 여기에 있는데.....

복병은 원래 소리가 없이 접근 하는 법....

엎드려서도 만나고 누워서도 만나고

나와 복수초의 만남은 계속 되었다.

벗어 놓은 빨간 내모자 사이로

카메라에 비춰지는 복수초는 마치 이시간 내가 꽃의 나라에

요정이 된 것 같은 착각을 가지게 해 준다.

이 신비한 만남이 계속 될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이 육백의 복수초를 만나기 시작한것이 올해로 7년째이다.

어떤이는 산에서 예쁜 야생화를 만나면 집으로 가져가

내 혼자 보기를 즐긴다.

하지만 나는 이 수만송이의 복수초 한 송이도 집으로 가져가 본 적이 없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고....

우리집에 있는 것들은 어디서 얻어 온 것이거나

아니면 장마가 져서 더이상 그곳에서 살 수 없는 것들

그리고 개발이 되어서 그곳이 더이상 숲으로 존재할 수 없을 때 옮겨온 것

몇개가 전부이다.

자연의 것을 내 집에 옮겨 놓고 보는 즐거움이 10 이라면

이렇게 때가 되어 본연의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숲속 친구들을 만나는 설레임과

기쁨은 100이라 표현 할 수 있을만큼 큰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늘 내가 늙어 보러 올 수 없을 때까지 이 친구들이

강건하기를 .....

빨간 모자앞에 줄지어 선 복수초들을 보면서

나는 어쩐지 불안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며 마음이 초조해진다.

 

 

 열두시 30분----

잡채도 있고,떡도 있고,강정도 있고, 더덕무침, 메밀부침개와 전병

닭강정 샐러드 그리고 곰취겉절이 내년이 되면 구십이 되시는

권사님이 직접 해 오신 수수팥단지도 있다.

이거야말로 잔치상~

오늘이 우리 예수님이 사망권세 이기고 다시 살아나신 부활절~

그리고 잔칫날이다.

예배가 끝나고 온 동리 사람들이 다 모여서 잔치를 했다.

음식은 교인들이 한 두가지씩 해 오고.....

이곳 가재골은 아홉집이 사는데 그 중에 두 집만 교회에 안 나오시고

현재 쉬고 계신분도 있기는 하지만

마을주민의 80%가 넘는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니

대한민국에 그런곳이 몇이나 되려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아이들까지 다 합쳐도 30명이 안된다.

교회에 안 다니는 주민들까지 함께 이렇게 부활절 식탁을 나누는 마음은

음식을 먹는 것 보다 더 배 부른일이다.

 아침 아홉시----

오늘 교회에서 있을 부활절잔치 음식을 마련 하느라고

일찍부터 서둘러 교회로 향했다.

읍내에가서 떡을 찾아 가기로 해서 이다.

밤과 낮이 바뀐 아들이 그래도 투덜대지 않고

시간을 맞추어 준비하고 따라 나서는 것이 고맙다.

 

 

아무튼지 감사하고

즐거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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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오래 쓰다 보니 별 일기를 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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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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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산수유 | 작성시간 10.04.05 저도 몇일 전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우고 말았었는데... 그나저나 이렇게 나이 들어가면서도 꾸준히 일기쓰기를 하는 언니가 참 대단해 보입니다.
  • 작성자초록아줌마 | 작성시간 10.04.05 복병은 원래 소리없이 접근하는 법...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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