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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이야기'-활동기(성대 웹진에 게재)

작성자안재오|작성시간03.09.17|조회수93 목록 댓글 0

'시간강사 이야기'-활동기

안재오 /eddians 2003.09.15 입력


'시간강사 이야기'-활동기



안재오

1. 들어 가기

요즘 대학 강사 및 석박사 과정의 사람들에게 “시간강사 이야기”란 인터넷 카페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된 것 같다. 동호인 회원수가 계속 늘어 가고 대화와 상호 작용이 활발하다. 본인은 이 카페를 설립한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감회와 새로운 욕심이 생긴다. 성대 대학원 신문사의 원고 청탁을 받고 나는 이 카페의 역사를, 비록 짧긴 하지만, 다시금 더듬어 보았다.


독일에서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0년 1학기부터 대학에 강의를 하기 시작하면서도 상당히 사회적으로 비참한 시간강사라는 자신의 처지와 본분은 잊어버리고 오히려 입시지옥과 학벌 제도라는 한국의 중요한 사회문제에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교육개혁을 위해 노력했다, 하기야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 근래에 『교육 공화국 - 공화주의 교육으로 미친 나라를 바로 세우자』라는 책도 출판하고 기타 그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렇게 한국에서 강의를 하다가 느낀 것은 나이 50을 넘긴 고령의 시간강사들과 알게 되면서부터 시간강사라는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었다. 가령 같이 조치원 홍대에서 강의한 김이라는 여자 강사 분의 경우, 그녀는 미국에서 교육학 박사를 하고 온 유학파 강사이지만 그간 교수가 되지 못하고 보따리 장사로 벌써 연세가 50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서울, 수도권 그리고 지방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정력적인 박사 아주머니였었다.


그렇게 전국을 누비는 김 선생님의 모습에서 나 자신의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동료들과 더불어 “시간강사 신분보장 운동 위원회”라는 노조 비슷한 단체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으나 거의 호응을 얻지 못했었다. 정말 친한 강사 중에서도 한 명도 거기 가입시킬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들은 자기이름이 학교측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런 시간강사들의 소심과 공포심 등이 결국 시간강사들의 연대활동을 막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강사들을 비판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직장 내에서의 그들의 극도로 열악한 고용 조건 때문이다. 물론 일부 대학은 용감하게 노조활동, 권리 투쟁을 하고 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이다. 다들 연고도 없는 학교에 가서 2-3시간 혹은 5-6 시간 강의를 받는데 누가 고용주와 불편함을 감수할 것인가?

2. 시간강사 신분보장 운동

“시간강사 신분 보장 운동”이란 정부에서 시간강사의 자격과 보수를 보장해 주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었다, 즉 예를 들어 “시간강사 관리 공단” 같은 정부 단체를 결성하고 거기서 전국의 모든 강사를 일괄적으로 통제내지 협조한다는 그런 발상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강사들의 보수는 현재 각각의 대학에서 받는 강사료와 정부 보조금의 두 가지로 구성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즉 시간강사에 대한 생계보조비를 국가에서 가령 월 100만원을 지급하고 그럴 경우 강사는 평균 월소득 50만원과 국가 보조금을 합해 약 15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구상을 했었다.
이 역시 시행 상에 많은 문제를 가질 수 있고 또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과연 그럴 의도와 예산 여유가 있느냐는것이었다.


그 때도 물론 “시간강사 노조(비정규직 대학 교수 노조)”에 대해 알고는 있었으나 주위에서 어디 연락하고 도움을 청할 사람을 찾지를 못했었다. 나는 그 당시 강사노조의 약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즉 대학별 노조 결성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찾다가 시간강사 이야기란 인터넷 카페를 설립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게 올해 봄이었다. 그래서 일단 홍대 강사들 몇 분의 동조를 얻어 카페를 오픈할 수 있었다.



3. 강사노조 구성의 어려움

내친 김에 강사노조의 활동이 왜 그렇게 열매가 없는 가를 한 번 살펴 본다면 이는 단적으로 사업장 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 활동은 기본적으로 사업장 단위의 투쟁이고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주 만나고 얼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강 강사들의 경우 한 학교에서 한 강좌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어떻게 얼굴을 익힐 수 있다는 말인가?

대부분의 경우 같은 학교에 근무하더라도 누가 누군지를 모르고 자기에게 주어진 강의 시간에 왔다가 마치고는 빨리 학교 캠퍼스를 뜨는 것이 상례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노조활동의 기초인 사업장 단위의 활동이 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강사에게 주어지는 한 두 강좌 시간마저 매 학기마다 안정적으로 확보가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모두 고용 불안에서 벌벌 떨게 되고 학교 측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악질적인 학과장이나 교수들은 이런 시강강사들의 신분상의 약점을 이용하려한다. 그런 사례에 대한 보고가 이미 다 알려져 있다.

정말 시간 강사들의 문제는 낮은 강의료라기보다는 오히려 고용의 불안정이다. 어떤 강사는 말하기를 “평생 같은 학교에서 두 과목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라고 했다. 사실 이것만 보장이 되어도 우리는 박봉에도 불구하고 뭔가 강의를 직업으로 삼아 생존의 대책을 만들 수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 자치라는 구조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학과나 학교는 수시로 그들이 편한대로 강사를 채용하고 부담 없이 자를 수 있는 전횡적인 폭력을 소유한다.


그래서 나는 강사문제에 관해 노동조합주의를 불신하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나의 소신, 즉 전 대학을 공영화, 국립화함으로써 비로소 풀리는 문제이다. 지금처럼 공립과 사립이 병존하고 각 대학은 학사 운영을 독자적적으로 할 때 시간강사 문제는 영구 미제의 고통으로 남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대학의 정원이 미달되고 문닫는 사립학교들이 생겨날 때 전임 교수들도 전혀 신분과 직장이 보장되지 않는다, 하물며 대학의 노예인 시간강사들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하랴? 누구나 다 아는 또 다른 문제는 사립대의 경우 교육부와 결탁이 되어 대학비리와 임용비리를 야기하고 특히 시간강사들에 대해 대학들의 착취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정경유착이 정치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정교유착(政敎癒着) 역시 교육 발전을 가로 막는 암적인 존재이다. 여기서 이 문제를 더 다루기는 어렵고 간단히 말해 현재의 대학은 완전히 죽고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교육부가 대학생들의 교육과 발전보다는 일부 사학 재단이나 대학의 비리를 묵인, 조장하고 감시 감독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얼마나 대학의 민주화가 안 되고 학생들의 인권이 짓밟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카페 게시판에 아래와 같이 썼다 : “한국의 대학 교수들은 경쟁을 하지 않고 기득권에 안주하여 석박사 과정생들에게 개인적인 충성과 때로 금전 마저 요구한다. 그들은 때로 여자 제자들에게 비도덕적인 행위도 불사한다. 이러니 대학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이런 대학제도 이런 교수들로부터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를 발전시키기를 바랄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대한민국의 교수, 대학사회 모두 새로 태어나야 한다. 이대로는 소망이 없다. 대학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아니라 반대로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의 대학 너는 죽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아니 모든 교육이 다 그렇다.“


시간강사 이야기[출처 http://cafe.daum.net/dozent]


4. 시간강사 이야기

위에서 강사 노조 내지 권익단체 결성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역설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이용한 강사 네트워크의 계획을 구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나의 개인적인 의도뿐만 아니라 외부의 현실이 시기 적절하게 작용했다. 이는 달리 말해 올해 5월 30일에 있었던 서울대 백강사의 자살이라는 비극이 있었고 나는 이 사건에 대해 약간 아는 처지에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사회 전체가 시간강사의 고통에 눈을 돌리게 되었었고 여론으로부터 많은 동정을 받았었다. 나는 그 사건에 대하여 “어느 시간강사의 죽음에 즈음하여”라는 글을 발표했었고 이 때문에 카페에 많은 문의와 댓글들이 쇄도했었다.


그리고 더 큰 사건은 나 역시 근무지에서 무단 해고되는 어려움을 당했던 것. 홍대 조치원 캠퍼스에서 인기 있는 철학 강사였으며 홍대에 대해서도 아무런 불만이 없었었다. 특히 독일식의 교육개혁을 학생들에게 설파함으로써 더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올 6월 학기말이 되어갈 때 아무래도 기운이 이상하여 교양과 조교에게 2학기에 강의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었다. 다음 주에 또 물어 보니 나의 과목 모두, 즉 4과목이 폐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놀랐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이를 신(神)적인 의미로 해석을 했다. 그래서 크게 마음이 동요되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교양 과장에게 전화해서 사실을 다시 문의하니 그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단지

“교양강좌 운영위원회”에서 다음 학기에 나의 과목을 설강하지 않기로 했다는 동의반복(tautology)을 말했다. 그런데 그 당시 서울대 백선생의 자살 사건으로 MBC의 PD수첩 팀에서 나에게 취재를 요청한 상태였었다. 나는 PD에게 나의 무단해고를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무척 분개하여 이를 상세히 보도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졸지에 TV에서 활약을 보여주게 되었었다. 6월 10일 이 방송이 전국에 나가게 됨으로써 “시간강사 이야기” 라는 웹사이트가 알려지게 되었고 여기에 하루에 100명 이상 회원 수가 증가하는 대단한 일이 발생하곤 했다.

사실 PD수첩에 기꺼이 촬영을 허락한 것은 나의 불행이나 시간강사 권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신간 서적 “교육 공화국”이 혹시 TV를 통해 광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그런 나의 사심 있는 의도는 철퇴를 맞고 그 대신 인터넷 카페의 부흥이라는 다른 결실이 맺어졌다. 이런 관계로 나의 얼굴은 MBC의 9시 프로인 뉴스 데스크에서부터 나오게 되었다.

5. 온라인 권리 운동의 한계와 전망

주당 2-3시간 근무하는 직장에서 그 근무자가 고용주에 대해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이는 생존의 파리 목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진정 이 시대의 프로레타리아들이다.

공산주의의 아버지 칼 맑스가 그토록 걱정하고 사랑했던 그 노동자들은 이미 이 사회의 특권층, 기득권층이다 (물론 정규직 및 노조 근무자들을 말한다. 이 사회의 80% 이상의 비정교직 노동자들은 박봉과 해고 불안에 시달린다). 그러나 비정규직 청소부 혹은 파출부라도 시간강사 보다는 직장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더 있다. 그들은 그래도 해고될 때까지는 매일 출근하고 월급도 최소한 60만원은 된다.


그러므로 시간강사들이 극히 고용문제로 민감하고 소심하다. 이런 인식에서 나는 익명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인터넷 매체를 통한 강사들의 네트워크를 구상하게 되었고 이런 나의 의도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온라인 네트워크 혹은 커뮤니티 활동은 그 활발한 상호작용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어떤 실천적 해결책도 강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부당 해고를 당하거나 지도교수나 학교측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은 모두 익명으로 자기의사를 표현하기 때문에 누구도 어떤 대처 방안도 행사할 수 없다. 억울하게 당하는 시간강사들은 그러나 가해자를 실명으로 적시하지를 못한다. 그러니 현실의 모순에 대한 개선이나 실천적 활동이 일어 날 수가 없다.


그 대신 모두 자신의 문제를 솔직히 말하고 토론함으로써 상호 위안과 격려는 생길 수 있다. 나의 희망은 좀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전공별 지역별 대화를 진행할 때 언젠가는 오프(off)에서 만나고 실명으로 문제를 거론할 때가 오지 않겠는가 하는 막연한 기대이다. 물론 운영자 정모모임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미미하고 다들 신분 공개를 꺼리고 있다.


어쨌든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아무리 사소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즉 시간강사들에게 너무 과도한 윤리적, 당위적 요구를 하지 않고(예를 들어 당신들 왜 노조 분회를 만들지 않는가 혹은 학교의 비리가 있다면 실명으로 당당히 비판하고 정공법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지 않는가 등등) 그 대신 그들의 약점과 고뇌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그런 사실 위에서 무언가를 해보자는 것이다. 사회개혁과 구원의 그 날을 위해! ■


*약력

현 명지대, 카톨릭대 강사.
다음 카페 '시간강사 이야기(http://cafe.daum.net/dozent)마스터
『교육 공화국 - 공화주의 교육으로 미친 나라를 바로 세우자』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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