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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왕 노무현

작성자안재오|작성시간03.10.11|조회수72 목록 댓글 0
교육공화국 편지 62 : 고난의 왕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 비자금 수수의혹 사건과 관련,“검찰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이 문제를 포함해서 그동안 축적된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유권자의 절반 가량인 48.9%의 득표율로 당선된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80∼90%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물류대란, NEIS 문제, 공무원 노조 등 이익집단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국정혼란 및 측근 안희정씨의 나라종금 자금 수수, 친형 노건평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취임 2개월 만에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갤럽조사에서 59.6%로 뚜렷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현재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이다. 이라크 전투병 추가 파병, 위도 방폐장, 송두율씨 문제 등 국론 분열요소가 될 만한 현안들이 첩첩산중인 데다 경제 어려움이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수차 지지의사를 표명하며 무게를 실었던 통합신당에 대한 지지율도 바닥권이다. 여기에다 측근 비리로 도덕성까지 치명상을 입었다. 노 대통령은 이처럼 온갖 어려움이 중첩된 상황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풀지 않고 자신에 대한 재신임이라는‘블랙홀’을 통해 한꺼번에 풀어보겠다는‘벼랑끝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상 국민일보 + 조선일보 10.10 기사 편집)

그런데 본인의 견지에서 이런 노무현의 정치적 불안과 그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이미 그의 정치적 출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이는 여소야대 국회 상황하의 대통령 제도가 가지는 맹점이다. 근래 노무현은 그가 총애한 내무부장관(행자부 장관)이 국회에서 애매하게 매를 맞고 뚜렷한 잘못도 없는데 해임건의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또 최근에는 대통령이 제청한 감사원장이 역시 뚜렷한 이유도 없이 국회에서 임명 거부당하는 비참을 맛보았다.

본인이 보기에는 위에서 열거한 여러 국정의 난맥보다 인사문제로 당한 고통이 대통령의 심기를 억압하고 굴욕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최측근 청와대 총무비서관 최도술씨의 SK금품 비리 사건은 노무현에게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여소 야대하의 대통령은 이처럼 거대야당의 종살이라는 모순, 즉 형식과 내용의 불일치를 내포한다.
다시 말해 형식상으로 대통령은 국정의 수반이고 최고 통수권자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야당의 머슴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은 일 하나에도 야당과 협의를 해야 하고 각료 하나를 임명하기 위해서도 야당의 입맛을 먼저 알아 처신해야 한다. 무언가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정책 하나를 자기 뜻대로 밀고 나갈 수 없다. 위에서 열거한 노무현 집권초기의 국정혼란, 즉 물류대란, NEIS 문제, 공무원 노조 등의 집단이기주의 및 측근 안희정씨의 나라종금 자금 수수, 친형 노건평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은 거의 모두 대통령의 권력부재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여러 문제는 이전의 권위적인, 권력적인 대통령 하에서는 거의 문제가 안 되었을 수도 있다. 노무현의 문제는 이런 태생적, 선천적 한계에다 그의 자유분방한 캐릭터, 즉 검사 서열파괴에서 보여준 탈권위주의 등이 정권 집권 초의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시킨 면이 있다. 물론 국제문제와 노동문제 등에는 노무현 개인의 인식부족과 경험부족 혹은 경솔함 등이 일을 그르친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 일도 자기 마음대로 못하고 항상 거대 야당의 눈치를 보고 그 집의 마름 노릇이나 해야 하는 노예적 대통령을 주문한 사람은 다름아닌 국민들이다. 노무현이 모토로 내건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라는 말을 그 자신이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그는 이런 열악한 처지를 허용한 것도 결국 국민의 뜻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따라서 이를 어떻게든 달게 수용하며 그런 조건 하에서 뭔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찾아 나간다면 종래는 국민의 지지를 다시 획득하고 명실상부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 대통령들은 이런 여소야대의 모순을 감당하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정치개편을 통해 다시 여대야소의 국회를 만들려고 무리한 수단을 남발했었다.

이런 면을 본인은 결국 한국인의 사유의 능력 부족으로 본다. 즉 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획일적 습관을 과감하게 부수지를 못한, 사유의 유연성 부족이다. 더욱이 이는 근본적으로는 시험(입시) 위주의 교육, 교과서 중심의 교육 그리고 정답 위주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병폐인 것이다.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은 보통, 정상적 상태에서는 그럭저럭 잘 처신하지만 예외적인 경우 혹은 긴급상태에서는 우왕좌왕하게 된다.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권도 잡고 의회마저 점령한 정상적 대통령의 경우 문제는 없다, 그러나 노무현처럼 극히 의회에서 지지세력이 적은 대통령은 어떻게 할 지를 모른다. 여기서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자신만의 창조적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노무현의 문제는 이런 허허실실의 지도자에게 필요한 창조적 기술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대신 그는 이런 노예적 대통령이라는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집권 초의 재신임 확인이라는 무리 수를 놓고 있다. 그가 가야 할 길은 무리하게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야당의 소원을 들어주면서도 자신의 길을 찾는 현명한 지도자의 길이다.
그가 가야 할 길은 고난의 왕의 길이다. 자기 권력을 휘두르려고 한다면 그는 망한다. 국민의 뜻과 야당의 뜻 모두를 아우르면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인내와 굴종의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은 또한 영광의 길이다. 재신임 확인 이는 잘못된 길이다. 이를 철회하고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개미처럼 전진하다보면 대통령과 이 민족 모두 고난에서 벗어나 밝은 빛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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