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일은 가치 있는 투자)
몸과 마음을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분리된 걸로 여기는 이원론적 사고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과학적이지도 않다.
마음은 뇌의 활동에서 비롯되고, 뇌는 위장, 간, 심장 같은 몸의 장기 중 하나이니, 몸과 마음이 서로 무관할 리 없다.
최근 20여 년 동안 신경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우리가 뇌에 관해 알게 된 것은 우리가 아직 뇌를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말하는 신경과학자들이 있을 정도로 우리 뇌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복잡한 뇌도 실은 신경세포와 그것들의
연결을 기반으로 기능한다. 신경세포의 활동과 연결성은 포도당, 아미노산, 비타민 등 영양소와 산소 등으로 인한 대사 활동을
기본으로 하는 생화학적 현상이다. 이렇게 따져 보면 뇌가 적절히 기능하는 것은 결국 몸의 건강과 연결돼 있다. 영양가 있고
소화 잘 되는 식사, 관절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필요한 운동, 피로 해소를 위한 수면이 뇌에도 좋을 게 당연하다.
일상을 잘 꾸려 가며 건강한 몸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마음 건강에 바탕이 된다. 그런데 그런 일을 신경 쓰지 않고 지내거나,
너무 어렵게 여기거나, 알고 있는 정보도 일상에 적용해 생활화하지 못하는 성인들이 생각보다 참 많다. 건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곧 자신을 돌보는 일인데, 그 중요한 일을 잘하지도 못하고 잘할 생각을 하지도 못한다. 우리가 공교육에서
학과목별로 배우는 지식이 실은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배운 것들을 실생활에 활용할 기회 없이 그저 시험을
잘 보는 데만 집중하며 학창 시절을 보내기 때문일 것이다.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많은 이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소홀해도 된다는 암시적 메시지에 노출된다. 내 몸을
돌보는 역할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나는 그 돌봄을 ‘대접’ 처럼 받으며 학업이나 일을 잘 하면 된다는 메시지. 그러다 보니
방을 청소하고, 음식을 스스로 준비하고, 그릇을 닦아 정리하고, 옷을 세탁하는 등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을 가치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대신하고, 나는 그보다 더 가치 있는 다른 일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돌보는 일을 ‘값싼 노동’ 이라 치부하며, 그에 체력과 시간을 쓰는 걸 낭비라고 여긴다. 그렇게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서
멀어진다.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덜 가치 있다고 여긴 그 일이, 사실은 긴 훈련과 시행착오, 많은 정보와
지식, 정성과 노력이 드는, 나를 위해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임을 간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