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뜨니 딱히 할일 없어 카페 뒤적이다가 처음으로 올려봅니다.
다듬지 않은 글이니 이해 하소서.
우보 꾸벅.
7월 5일 금요일. 여행 7일 차.
새벽 공기가 제법 차다. 오늘은 이곳 타시쿠르칸에서 국제버스에 올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국경 검문소인 '쿤자랍(紅其拉普)패스'를 넘어야한다. 쿤자랍 패스는 피의 고개라는 뜻이니 지명에서부터 아찔함을 느낀다.
버스 터미널은 호텔 바로 길 건너편이다. 현재온도가 섭씨 10도인데도 건조해서 그런지 춥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살같에 닿는 가벼운 바람에 기분이 좋다. 2차선 차도를 건너니 바로 터미널 입구다. 어제 도착하자마자 예약해두었던 국제버스에 오르니 차량 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좋다. 비록 연식은 오래되었으나 널찍한 좌석이 맘에 든다. 운 좋게 차창가에 앉게 되었으니 가는 내내 차창 풍광을 맘껏 즐기리라.
아홉시 오십분, 드디어 출발이다. 아래의 짐칸은 각종 화물로 바늘 꽂을 틈 조차 없고 차 안은 만원이다. 중국과 파키스탄 두 나라의 말이 섞여 들려오니 도대체가 정신이 없다. 하지만 곧 적응 되겠지. 짙은 구름 사이로 드러난 하늘 빛이 푸르다.
버스가 출발하고서 채 오분도 못되어 좌회전하자마자 중국측의 출입국 사무소다. 원래 한시간쯤 가야 나오는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잠시 전 터미날에서 좁은 짐칸 안에 애써 실어뒀던 배낭을 다시 꺼내들고서 출국 심사대에 섰다. 그다지 엄격한 심사는 아니다. 어짜피 떠나가는 사람인데 서로 피곤할 이유가 없을게다. 다만 버스 짐칸에 잘 실어뒀던 여행짐을 되 꺼내어 검사를 받은 뒤 다시 실어야하는 번거로움이 귀찮을 뿐이다. 재빨리 선두그룹으로 심사대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갈 수는 없다. 같은 버스의 48명의 승객이 모두 통과를 해야 함께 타고 출발 할 수 있는 것이다.
아까와는 달리 살짝 추위를 느낀다. 진즉에 해가 떴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선 이 자리는 아직 아침의 산그림자 속이어서 공기가 차다. 건너편 설산 봉우리 중턱으로 이제야 햇빛이 내려왔다.
한시간 반이 걸려서야 모두가 짐 검사를 통과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나오는 길에 또 다시 경찰이 버스에 올라와 일일이 여권과 비자를 확인한다. 이전에도 여러번, 두 나라 사이를 오갈 때 육로를 통해 입출국을 해보았지만 여기처럼 까다롭기는 처음이다. 아침에 버스에 오른 뒤 이래저래 출국 절차에만 꼬박 두시간이 걸려 이제 정오가 되었다. 여기서부터 국경인 쿤자랍 패스까지는 얼마를 더 가야만 하는 건지 모른다. 버스는 계속 고도를 올린다. 갈수록 숨쉬기가 힘들다. 고도계는 이미 4,000m를 넘겼다.
완만하던 고갯길이 이제 급해지기 시작한다. 쿤자랍이 가까워지나보다.
해발고도 4,450m. 드디어 쿤자랍 검문소. 중국측 경찰이 올라와 일일이 여권의 출국 도장을 확인한다. 어제 카스에서 출발 후 이렇게 총 네곳의 검문소 통과 끝에 중국을 벗어났다. 저 멀리 쿤자랍 패스의 관문이 보인다. 파키스탄과의 국경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중국 풍으로 지어진 웅장한 건물이다. 고산지대인지라 공기 중에 산소가 부족해서인지 머리 속이 점점 멍해지면서 숨을 몰아쉬게 된다. 다행히 관문을 지나서는 내리막길이 이어지니 몸의 컨디션은 바로 회복이 된다. 중국땅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다른 듯 한결 부드럽다. 풍광 또한 편안하여 넓게 초원이 펼쳐진 가운데 드문드문 선 봉우리 사이를 편안한 속도로 달린다. 다만 그 봉우리에는 모두가 하얗게 눈이 덮혔을 따름이다.
좌측 통행. 파키키스탄으로 넘어오니 당장 바뀐 것은 시간과 차량 통행 방향이다. 중국과의 시차가 세시간이니 시계는 다시 정오로 돌아갔고 도로의 오른쪽을 가던 버스는 왼편으로 자리를 바꾸었다. 쎌카를 찍어보니 얼굴이 퀭하다. 피곤한 빛을 감출 길이 없다. 좀 힘든가보다. 연신 하품이 나온다. 하지만 연속된 절경에 오직 눈만은 호강한다. 뾰족한 봉우리는 만년설을 이었는데 골골이 힘찬 물줄기는 서로 어울려 절경을 이루었다.
두나라의 국경지역 도로가 통제가 심하다. 군사 지역이어서 그런지 가는 길에 쉼터는 아예 없고 버스를 멈출 수도 없다. 출발한지 꼬박 다섯시간 만에야 간이 휴게소에 도착되어 근심을 해결했다. 터질뻔했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휴게소라고 해봐야 달랑 조악한 시설의 화장실만 있을 뿐이다.
차 안에서 미리 준비한 점심을 들었다. 뱃속에 뭐가 좀 들어가니 컨디션이 좀 오른다. 쎌카로 확인해 보니 퀭했던 눈빛도 다시 살아났다.
쿤자랍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바리케이트를 치고서 통제를 한다. 국립공원이기에 여길 통과하려면 입장료를 내란다. 일종의 통행료다. 중국인은 50위안(10,000원) 파키스탄 500루피(2,500원) 우리는 40딸라(50,000원). 너무 비싸다. 황당하지만 어쩌겠는가. 그저 하얗게 뾰족한 봉우리와 거친협곡, 그리고 검은 물줄기를 감상하는 비용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아까워 말자. 여기에 언제 다시 와보겠는가. 일부당관만인적(一夫當關萬人敵)이라했으니 군인 한명이 이곳 관문을 지키면 만명의 적군이 처들어와도 막아낼 수 있겠다. 진정, 험준하기가 세상에 비할 곳이 없다.
소스트에 도착했다. 버스의 종점이다. 이곳에서 파키스탄 측의 정식 입국 수속이 이루어진다. 씨스템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일 처리에 속도가 나질 않는다. 우왕좌왕에 시끌시끌. 그런들 어쩌랴. 어짜피 여행길인 걸.
수속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잠깐 가게에 들러 생수 등 약간의 물건들을 준비한 뒤 대절한 승합차에 올라 '파수'로 향한다. 그 곳에 오늘의 숙소가 있다. 거기까지는 걸리는 시간은 한시간 여. 얼마 안되는 거리이니 구경삼아 쉬엄쉬엄 가기로한다. 길 모퉁이를 돌아설 때 마다 드러나는 절경들. 온 사방에 둘러진 남성적 풍모의 암벽과 봉우리들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다가온다. 놀란 눈으로 올려보자니 당장 그 스케일에 압도된다. 히말라야의 두번째 봉우리인 K2(8,611m)가 이 부근에 자리했음은 필연이다. 장쾌(壯快)하다는 표현은 이런데 붙여야 마땅하리라.
엠베서더 호텔. 단층으로 이뤄진 아담한 숙소 풍경이 나그네를 편안케한다. 처음 이 이름을 듣고서 연상한 것과는 달리 산간 오지 마을의 소박한 쉼터가 나그네의 여행감성을 더욱 부추긴다. 테라스에 앉았자니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그림이 되어 계속 나의 시선을 붙든다. 감히 말 할 수 있겠다. 이제까지의 내 여행 중에 만나본 최고의 호텔이라고.
마련된 저녁식사마저 훌륭하다. 이곳의 현지식 커리가 준비되었는데 살짝 소금간이 된 밥에 어울린 커리들이 어느하나 빠지지않는다. 그 중에서도 '야크 커리'가 압권이다. 신선도가 뛰어난지 식감이 아주 뛰어나서 술안주로도 최고겠다. 반주로 내온 이곳의 특산 '뽕술'의 유혹을 이겨내느라 참으로 애 많이 썼다. 음주를 터부시하는 이곳 무슬림의 문화를 적어도 이 땅을 여행할 때 만이라도 존중하자.
오늘은 음력으로 5월 30일 그믐날, 달 없는 밤. 하늘에 달 없어 별들이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