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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의 詩

[스크랩] [名詩散策 / 夏] 여름의 한낮 / 이윤학

작성자강동호|작성시간26.06.17|조회수3 목록 댓글 0

                여름의 한낮

                               이윤학

 

    오동나무 밑에는 평상이 놓여 있다

    평상 옆에는 지팡이가

    여럿 기대져 있다, 노인들이

    입을 벌리고 자고 있다

 

    털 난 벌레가

    꿈틀꿈틀 기어가고 있다

 

    평상 위에는 부채가 놓여 있다

    부채는 시들지 않는다, 쩍

    갈라진 수박 반 쪼가리

 

    저 수백 장의 오동나무 이파리

    부채는 시들지 않는다

    푸른 부채, 너무 큰 부채들 위에

    꽃이 피어 있다

 

    노인들, 가끔 입맛을 다신다

    얼마나 많은 순간들이 겹쳐

    지나간 것인가, 그리고

    꽃이 시든다는 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가

 

    더 높은 곳으로

    저 꽃들은 바쳐진다!

 

    오오, 입을 다물어

    씨를 만들어내는

    지독한 순간들, 만난다

 

    햇빛이 잠깐 입 속을 스쳐간다

    입 속의 금이 번쩍 빛난다, 저

    평상 위의 그늘은 끝없이 물결친다

 

 

 

 

*이윤학(李潤學, 1965~  ) 충남 홍성출생의 시인, 소설가, 아동문학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청소부」, 「제비집」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음 

이 시인은 일상의 남루함과 소외된 존재들을 향한 날카롭고도 내밀한 시선으로 요약되는데, 유년 시절의 상처,

말더듬이의 기억, 가족과 떨어져지냄 등에서 비롯된 고독과 결핍이 짙게 깔려있으며, 후기로 갈수록 실재하지

않은 풍경이나 가정법적인 세계를 묘사하여 현실의 고통을 환상적이거나 서정적인 이미지의 변주를 통해서

극복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평임

시집으로 <먼지의 집>(1992),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1995),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1998),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2000),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2003), <그림자를 마신다>(2005),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2008), <나를 울렸다>(2011), <짙은 백야>(2014),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2017), <곁에 머무는 느낌>(2021) 등이 있고, 장편동화 <왕따>(1998), 소설 <우리가 사랑한 천국>

(2025) 등이 있음

김수영문학상(2003), 지훈문학상(2007), 동국문학상(2008), 김동명문학상(2012)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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