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증상인가? /정기만
오후 6시 양평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내가 밭에 가서 풀베는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3시 반이었다. 집에 있는 남새밭 식물들에 물을 주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나를 위해 준비한 맛난 음식을 먹었다. 식사 후에 아내가 계속 몸 상태가 안 좋다며 나더러 안마를 해달라고 했다. 허리가 안 좋다고 해서 파스도 붙여 주었다. 좀 있으려니 속이 메스껍다고 하고 어지럽고 구토를 하고 싶다고 해서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거리며 토를 했다. 속이 안 좋다며 아내가 수지침으로 직접 손가락 끝을 따기도 했다. 그래도 안 좋았는지 급기야 병원에 가야겠다고 119를 부르라고 하여 내가 구급차를 불렀다. 구급차에 태워 보내고 내가 우리차로 뒤따라 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거의 오후 6시였다. 보호자라 해도 바깥 안내실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나만 안내실로 나왔다. 6시 20분인데 그 잠깐 동안에 네 사람이 구급차로 실려 오거나 보호자의 도움으로 응급실에 들어왔다. 내방 사연도 갖가지다. 타박상, 뇌출혈 후유증, 어떤 분은 어쩌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넘어졌다고 하여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농촌이다 보니 넘어져서 오신 분들이 몇 분 있었다.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현재 링거를 맞고 있는데 내가 없으니 정서적 안정이 안된다고 하였다. 그래도 의사가 나가 있으라니 어쩌겠는가. 참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 차로 이송할 계획이었는데 아내가 굳이 구급차를 부르라고 했다. 가는 도중에라도 응급 상황이 생기면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서 구급차 신세를 졌다. 병원이 가까운 터라 잠시지간에 이송이 되었다. 이곳 양평에 올 때 조건을 따진 것이 있었는데 바로 큰 병원이 가까이 있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거동이 불편해지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급히 병원을 찾으려면 병원 가까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참 잘한 일이다.
일단 병원에 오게 되면 환자도 심적 안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내가 기도를 계속했지만 병원을 빨리 찾는 것은 더 좋은 방법이다. 전문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 속이 편해진다고나 할까. 뭐 그런 것이다.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일 뿐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 같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다. 일을 할 때와는 다르다. 환자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한데 출입을 제한하니 답답하고 약간은 속이 탄다. 얼마 전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 하나를 만났는데 어머니가 코로나 확진을 받아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왔는데 막상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가서는 두꺼운 비닐을 사이에 두고 대화도 못 나누고 어머니의 모습만 보고 왔다며 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쩌랴 우리 모두가 처음 당하는 낯선 신문화가 된 것을. 덕분에 발전된 조국도 보고 친척도 친구도 직접 만나는 축복도 받았으니 그 또한 기쁜 일 아니겠는가고 위로해 준 적이 있다. 기다리는 동안 별의별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딸에게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등이다. 내일 성전에는 갈 수 있을까? 성전 청소 때문에 의식복도 치워 주어야 하는데 참 걱정스럽다.
7시가 되어서 간호사가 내게 와서 보호자되냐고 묻고 환자분이 깨어났으니 모시고 가란다. 병상의 아내는 잠이 들었는지 내가 다가가서야 깼다. 그녀를 부축하여 차에 태웠다. 오늘은 응급 진료비가 17,000원이었다. 노인이고 농부라서 그런지 꽤나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속에서 아내는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해 주었다. 집에 도착해서 아내가 집에 들어가면서 볼멘소리를 하였다. 다가가 보니 글쎄 현관문을 열어 둔 채로 있었다. 특히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아내에게 나의 실수가 딱 걸렸다. 구급차가 오는 것을 알고 현관 앞에서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부축하고 있다가 구급대원들이 둘 와서 아내를 부축하여 데려갔는데 나도 문단속을 안 한 채로 그냥 병원에 따라간 것이다. 몇 년 전에 바로 앞 빌라에 도둑이 든 적이 있어 그 이후로 보안에 노이로제 걸린 사람처럼 신경을 쓰고 있는 아내였기 때문에 나의 실수는 큰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한적한 시골에 도둑이 들겠냐고 그 도둑은 얼마나 고달팠으면 농촌에 와서 털기를 시도했겠냐는 말도 안되는 두둔의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래도 늘 보안에 신경을 쓰며 산 아내에게는 나의 부주의가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아내의 핀잔 소리가 들린다. "당신은 치매야. 치매 맞아!"
"그래. 내가 치매 맞네" 속으로 씁쓸하게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