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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 기억에 남는 글

작성자안정환|작성시간24.04.19|조회수152 목록 댓글 0

아름다워 기억에 남는 글

 

 

우리의 1960년대 국민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내용의 글을 잊을 수 없다

비록 어린동심의 시절이었지만 베토벤과 눈먼 소녀의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 뭉클하여 그후 두고 두고 책 내용 전부를 아예 외우나 시피 할 정도로 

내 동심을 울린 글이었다   

 

3월 봄비가 살며시 내리는 이 밤에 베토벤과 눈먼 소녀와 그 눈먼소녀를 위해 지은 "엘리제를 위하여 "라는 곡의 탄생 배경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고 싶다

 

물론 월광곡의 정확한 유래는 아니고 홍난파 선생의 글을 국민학교 학생들의 수준에 맞도록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책을 구할 수 없어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못했다. 내 기억과 나처럼 이야기에 감동했던 분들이 남긴 자료들을 참고로 재구성해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클래식 문외한이지만 어릴 때 학습 효과로 월광은 자주 듣는 편이다. 그러나 내겐 아직도 음악보다 글이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어릴 때 소녀가 깜짝 놀라는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 나곤 했었다. 교과서에 실렸던 흑백 삽화까지도 기억에 선명하다. 가난하고 병들었지만 따뜻했을 것 같은 베토벤의 마음을.

 

 

월광곡 (Moonlight Sonata)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이 쓸쓸한 가을 저녁이다. 베토벤은 달빛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고요한 초저녁 거리를 거닐고 있다. 높이 떠오르는 둥근달을 바라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실낱같이 가느다란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바람결에 들릴 듯 말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선율이 베토벤의 마음을 움직인다. 베토벤은 꿈결 같은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발길을 옮긴다. 바로 자신의 피아노 곡이 초라한 오막살이 작은 집에서 흘러나온다. 이토록 가난한 집에 웬 피아노며 그것을 치는 사람은 또 누구란 말인가. 그는 주체할 수 없는 감흥에 젖어 슬그머니 그 집 문을 밀고 들어선다. 주인이 깜짝 놀라며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누구요? 아닌 밤중에 말도 없이---’

베토벤은 주인의 기척에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방안에는 작은 촛불 한 자루가 깜빡인다. 그 옆에서 꿰매던 헌신짝을 든 주인이 서 있고, 들창 밑 피아노에 앉아있던 한 소녀가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낡은 피아노 위엔 악보는 고사하고 종이 조각 하나 보이지 않는다.

‘당신이 시방 치던 곡의 악보는 어디 있나요?

베토벤의 물음에 소녀가 부끄러운 듯 조그맣게 대답한다.

‘저는 눈이 안 보여서---’ 채 끝을 맺지 못하는 소녀의 목소리에는 벌써 눈물이 섞여 있다.

‘아, 장님, 가엾고 놀라운 일이다. 눈먼 소녀의 이 재주, 이 운명---’

‘그러면 그 어려운 곡은 어떻게 배웠지요?’

‘배운 적 없습니다. 예전에 제가 살던 집 건너 편 어느 부인이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그저 흉내를 내 보았을 뿐이에요.’

‘참 가엾은 일입니다. 저 역시 넉넉지 못한 사람으로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오만’

그때 두 사람이 주고 받는 소리를 듣고 있던 집 주인이 다가온다. 어딘지 모르게 기품 있어 보이는 청년에게서 뜨거운 열정을 느끼고 앞치마를 털면서 의자를 권한다.

‘눈 먼 이 아이에겐 오라비와 다 깨진 피아노만이 위안입니다. 웬만하면 음악회라도 데리고 가 저 애의 평생 소원인 베토벤 선생의 피아노 소리라도 들려주고 싶습니다만 형편이 워낙 어려워서--.’

‘그토록 베토벤의 연주가 듣고 싶은가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사람인지 신인지 모를 대천재 베토벤 선생이야말로 온 천하가 모두 우러러보는 분 아닙니까?’

초는 점점 녹아내려 가물가물 꺼져가면서 세 사람의 얼굴을 비춰준다. 베토벤은 슬그머니 소녀를 붙잡아 일으키고 피아노 앞에 앉는다. 조용히 건반에 손을 얹고 불행한 소녀를 위해 연주를 시작한다. 방금 전에 소녀가 치던 바로 그 곡이다. 때로 빠르게 이따금씩은 느리게 이어지는 아름다운 곡조는 조그만 방을 채우고 들창 너머 달빛을 타고 흐른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베토벤은 물론 두 남매를 감싸고 도는 선율에 모두 넋을 놓아버린다. 연주가 끝나도록 남매는 미동도 않는다.

 말없이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소녀가 별안간 베토벤의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부르짖는다.

‘선생님, 선생님은 베토벤 선생이 아니신가요?’

‘그렇소. 내가 바로 베토벤이오.’

베토벤의 말에 두 남매는 얼싸안고 기쁨과 감격에 복받쳐 흐느껴 운다. 벅찬 목소리로 오라비가 애원한다.

‘선생님, 불쌍한 제 동생을 위하여 한 곡만 더 들려주실 수 있는지요?’

베토벤이 다시 피아노를 향해 앉았을 때 가녀린 촛불이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꺼져버린다. 열어젖힌 들창으로 쏟아지는 달빛이 피아노 건반 위를 비춘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엔 빛나는 별들이 은구슬을 뿌려 놓은 듯 반짝이고 그 가운데로 은하수가 흐른다. 베토벤은 두 남매의 깊은 사랑, 아름다운 별, 방안 가득한 달빛에 몸과 마음을 내어 맡긴다.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최고조로 끓어올랐을 때 베토벤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황홀하고도 신비로운 광경 속에서 두 남매가 손을 모은다. 그들의 가슴 속에도 영롱한 별이 내리고, 달빛의 신비로움 속에서 피아노 가락이 그들을 에워싼다.

조용하던 곡의 흐름은 갑자기 변하고 베토벤의 두 손이 비바람치듯 현란하게 오르내리자 산이 울고 천지가 흔들린다. 휘몰아치던 선율은 다시 가볍고 아름답게 퍼져나가 두 남매의 가슴 속에 평화와 희열을 가득 안겨준다. 이윽고 베토벤의 손이 움직임을 멈추고 두 남매가 피아노 연주의 황홀경에서 채 헤어나기 전에 베토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소리없이 소녀의 집을 빠져나온 베토벤은 거처로 돌아오자 낡은 피아노로 쳤던 곡을 밤새도록 악보에 옮긴다. 달빛소나타, 악성 베토벤의 유명한 '월광곡'은 그렇게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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