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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詩

작성자도경원|작성시간24.05.01|조회수177 목록 댓글 0
해, 저 붉은 얼굴

이영춘


아이 하나 낳고 셋방을 살던 그때
아침 해는 둥그렇게 떠오르는데
출근하려고 막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

뒤에서 야야! 야야!
아버지 목소리 들린다
"저어―너―, 한 삼십만 원 읎겠니?"

그 말 하려고 엊저녁에 딸네 집에 오신 아버지
밤새 만석 같은 이 말, 그 한마디 뱉지 못해
하얗게 몸을 뒤척이시다가
해 뜨는 골목길에서 붉은 얼굴 감추시고
천형처럼 무거운 그 말 뱉으셨을 텐데

철부지 초년생 그 딸
"아부지, 내가 뭔 돈이 있어요"

싹뚝 무 토막 자르듯 그 한마디 뱉고 돌아섰던
녹 쓴 철대문 앞 골목길,

가난한 골목길의 그 길이만큼 내가 뱉은 그 말,
아버지 심장에 천 근 쇠못이 되었을 그 말,
오래오래 가슴 속 붉은 강물로 살아
아버지 무덤, 그 봉분까지 치닿고 있다


카페 선생님께

선생님 5월입니다.
어디로 눈을 두어야 할지 모르게
화려하게 피었던 봄꽃들을 다 지우고
누군가 잔인한 달이라고 일컬었던 4월을 밀어내고
5월이 찾아왔어요.

그 4월을 보내는 동안에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동안의 수고로움이 새달에는 보상이라도 받듯이
더 행복하시기를 기원하면서 5월의 詩로
‘이영춘’ 시인의 시 “해, 저 붉은 얼굴”을 전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스승의 날’도 들어있어
더욱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달 이지요.

이 중에서 어느 하나도 소중하지 않거나
가벼이 여겨서도 안 되지만 등에 짊어진
가장이라는 무게와 책임감 때문에
더 움츠러들어도 내색도 못 했던 아버지의 마음
오늘 이 시를 읽으면서 잠시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면서도 차갑고, 필요하면서도
마음대로 가까이할 수도 없는 돈 때문에
시집을 간 딸을 찾아가는 아버지의
무거웠을 발걸음, 스스로 못난 사람이라
자책하며 걸었을 그 마음을 가늠해보면서
먹먹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이러한 사람들 이보다 더 가난하여
어깨가 늘어지는 아버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시절의 아픔을 생각하면서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그 고마움을
이달 오월에 더 깊이 되새겨 보며 고개를 숙입니다.

5월은 장미의 계절입니다.
올해도 이상기온으로 여러 종류의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서 너무 일찍 핀 꽃들, 라일락마저
그 향기를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곧 매혹적인 모습으로 피어날 장미는
향기를 더 짙게 간직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새로 찾아온 오월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오늘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듯이
우리의 삶도 오늘 몫은 오늘뿐입니다.
지나치게 집착하는 삶도 안되지만 소홀해서는
더욱 안 될 일입니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후회를 적게 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입니다.

시련을 겪는 것은 바닷가에 자갈이 되는 것이라
다치고 멍이 들지만 전 보다 윤이 나고
값지게 되는 것이랍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살 속의 상처를
보석으로 만들어 내는 진주조개의 그것처럼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을 엮어 가시기 바랍니다.

보내시는 5월의 날들이
날마다 좋은 날 만남마다
좋은 인연 되시기를 소망하면서...


2024년 5월에
도경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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