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수선공 K 씨의 구두 수선학
1
현장경험에 바탕을 둔 K씨의 구두 수선학은
고대 이집트가 기원, 불확실한 미래가 뒷굽을
닳게 한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나일강 홍수로 침수된 뒷굽을 측량하고 불안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보상해준다
2
발로 뛰는 이집트인과는 달리
머리로 사는 그리스인,
앞굽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앞꿈치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앞굽선호이론의 기초를 닦는다
바닥에 구멍이 나고
실밥이 터지는 이유를
피타고라스학파가 보완,
물과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감수하지 못하면
구두를 버려야 한다는 가설까지 세운다
3
유클리드 구두기하학 총론 제1장
초등 수선학이 완성되는 날,
데카르트가 좌표개념을 도입해
바닥 수선학을 주창한다
밑창이 꺾이거나 갈라졌을 때 필요한
창갈이학의 토대가 이루어진다
발을 본떠서 수선하는 모방기하학도 확립된다
걸을 때마다 꺾이는 어제와
쩍쩍 갈라지는 오늘이
미적분 수선학의 발견으로
감쪽같이 해결, 내일을 광낸다
4
19세기 위상도입개념,
수학과 자연과학뿐 아니라
디자인계까지 일대 혁신을 가져온다
뒷꿈치를 꺾어 신어
기형이 되어버린 구두 각을 계산해
유행을 창조한다
재료는 끊어져나간 실밥과
발자국 무게로 달아놓은 배고픔……
5
늙어가는 가죽 품평회가 열린다
검은 물약을 마시면
외출이 허락되는 날,
구두 수선학이 기하학을 만나
비약적인 발전을 약속했으나
구두수선공 K씨의 연구는 지지부진,
전산망 마비로 결론을 쓰지 못한다
미개척분야 20세기 말 신상수리학 때문이다
- 이종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