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꽃밭이라는데
꽃에 앉았던 나비가 포르르 날아
아무렇지도 않게 내 가슴에 앉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때문에 나는 놀란다
움직일 수도 없고 나비를 잡을 수도 없다
살인자를 쳐다보는 아기의 푸른 눈동자
그 속에 내가 비친다
나는 교묘히 머리를 써서
나비를 잡을 수도 있고
한 송이 향기로운 꽃인 듯
아량을 베풀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어리석게 손을 휘젓는 바람에 나비는
가볍게 날아가 버렸다
무게도 없는 나비가
잠깐 가슴에 앉았다 날아갔는데
한순간이 바윗덩어리보다 무거웠다
- 김종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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