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뿔을 불다
티벳을 가야겠다는
손금 같은 사연 담은 엽서 한 장
물끄러미 내다보는
오동나무 잎새 사이로
묵소 한 마리 걸어나왔다
유적지 가을하늘을 돌아나가는
바람소리 들릴 듯한 눈망울이 멀뚱하다
저 물소와 함께 산다는 히말라야 고산족(高山族)은
죽음 곁에 이르러
그 흔하디 흔한
꽃 대신 눈물 대신에
물소뿔을 불어준다 한다
우리 사는 동안
가슴을 들이치기만 하던,
바로 그 멍들
다음 生까지는 가져가지 말자고
새로 태어날 슬픔까지를 노래로 날려보내는 것이다
사는 동안 한번도 넘지 못했던 얼음산을
훌쩍,
녹이며 넘어가는 것이다
- 이선이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