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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순수한가

작성자초원의 꽃향기|작성시간26.06.22|조회수43 목록 댓글 0

 

 

 

 

 

 

 

누가 순수한가 

 

 

 

 

 

 

 

 

 

살구나무 꽃그늘 아래 '정숙한' 아낙 다섯이 모였다.

이미 폐경이 됐거나, 곧 폐경을 앞둔 여자들은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여러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는 여자, 잠이 안 온다는 여자, 자고 일어나면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삭신이 쑤신다는 여자, 피부에 기름기가 쪽 빠졌다는 여자들이 서로 증세의 심각성을 토로한다. 우리 이제 여자로 사는 거 얼마 안 남았지. 쥐꼬리만한 젊음의 흔적이 서서히 거두어지고 있다는 걸 몸으로 절실히 느끼고 있는 여자들은 길게 한숨을 내쉰다.

내가 아는 여자의 친구의 친구가 바람이 났는데 그렇게 예뻐지고 젊어졌다네, 남편이 밉거나, 귀찮거나, 사물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여자들이 음탕하게 눈을 빛냈다. 하지만 죽기 전에는 절대 '평생 원수'외에 다른 남정네와의 실제 관계는 꿈도 못 꿀 정숙한 여자들이 남의 외도에 또 한숨을 쉰다. 연예 한번 해보지 못하고 할머니가 되는 건 억울하다며 가슴을 치는데 난데없이 머리를 박박 깎은 사람이 마당에 들어섰다.

언뜻 보아서는 성 정체성을 알아챌 수 없다. 여자라 하기에는 너무 밋밋하고 남자라기에는 가냘프고 곱상하다. 맑은 눈빛에 장식하지 않은 마른 몸이 소년 같기도 하다. 여성의 색깔도 남성의 냄새도 없이 무성의 인간이다. 집주인의 교우라는데 지나가다 들렀다며 샘에서 물 한 바가지 떠 마시고 정숙한 여자 제위를 향해 고개를 꾸벅하고는 바람같이 사라졌다. 범상치 않은 외모에 사연이 없을 리 없었다.

그이는 오랫동안 여자를 밑천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예전의 그이는 풍성한 긴 머리카락에 보기 좋은 가슴을 가졌었다. 수컷을 유혹하기 좋은 몸이었다. 가난하고 아버지도 없었던 그이의 성은 생계 수단이었다. 무엇으로 밥을 먹었다면 그것의 바닥을 보았을 것이고 그건 본질을 꿰뚫었다는 의미다. 그이에게 모든 연애는 불순했다. 사랑의 환상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더 이상 여성을 팔지 않아도 되자 그이는 이제 자신의 성을 철저히 버리고자 했다. 삭발한 머리, 남루한 입성으로 발길 닿는 대로 산으로 바다로 돌아다녔다. 여헹이 계속되면서 그이는 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같이 바짝 마른 몸이 되어 갔다. 그이의 여정은 성을 초월한 순수한 한 인간이 되기 위한 고행이 아니었을까.

머리를 깎고 잿빛 장삼을 입었는데도 여자 냄새가 폴폴 나는 예쁜 비구니를 만난 적이 있다. 세속에 물들지 않아 얼굴에 나이도 지워졌나 보다. 실제 나이에 어리둥절했다. 어렸을 때 절에 맡겨져 한 번도 속세에 나가 살아본 적이 없었단다. 스물 무렵, 절에 공부하러 온 고시생을 따라갈 뻔한 적이 있었는데 큰 스님이 말려 절에 남았단다. 성을 허락하지 않는 승복 속에 감춘 몸은 깨끗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남자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그녀 영혼은 판타지가 무성할 것도 같았다.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곱다. 극단적으로 멕베스의 첫 구절을 대입시켜본 건 누가 순수한지 따져보고 싶어서일까. 애초부터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질료는 불가능하다. 아이의 무지함이 순수가 아니라고 전제를 깔고, 진정한 순수는 혹독한 제련 과정을 거쳐 불순물이 제거된 상태가 아닐까. 담백한 눈빛, 지방질이 없는 가뿐한 몸의 그 무성의 인간처럼, 성뿐 아니라, 삶 전체에 끼어 있는 불순물을 혹독한 경험이라는 필터를 거쳐 다 정화시키고 난 그이가 어쩌면 진정 순수한 자일 거야.

'정숙한' 여자 두셋이 고개를 끄덕인다.

연분홍 꽃잎 바람에 날린다.

 

 

- 송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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