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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시

모정의 세월

작성자知音남성대|작성시간24.02.26|조회수163 목록 댓글 0

모정의 세월
知音 남성대

나 돌아가리라
저 하늘 끝 닿은 그 곳,
매화향 그윽한 섬진강물이 휘돌아 나오고
은빛 물결 출렁이는 광양만에 노을이 물들면
갈매기도 지친 날개 퍼득이며 보금자리를 찾아가는데
처마 밑 호롱불이 흔들릴 때면,
파도에 넘실대는 황포돛배는
어부 아내의 애간장을 태우고
주막집 담 너머로 들려오는 주당들의 취기 오른 목소리에 마음 졸이던 생각이 난다
여름밤이면 매캐한 모깃불 연기 사이로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겨울밤이면 희미한 등잔불 아래서
곰방대에 담뱃불을 붙이시던 할아버지는
새벽 마다 새끼를 꼬아 멍석을 만드시고
담배연기에 손사래를 치시던 할머니는 먼동이 트기 전, 재 넘어 읍내장에 생선 팔러 가시고
어머니 보리방아 찧는 소리는 지축을 울리며 고단한 하루가 시작된다
잔잔한 바다에 풍랑이 일면
아버지 가슴에는 소금을 뿌려 놓은 듯이 파랑이 인다
아득한 기억 너머로 현해탄을 건너서 청운의 꿈을 꾸던
소년의 한쪽 눈에서는 눈물이 마르고
상실감에 젖어 일제의 망령이 되살아나면,
잠들지 않는 아버지의 바다는
밤새도록 너울너울 춤을 춘다
태풍이 멎은 후, 해변가에 널부러진 부유물들은
또다른 삶의 촉매제가 되어 아궁이 속에서 불타오르지만,
가마솥 뚜껑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은 어머니의 눈물인 듯,
소리 없이 내면으로 젖어드는 부뚜막 같은 여인의 삶이여 !
코끼리 살가죽 같이 야위어만 가는 어머니의 바다에는
파란만장한 삶의 애환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밀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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